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달,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내가 다니던 미용실이 그날 쉬는 날이라서 눈에 띄는 다른 미용실에 들어가 머리를 잘랐다. 그곳 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머리를 자르기 전에 거울로 내 단발머리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머리 어디서 자르셨어요? 오른쪽과 왼쪽의 머리 길이가 다르잖아요. 잘못 자른 거예요.”
나는 “아, 그래요.”라고만 말했다. 그가 퉁명스럽게 한 말에 내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 원장은 내 머리를 잘랐던 사람의 미용 기술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미용 기술을 과시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 미용실에 다니지 말고 자신의 미용실에 다니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정약용 저, <정선 목민심서>에 이런 글이 있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교대’에는 동료로서의 우의가 있어야 하니, 내가 내 후임자에게 당하기 싫은 일은 나도 나의 전임자에게 하지 않아야 원망이 적을 것이다.
전임자의 흠이 있으면 덮어주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또 죄가 있으면 도와주어 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정약용 저, <정선 목민심서>,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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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탓하는 말을 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을 것 같다.
2.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선 매달 ‘반상회’라는 게 있었다.(요즘은 이런 게 없는 것 같다.) 반상회가 열린 그 집에 들어서니까 거실에 운동기구가 있었다. 러닝머신과 비슷한 것이었는데(이름은 잘 모르겠다.) 새로 샀는지 새것으로 보였다. 그날 모인 동네 사람들은 그 운동기구에 대해 집 주인에게 한마디씩 물었다. 얼마인지, 매일 이것으로 운동하는지, 이것으로 운동하면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는지 등등.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이 운동기구의 단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꿀 수 있으면 다른 운동기구로 바꾸는 게 좋다는 말까지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집 주인은 기분이 상했는지 표정이 좋질 않았다.
내가 블루베리 한 박스를 구입한 적이 있다. 안구건조증이 있어서 컴퓨터 화면을 많이 보면 눈의 피로를 느끼는데, 블루베리가 안구건조증 예방을 위한 음식으로 좋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고 구입한 것이다. 블루베리 한 박스를 들고 오다가 집 부근에서 이웃 사람을 만났다. 그는 블루베리를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블루베리를 사셨군요. 요즘 가짜가 많다는데.”
나는 “아, 그래요.”라고 말하고 미소 짓고는 그냥 돌아섰다. 돌아서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요, 이미 샀는데, 나더러 어쩌라고요. 가짜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블루베리를 먹으라는 말인가요? 그게 당신이 바라는 건가요? 이 밥통 님아!’ ㅋㅋ
<탈무드>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을 하게 된다. 탈무드에서는 다음 두 가지 경우에 거짓말을 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 어떤 사람이 이미 사 놓은 물건이 어떻냐고 물을 때다. 설령 물건이 나쁘더라도 좋다고 말해도 된다.
다음으로 갓 결혼한 부부를 만났을 때다. 이 경우에는, “부인이 아주 미인이십니다. 두 분이 아주 잘 어울리는군요. 행복하게 사십시오.”라고 거짓말을 해도 좋다.
- <탈무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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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미 사 놓은 물건이 나쁜 물건인 경우에 그리고 결혼식을 올린 신부가 미인이 아닌 경우에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는 건,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타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오래된 책이라 다른 책을 골라 넣었다.)
3.
‘배워서 남 주나’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어떤 것이든 배우고 나면 남에게 유리하게 하는 게 아니라, 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니 열심히 배워 두라는 뜻의 말이다. 그런데 배우면 자기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유리하게 한다. 이것을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배우지 않으면 남에게 해를 끼친다.’라고. 요즘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이다.
‘해서는 안 될 말’을 나도 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는 것을 지금 기억해 놓기로 한다. 그래서 말할 때 신중하기로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죄를 지으며 산다. 나만 해도 그렇다. 과장하여 말하면 다음과 같다.
- 오늘 샤워하면서 물을 많이 썼다. 지구의 귀중한 자원을 소비한 죄를 지었다.
- 오늘 쓰레기를 많이 버렸다. 지구를 더럽힌 죄를 지었다.
- 오늘 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면서 수십 마리의 개미를 밟았다. 여러 생명을 죽이는 죄를 지었다.
- 오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해서 죄를 지었는지도 모른다.
살면서 물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도 할 수 없는 일이고, 개미를 밟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노력하면 될 것 같다.
죄를 하나도 짓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죄를 덜 짓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