20××년 1월 9일

 

직장인의 위대함! 갖은 치사함, 갖은 우아하지 못함을 견디면서도 사표를 던지지 않는 직장인. 아무리 일이 시시하게 느껴지는 때라도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를 잃지 않는 직장인. 나는 그런 직장인들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는 날이 오기를... 또 하나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일터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 보낼 수 있는 자기만의 열쇠 하나 갖기를... 

 

 

 

 

 

 

20××년 1월 10일

 

책을 많이 갖고 있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런 거지. 어느 알라디너의 서재에 들어가 어떤 책에 대해 매료된 이야기를 읽었을 때, 그 책을 책장에서 바로 꺼내서 볼 수 있다는 것. 그 책을 내가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책에 매료된 사람을 보고 그 책이 무척 궁금해서 서점에 뛰어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상황이 좋은 거지. ‘도대체 어떤 글이 있길래 그러는 거야?’ 하고 책을 빨리 펼쳐 볼 수 있는 그 상황이 좋은 거지. 책은 많고 볼 일이다. 

 

 

 

 

 

 

20××년 1월 12일

 

이 세상의 모든 일기는 엉터리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게 일기인데, 그 기억은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엉터리로 기억하고 엉터리로 일기를 쓴다는 얘기다. 진실의 부재. 어쩌면 죽을 때까지 볼 수 없는 건 진실의 얼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이의 글을 보고 반가웠다. 여기에 옮겨 본다.

 

나는 언젠가, 어떤 사람에게 ‘소설은 인간에 대한 오해의 기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통찰을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다. (…) 소설가는 삶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게 아니고, 삶에 대한 자신의 오해를 정당화하려고 소설을 쓴다.(292쪽)
- 김도언, <불안의 황홀>에서.

 

작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으로 궁금증이 다소 풀렸다.

 

 

 

 

 

 

20××년 1월 14일

 

신문에서 신간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관심 가진 책 두 권.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은 ‘국제뉴스를 의심해야 세계가 보인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몰랐던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될 것 같다. 늘 내가 궁금한 건 깜빡 속을 뻔한 ‘진실의 얼굴’이다.

 

<걸작에 관하여>는 ‘숭고하고 위대한 문학작품에 대한 단상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은 무조건 끌린다. 문학 작품에 대한 내 안목을 높여 주지 않을까. 

 

읽을 책이 많이 쌓여 있는데도, 신문에서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여 책 정보를 얻고 나면 사고 싶은 책이 생긴다. 책을 사지 않으려면 신문을 끊어야 하리. 

 

알라딘의 ‘나의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마일리지가 3,080점, 적립금이 22,830원 있다. 그렇다면 총 25,910원어치 책을 무료로 살 수 있다는 것이겠다. 돈을 더 보태서 네 권을 사야겠다. 배달을 시키려면 네 권은 사야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주문한 책이 도착하는 날, 행복하겠다. 그런 행복을 앞두고 사는 것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 순간.

 

 

 

 

 

 

20××년 1월 15일

 

올해의 독서 계획을 ‘2주일에 책 한 권씩 읽기’로 세웠지. 한 달에 두 권 읽기가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지. 어떤 달은 두 권 이상을 읽겠지만 어떤 달은 한 권밖에 못 읽을 수도 있을 테니, 꼭 2주일에 책 한 권씩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네. 이렇게 읽게 되면 일 년에 24권을 읽는 것이네. 어느 해인가 23권을 읽은 적이 있었다네.(억울한 건 읽다 만 책이 10권이 넘는다는 것. 그런데 이런 책은 읽은 책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

 

올해의 과제. 읽다 만 책들(백 쪽 이상 읽은 책들이다. 어떤 책은 3분의 2를 읽었다.)을 끝장내고 말겠다는 것.

 

책에 관한 한, 나는 바람둥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저 책이 유혹을 해서 나는 그 유혹에 자주 진다네.

 

 

 

 

 

 

20××년 1월 16일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갈 길이 멀었다. 훼방꾼이 나타나서 그의 걸음을 자꾸 붙잡았다. 하지만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 걷는 자의 당연한 의무였으므로 그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아무리 훼방꾼이 붙잡으려고 해도 멈추지 않았다. 계속 가야만 했다. 그것이 살길이었다. 아무리 해도 붙잡히지 않으니까 훼방꾼은 엎드려서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발목과 함께 살겠다는 각오인 듯 발목을 잡은 힘이 무척 셌다. 화가 난 그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훼방꾼을 일으켜 세워서 세게 한 대 후려쳤다. 훼방꾼은 나가동그라졌다. 그리하여 그는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지금도 가고 있는 그를 우리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훼방꾼의 이름은 ‘권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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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언급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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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01-1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나 1/10 일기 내용에 공감하며. ^^

페크pek0501 2015-01-17 12:54   좋아요 0 | URL
야클 님, 반갑습니다.
저는 다 공감한다는 말씀보다 님처럼 딱 하나(또는 몇 개)를 골라 공감한다는 말씀을 선호합니다.

아름다운 토요일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15-01-1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슨 적립금이 1월 말로 소멸되는 게 있다고 해서
무슨 책이든 사야해요. 그런데 무슨 책을 사야 소문이 날지 고민스러워요.
그냥 권수와 상관없이 일단 만원을 넘겨야 한다는 생각 밖엔...
어제도 모임에 나가서 생각지도 않게 책 한 권을 가져왔는데...ㅠ

페크pek0501 2015-01-18 21:33   좋아요 0 | URL
ㅋㅋ 행복한 고민을 하시는군요.
책에 대해서라면 저보단 님이 더 아실 것 같아서 추천을 하지 않으려다가...
그러나 또 고민스럽다니깐...
<고종석의 문장>을 추천하고 싶군요. 작년에 정독했는데 공부가 되더라고요.
복습하는 차원에서 님이 읽으신다면 좋을 듯해요.^^

세실 2015-01-2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 머리엔 놀고 싶다, 아침에 일어 나기 싫다. 운전하기 싫다......로 가득합니다.
세부의 후유증이 오래 갑니다. 얼굴 피부가 벗겨지고 있으며, 일하기 싫어졌어요.
이런 게으름을 날려버릴 열쇠가 필요합니다. 열쇠 하나 던져주세용~~~~~~
가끔 갈팡질팡할때 누군가 열쇠 하나 툭 던져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달엔 적립금이 7만원이나 들어왔어요. 논어정독 2권 사서 높은 분(?)께 선물하고, 또 한 권 사서 재수하는 친구 아들에게 선물하려구요^^ 괜히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페크pek0501 2015-01-23 19:18   좋아요 0 | URL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여행 후유증에 시달리시나 보군요.
저는 여행 아니라도 `싫다`가 가득합니다.
아침부터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걸요... 호호~~

적립금이 7만원이나요?
역시 인기쟁이 님은 스케일이 저하고 다르시군요.



(제 서재가 그동안 썰렁한 이유) :
세실 님이 여행을 가시느라 제 서재에 들르지 않아서임.
이제야 제 서재가 썰렁하지 않군요. 감사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