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정신적인 탁월함만큼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오직 이것만이 인간이 동물을 능가하는 점이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결정적인 정신적 우월성을 다른 목격자가 있는 데서 나타내는 것은 불손한 행위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복수하라는 식의 도전을 받았다고 느끼게 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모욕을 줌으로써 복수를 실행에 옮길 기회를 찾게 된다. 즉 상대방은 이것으로써 지성의 영역에서 만인의 평등한 의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따라서 사교계에서는 지위나 재산이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정신적인 탁월함은 결코 그런 대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설령 가장 혜택을 받는 경우에도 이것은 무시될 뿐이다. 심한 경우 정신적인 탁월함은 무례한 것으로 간주되든지, 아니면 이러한 탁월함의 소지자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면서도 얼굴을 내밀고 자랑을 해 대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을 당한다. 따라서 사교계 사람들은 남몰래 어떤 다른 방법으로 이런 인물에게 굴욕을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럴 기회를 열심히 찾게 된다. 아무리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탁월함을 나타낸 것에 대해서는 용서를 받을 수 없다. 사디는 <굴리스탄>에서 ‘어리석은 자가 분별 있는 자에 대하여 느끼는 반감은 후자가 전자에 대하여 느끼는 혐오의 100배나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A.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 186쪽~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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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적인 탁월함’이 느껴지는 친구가 있으면 더 친해지고 싶고, 감탄하며 좋아지던데...
하지만 쇼펜하우어가 말한 대로, 정반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둬야 할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