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길을 걷다가 젊은 남자가 지나가는 걸 보고 어디서 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어디서 봤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다만 그가 친절한 미소를 띠고 내게 말하던 모습만 생각났다. 몇 분 뒤에 그를 어디서 봤는지가 기억났다. 동네 백화점의 지하에 있는 작은 여행사에서였다. 기차표를 예매하러 갔을 때 그가 나를 상담해 준 직원이었던 것.
어째서 그를 만난 장소라든지 그의 직업은 생각나지 않고 미소 띠고 내게 말했던 그 이미지만 생각나는 것일까. 유아들은 눈으로 보는 것 모두를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이미지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에겐 이미지로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어떤 사람을 어디서 본 것 같을 때 마치 카메라로 찍은 한 장의 사진처럼 떠오르며 그 이미지만 기억나는 것을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다.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니 잘 삐지는 사람은 손해다. 누군가의 뇌리에 삐진 모습으로 각인될 수 있으므로.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손해다. 누군가의 뇌리에 화가 난 모습으로 각인될 수 있으므로. 분명히 그들에겐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을 텐데 그 장점이 그 각인된 이미지에 가려 버리는 것이다. 애석한 일이다.
당신은 지인들로부터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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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을까?
떨리네.
앞으로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써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