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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무의식 -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월
평점 :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할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감정이 생기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그 해답을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일에 대한 판단과 인식에 관여하는 우리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두 층위에서 작동한다. 의식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의식은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의식 아래의 숨겨진 마음이다.
이 책의 제목 ‘새로운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연구했던 무의식과 구별된다. 프로이트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환자들의 행동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적 과정에 지배될 때가 많다는 옳은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기술적 도구가 없었다. 오늘날에는 fMRI 등이 등장함으로써 과학자들은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데, 이런 연구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새로운 무의식>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는 여러 실험이 소개되는데, 각 실험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각 장마다 그 주제에 맞는 금언을 넣어 읽는 재미를 더하게 만든 점이다.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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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없던 일을 지어내서 기억한다 : 거짓 기억과 거짓 정보를 심는 것은 워낙 쉬운 일이라, 생후 3개월 된 영아, 고릴라, 심지어 비둘기와 쥐에게도 성공적으로 시도되었다. 특히 인간은 거짓 기억에 취약하다.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짐짓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거짓 기억을 유도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그는 그 사건은 “기억하되” 기억의 원천은 잊는다. 그래서 상상의 사건을 실제 과거로 혼동한다.(105쪽)
무의식은 감각이 제공하는 불완전한 데이터를 받아서 빈틈을 메우고, 그 인식을 의식으로 전달한다. 우리는 어떤 장면을 볼 때 사진처럼 선명하고 윤곽이 뚜렷한 그림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림의 작은 일부만 또렷할 뿐이고 나머지는 의식 아래의 뇌가 마음대로 그려낸 것이다. 뇌는 기억에도 그런 기교를 쓴다.(108쪽)
평가엔 무의식이 영향을 미친다 : 우리는 타인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합리적이고 의식적이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과정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212쪽)
이 발견 - 우리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더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 - 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결론이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사업적 거래에서 내집단 구성원을 더 선호하고, 그의 작업과 결과물을 외집단 구성원의 것에 비해서 더 우호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비록 자신은 모두를 동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말이다.(228쪽)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 진화는 인간이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뇌를 설계하지 않았다. 인간의 생존을 돕도록 설계했을 뿐이다.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관찰한 뒤,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그것을 이해한다.(264쪽~265쪽)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 고등학교 최고학년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했던 조사를 보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을 스스로 평가해보라고 했을 때, 100퍼센트(모두)가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했고, 60퍼센트가 상위 10퍼센트로 평가했고, 25퍼센트가 상위 1퍼센트로 여겼다. 지도력에 대해서 묻자, 2퍼센트만이 자신을 평균 아래로 평가했다. 교사들이라고 더 현실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수의 94퍼센트가 자신은 평균 이상으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자기 평가가 부풀려지는 경향성을 가리켜 “평균 이상 효과(above-average effect)"라고 부르며, 운전 실력에서 관리 능력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그 영향을 확인했다.(269쪽~270쪽)
이런 과대망상은 기업계에서도 법칙이나 만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자신의 회사가 동종업계의 다른 전형적인 회사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회사이니까.(270쪽)
우리는 과학자가 되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진실에 이르는 길이 두 가지라고 말했다. 과학자의 길과 변호사의 길이다. 과학자는 증거를 모으고, 규칙성을 찾고, 관찰을 설명하는 이론을 구축하고, 그것을 시험한다. 변호사는 거꾸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싶은 결론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를 찾아보고, 지지하지 않는 증거는 깎아내리려고 한다. 가끔은 객관적 진실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가끔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무의식적으로 열렬히 변호하는 사람이 된다. 두 접근법은 늘 겨루면서 우리의 세계관을 만든다.(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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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마지막은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말로 마무리한다.
“자신이 하는 선택의 이유와 방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가? 믈로디노프를 따라서 이 근사한 여행을 마치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인코그니토>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