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정신적인 탁월함만큼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오직 이것만이 인간이 동물을 능가하는 점이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결정적인 정신적 우월성을 다른 목격자가 있는 데서 나타내는 것은 불손한 행위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복수하라는 식의 도전을 받았다고 느끼게 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모욕을 줌으로써 복수를 실행에 옮길 기회를 찾게 된다. 즉 상대방은 이것으로써 지성의 영역에서 만인의 평등한 의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따라서 사교계에서는 지위나 재산이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정신적인 탁월함은 결코 그런 대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설령 가장 혜택을 받는 경우에도 이것은 무시될 뿐이다. 심한 경우 정신적인 탁월함은 무례한 것으로 간주되든지, 아니면 이러한 탁월함의 소지자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면서도 얼굴을 내밀고 자랑을 해 대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을 당한다. 따라서 사교계 사람들은 남몰래 어떤 다른 방법으로 이런 인물에게 굴욕을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럴 기회를 열심히 찾게 된다. 아무리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탁월함을 나타낸 것에 대해서는 용서를 받을 수 없다. 사디는 <굴리스탄>에서 ‘어리석은 자가 분별 있는 자에 대하여 느끼는 반감은 후자가 전자에 대하여 느끼는 혐오의 100배나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A.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 186쪽~187쪽.

 

 

 

 

 

나는 ‘정신적인 탁월함’이 느껴지는 친구가 있으면 더 친해지고 싶고, 감탄하며 좋아지던데...

 

 

하지만 쇼펜하우어가 말한 대로, 정반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둬야 할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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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7-0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착하지 못할 때에는, 좋은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느끼지 못하니, 슬프게 스스로를 갉아먹는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 테지요...

페크pek0501 2012-07-08 16:00   좋아요 0 | URL
옳은 말씀입니다. ㅋ 반갑습니다.

프레이야 2012-07-0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아침도 벌써 정오가 가까워지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저는 이제 도서관에 갈 생각입니다.
지인이 뭘 부탁하셔서 그 일을 해야하는데 당분간 어깨랑 눈이 좀 빠질 것 같아요.ㅎㅎ
알바라 생각하고 해달라셔서 기분 좋게 해드릴 생각이에요.
일흔 나이에 그런 열정, 참 대단하시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존경스러워서요.
정신적 탁월함은 참 쉽지않은 말이네요. 드러내면 오만해 보이고, 드러내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젖어있으면 시나브로 표출되겠지만 그게 그리 쉽나요, 우리같은 범인에게요.ㅎ
그래도 그런 탁월함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은 분명 있지요. 정신적 탁월함도 관념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생각을 새삼 해보는 아침입니다.^^

페크pek0501 2012-07-09 15:1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또 한 주가 시작되고, 또 한 달이 금방 가고 또 여름이 금방 가겠지요. 시간이 마술을 부리는 것만 같고, 그 마술에 우리가 속아 넘어가는 것만 같아요.

오늘 오전은 실내에 있는 여러 화초들을 옮기며 새롭게 배치하고 물을 주는 걸로 시간이 다 가 버렸어요. 일을 줄이려면 화초를 없애야 하는 건데, 저와 십 몇 년을 함께 해 온 세월 때문에 마치 식구처럼 느껴져서 버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수중식물은 여름엔 시원한 느낌을 주고, 겨울엔 가습기 역할을 해 줘서 좋아요.

알바? ㅋㅋ 그거 좋죠. 저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알바, 하고 있는데 재밌어요. 나이가 많아져서 잘릴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에요. ㅋㅋ

정신적 탁월함이 관념이 아닌, 실천의 문제다... 으음~~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탁월함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에 찬성 찬성 !!!

페크pek0501 2012-07-09 15:12   좋아요 0 | URL
된장 님과 프레이야 님, 두 분 덕분에 무플을 면했다는 것, 에 감사 드려요. ㅋㅋ

된장 님, 감사합니다. 꾸우벅~~
프레이야 님, 감사합니다. 꾸우벅~~

다음엔 쇼펜하우어의 글이 아닌, 제 글을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7-1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는 행위는 미움받기 딱 좋습니다.쇼펜하우어 성격도 그다지 원만하지는 않았다는데, 아마 여럿 앞에서 아는 체하며 누군가를 무안하게 한 일이 있지 않았을지...그래서 상대방이 발끈한 일이 생겨 이런 글을 남기지 않았나 추정해봅니다.

페크pek0501 2012-07-11 13: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 노이에자이트 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군요. 저도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러셀도 그렇고 잘난?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높게 설정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무의식중에라도... 그러니까 이런 사람일수록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할 듯해요. 늘 겸손하게 말하는 것부터...

쇼펜하우어의 글을 보면 친구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도 있어요.
"적이 알아서 안 될 것은 친구에게도 말하지 말라."와 같은 글이요.
이 책 재밌어요. 읽고 또 읽고 여러 번 읽게 만들어요. ㅋ
그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비로그인 2012-07-1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글쎄요. 정신적으로 탁월한 사람을 지켜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나의 절친한 친구라면 잘 모르겠어요. 질투가 날 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은 자격지심이 들고 또 바짝 긴장하게 되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왠지 그 사람은 나와의 친교 상황에서도 뭔가 더 고도의 것을 추구하고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면 쇼펜하우어가 말한 '평등함'의 의지가 샘솟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저러나 저는 정신적으로 탁월하지 못하다는거ㅠ
그런 친구 있어봤으면, 또 그런 사람 되어봤으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12-07-16 13:21   좋아요 0 | URL
님도 어떤 부분에선 정신적 탁월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은 모를 수도 있지만... 어떤 글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요.
'말없는 수다쟁이'라는 닉네임의 선택도 탁월해요. 말은 없이, 글로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그 속뜻이 멋져요.

이렇게 긴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글 - 남의 글을 읽고 댓글 쓰는 것.
제가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글 - 남이 쓴 댓글에 대해 답글을 쓰는 것. ㅋㅋ

비로그인 2012-07-16 19: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페크님, 마지막 두 문장에서 아주 크게 웃었어요 ㅋㅋ
아, 정말 요새는 댓글 달기가 무서울 정도에요. 내가 하려는 말 탁 뱉어내는 것보다 남이 하는 말에 어떤 사족으 다는게 더 어려워요, 정말로!! ㅠ

정신적인 탁월함... 제 안에도 분명 도사리고 있겠죠? 광부처럼 그걸 캐내겠어요. 그런데 체력적으로나 정신력적(?)으로나 쉽게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나랑 같은 소모를 하고서도 짱짱한 사람들 보면 무척 신기하고 그래요. 음, 이것도 나만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잘 파악을 해봐야겠어요.

페크pek0501 2012-07-16 20:40   좋아요 0 | URL
까르르 까르르~~ 댓글쓰기의 어려움에 공감하시는군요. 정말 어려워요. 잘못 썼다간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말아요. 그래서 꼼꼼하게 읽고 써야 해요. 그리고 그 본문에 어울리는 적합한 말을 써야 해요. 그것도 그 댓글을 읽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로... 그러니 어렵죠. 키득키득...

"그런데 체력적으로나 정신력적(?)으로나 쉽게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나랑 같은 소모를 하고서도 짱짱한 사람들 보면 무척 신기하고 그래요"
- 이것 완전 공감해요. 저는 좀 무리했다 싶으면 금방 몸에서 피곤하다는 신호를 받아요. 목에서 귀까지 아프고 그래요. 그래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요즘도 애쓰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못 올리고 있네요.
그런데 직장에 다니면서도 자주 글을 올리시는 분들을 보면 기가 팍 죽어요. 아주 팍~~.ㅋㅋ

2012-07-18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9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