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보다 양이었다 : 그동안 이곳에 백 개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103개째로 올리는 글이다.) 언제 그렇게 많은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글을 쓸 땐 몰랐는데 모아 놓고 보니 많은 것 같아 뿌듯하다. 물론 수백 개의 글을 올린 블로거들이 많으니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와 비교해서 말하는 것이다. 나로선 백 개의 글을 쓴 그 자체가 놀라운 성과이다.


글이 나아지지 않았다 : 그동안 올린 글을 보니 수작이 하나도 없고 고만고만한 수준의 글들인 것 같다. 쉽게 쓰는 글이라 그런 것 같다. 예전엔 공들여 글을 쓰는 자세로 썼기 때문에 몇날 며칠을 두고 한 편의 글을 잡고 지낸 적이 많았다. 그러다 보면 흡족하게 완성된 글이 있는가 하면 흡족하지 못한 글이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잘 쓴 글과 잘 쓰지 못한 글의 수준 차이가 컸다. 지금은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가지고 몇 시간만에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글들의 수준이 비슷하고, 월등하게 잘 쓴 글이 없다. 그러므로 이곳에 올린 글은 과거의 글과 비교할 때 ‘질’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양’적인 면에서만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질’적인 면에서는 발전이 없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그런 그들을 부러워하며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책 읽는 방법 : 한때 책을 들고 살다시피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땐 한 달에 열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의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행복했던 때였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그 정도로 읽지 못하고 있다. 우선 책을 많이 읽으면 (그때보다 늙었으므로) 몸이 고단하고 눈은 피로하고 체력이 달려 내가 해야 할 다른 일들에 소홀해진다. 공부도 젊을 때 해야 하는 것 같다. 책을 읽을 땐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데 이런 식이다. 소설 한 권, 칼럼집(또는 에세이) 한 권, 심리학 한 권, 시집 한 권 등을 정해 놓고 하루에 두 시간은 이 책을, 두 시간은 저 책을 읽기도 하고, 오늘은 이 책을, 다음날은 저 책을 읽기도 한다.  이렇게 네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네 권을 새로 선정해 읽는다. 읽다가 기억해 두고 싶은 문장을 만나면 연필로 밑줄을 긋는다. 또 오래 전에 이미 읽은 책을 꺼내 들춰 보는 버릇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어서 가장 좋은 점은 책에서 글감을 발견할 수 있는 점인 것 같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글을 쓰는가 : 그림을 배운 적이 있다. 피아노도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젠 그것들을 할 줄 모른다. 아주 옛일이 되어 버렸다. 이제 글쓰기만큼은 중단하지 않으려 한다. 우선 글쓰기가 즐겁고, 또 한 가지의 재능은 갖고 싶기 때문이다. 꼭 성공을 지향해서도 아니고, 어떤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잘 쓰고 싶다. 그것은 마치 피아노 연주에 취미가 생긴 사람이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 마음과도 같다. 책읽기가 재밌는 한, 나의 글쓰기는 지속될 것이다. 글쓰기가 재밌는 한, 나의 책읽기는 지속될 것이다.    


감사하다 : 이 블로그는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연습장인 셈이다. 이 연습장이 없었다면 혼자서 백 개의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 준 ‘알라딘’에 감사하고, 내 글을 읽어 준 방문자들에게 감사하다. 더욱이 댓글을 남겨 주신 분들은 더욱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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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09-1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능으로 여기기보다
좋은 삶으로 받아들여
날마다 조금씩
사랑씨앗을
글에 담아 보셔요.

페크pek0501 2011-09-18 11:3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재능이란 말, 부끄럽네요. 사랑씨앗, 기억하겠습니다.

알고 보니 된장님은 여러 책의 저자이시더군요. 제가 이렇게 정보에 어둡습니다. 파란여우님과 로쟈님이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묶어 책을 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그분들의 책은 구입해 갖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제라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책을 낸 사람들은 다 제 관심의 영역 안에 있는 분들이거든요.

님의 서재에 들어가 보았는데, 댓글을 남기려다가 못썼습니다. 이 쑥스러움, 고질병이죠. 다음에 다시 방문해서 왔다간 흔적을 남기겠습니다.

아드님이 참 잘 생기셨어요. 된장이란 닉네임이 멋지고요.^^^

댓글, 감사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1-09-1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잘 모르겠는데,
우리 알라딘에선 진실하고, 진지하게 쓰면 추천을 많이 받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중요한 건, 추천을 받으려고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거죠.
꼭 추천이 내가 글을 잘 쓰는 잣대일 수는 없을텐데
아무래도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주객을 전도시키지 않고 열심히 쓴다면 또 어느 땐가는 늘어있지 않겠어요?^^

페크pek0501 2011-09-18 21:18   좋아요 0 | URL
추천 받으려고 글을 쓴다?, 재밌군요. 그렇다면 오히려 그런 자극제는 좋은 것 같은데요. 열심히 쓸 수만 있다면요.^^^

이왕 쓰려면 스텔라님의 프로젝트처럼 열정적으로 써야 하는 거죠. 제가 그 열정에 반해 드나들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제 능력엔 한 달에 4~5편의 글을 올리는 게 적당한 것 같아요. 그것도 버거울 때가 있고, 딴 일에 정신이 팔리면 아예 못 올린 달도 있답니다.

추천 수가 0인 글도 저는 많아요. 그런데 이 싱거운 후기에 추천을 누르신 분들은 참 인간미 넘치십니다. 설마 이 글이 잘 써서 누르시진 않으셨겠죠. 당신의 말에 공감한다, 열심히 해라, 하면서 힘을 주고 싶으셔서 누르신 듯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알라디너들의 매너는 훌륭한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9-18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면서 자신이 더 깊이있고 성숙해진다면 좋겠지요.그런 글이 남들에게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댓글을 통해서도 많은 공부가 되는 것도 사실이죠.

페크pek0501 2011-09-18 21:18   좋아요 0 | URL
깊이와 성숙, 맞아요. 글쓰기는 정신 수양에 아주 좋죠. 그렇지만 그걸 위해서하기보다 일단 재밌으니까 마음이 끌려 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누구나...^^^

댓글에서 저도 많이 배워요. ^^^

달사르 2011-09-18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 글을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에요. 저는 펙 님의 이 포스팅이 펙 님 방에서 읽는 첫 글인데요. 하하, 반갑습니다. ^^

일기장 같기도 하고, 연습장 같기도 하고, 때론 대화의 장 같은 이 공간의 고마움에 공감!

페크pek0501 2011-09-18 21:23   좋아요 0 | URL

새 손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많이 본 적은 있는 닉네임이네요. 아마 제가 방문한 적도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 글을 좋아하는 소수의 독자들만 있으면 됩니다. 그것으로 만족해요.(너무 속과 겉이 다르게, 폼생폼사 했나요?)ㅋㅋ

페크pek0501 2011-09-18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거운 후기를 쓴 이유 :

이렇게 백 개의 글에서 마침표를 찍고 앞으로 새 마음으로 글을 쓰려고 이 싱거운 후기를 썼습니다. 200개가 되는 그날을 향해 또 써야죠. 그때도 <이백 개의 글을 올리고 나서>라는 싱거운 후기를 쓰겠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언제 올까요... 오긴 오겠습니까?... 저도 가 봐야 알겠습니다.

2011-09-19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9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09-19 13:15   좋아요 0 | URL
추신 : 아, 님께 감사하다는 인사가 없었네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로 하여금 힘이 솟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또 추신 : 이 자리를 빌어, 이런 싱거운 글에 지지의 뜻을 표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지금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나봐요. 창 밖에 우산 쓴 사람들이 출현했어요... 비 오는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은 오후입니다. 모두,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