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을 빼고 쓴 글 - 제목은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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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나는 잠이 없는 편이라 졸음을 귀하게 여긴다. 오늘 아침 식구들이 다 나간 조용한 시간에 졸음이 느껴졌다.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더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침대가 차갑게 느껴져 이불을 덮어도 추웠고 소변이 마려웠다. 그래도 움직이기 귀찮아서, 또 잠이 달아날까 봐 화장실에 갔다 와야 하는데, (침대에 깔려 있는) 전기장판의 스위치를 켜야 하는데, 라고 생각만 하고는 옆으로 누워 웅크린 채로 5분쯤인가 잠들었다. 그리고 잠이 깨졌다. 깨어나서 길게 편히 자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 오고 전기장판의 스위치를 켜고 다시 누웠다. 이제 잠만 자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았다. 결국 몇 번 뒤척이다가 잠들기를 포기하며 일어나고 말았다. 잠깐 잠들었다가 깼을 때 불편한 대로 그냥 다시 잠을 청할 걸 그랬다 싶었다. 괜히 몸을 움직여 화장실에 갔다 오고 전기장판의 스위치를 켰나 보다 싶었다. 이럴 때, 참 억울한 느낌이 든다. 푹 자고 싶었는데, 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깊게 빠져들 것 같았던 ‘달콤한 잠’을 놓친 기분….
그때의 억울함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내 돈을 떼어먹고 도망친 빚쟁이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놓쳤을 때의 기분.
오랜만에 깨끗이 세차했는데 그날 비가 세차게 쫙쫙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분.
내가 산 로또 복권이 거액으로 당첨된 복권의 번호와 한 자리 수만 다른 것을 알았을 때의 기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릴 곳을 1초 차이로 놓치고 건너편으로 가서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타야 할 때의 기분.
어느 깊은 산속의 여행지에서 한 잔의 커피밖에 없는데, 그것을 한 모금 마셔보지도 못하고 실수로 땅에 다 쏟았을 때의 기분.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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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이 글의 제목을 잘못 지은 것 같다. 제목을 '잃어버린 잠' 또는 '오늘 아침에 놓친 것'이라고 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중요한 건 아니라서 고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이건 나에게만 중요한 문제이리라. 남에겐 하찮게 잃히는 글이라도 글쓴이에겐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것이므로. 글이란 그 글을 쓴 사람의 자식과 같은 존재이므로. (이 말을, 글 쓰는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