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나폴레옹은 자기를 바라보는 노인에게 몸을 돌려 느닷없이 말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는 웬 늙은이인고?”

“폐하.” 미리엘 씨는 말했다. “폐하께서는 한 노인을 보고 계시옵고, 저는 한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제각기 얻는 바가 있는 셈입니다.”(13쪽)



그는 또 이렇게 말하곤 했다. “무식한 자들에게는 가급적 여러 가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무상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의 죄다. 사회는 스스로 만들어 낸 암흑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음속에 그늘이 가득 차 있으면 거기에서 죄가 범해진다. 죄인은 죄를 범한 자가 아니라, 그늘을 만든 자다.”(31쪽)

 


그것이 그렇게도 흉측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의 법을 모를 정도로 신의 법에만 몰두하는 것은 잘못이다. 죽음은 오직 주님만의 권한이다. 인간들은 무슨 권리로 이 알 수 없는 것에 손을 대는가?(36쪽)


⇨ 단두대에서 사형수가 처형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미리엘 주교가 혼잣말을 한 것이다. 무슨 권리로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말인가? 하는 뜻이다.



사람들은 환자나 죽어 가는 사람의 머리맡에 언제고 미리엘 씨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이 자기의 가장 큰 의무이자 가장 큰 직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과부나 고아의 집에서는 일부러 청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는 자진해서 가 주었다.(36~37쪽)



저녁에 취침하기 전에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도둑이나 살인자를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돼. 그건 외부의 위험이고 작은 위험이야. 우리들 자신을 두려워하자. 편견이야말로 도둑이고, 악덕이야말로 살인자야. 큰 위험은 우리들 내부에 있어. 우리들의 머리나 지갑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영혼을 위협하는 것만을 생각하자.”(55쪽)


⇨ 편견에 구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나를 너무 칭찬하지는 마시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그것은 준엄한 어조에 대꾸하는 엄숙한 어조였다. 

“그게 무슨 뜻이오?” 주교가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즉 무지(無知)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오. 나는 그 폭군의 종말에 찬성한 거요. 그 폭군이 왕권을 낳았소. 학문은 진리 속에서 얻은 권위인 데 비하여, 왕권은 허위 속에서 얻은 권력이오. 그러므로 인간은 오직 학문에 의해서만 지배되어야 하오.”(76쪽)  


⇨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무지(無知)라는 것.



국민의회 의원은 말을 계속했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난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을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킬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오. 나는 공화제에 찬성함으로써 이와 같은 것에 찬성한 거요. 우애와 화합, 여명에 찬성한 거요! 나는 편견과 오류의 붕괴를 도왔소. 오류와 편견의 붕괴는 빛을 만들어 내지요. 우리는 낡은 세계를 무너뜨렸소. 그리하여 비참의 도가니였던 낡은 세계는 인류 위에 나둥그러짐으로써 기쁨의 항아리가 된 거요.”(77쪽) 



“혼합된 기쁨.” 주교가 말했다.

“혼합된 기쁨이라고 해도 좋겠지. 그런데 오늘날, 1814년이라고 일컫는 저 불행한 과거가 되돌아온 후 기쁨은 사라져 버렸소. 슬프게도 작품이 미완성이었다는 걸 나도 인정하오. 우리는 현실에서는 구체제를 무너뜨렸지만, 사상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었소. 폐습을 타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오. 풍조를 바꾸어야 하오. 풍차는 없어졌지만 바람은 아직 남아 있소.”(77쪽)



“당신네들은 무너뜨렸소. 무너뜨리는 것이 유익할 수는 있소. 하지만 분노 섞인 타도는 경계하오.”

“권리에는 분노가 있는 것이오, 주교님. 권리의 분노는 진보의 한 요소요, 그야 어쨌든,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든, 프랑스혁명은 그리스도의 강림 이래 인류의 가장 힘찬 한 걸음이었소. 미완성이긴 했지. 그러나 숭고했소. 혁명은 모든 사회적 미지수를 끄집어냈소. 혁명은 인간의 정신을 온화하게 하고, 진정시키고, 위안하고, 밝게 하였소. 혁명은 지상에 문명의 물결을 흘려 보냈소. 훌륭한 것이었소. 프랑스혁명은 인류의 축성식이었소.”(77~78쪽)


⇨ 미리엘 주교와 옛 국민의회 의원(늙은 혁명가)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혁명가의 말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풍차는 없어졌지만 바람은 아직 남아 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권리에는 분노가 있는 것이오.” 이 문장을 읽고 어떤 권리를 찾으려는 자에게는 분노가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예를 들면 노동자들이 대규모의 집회를 가질 경우 ‘분노’가 없다면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만 참석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가 있을 수 있다. 


각주) 국민의회는 입법의회(1791~1792)의 후신인 혁명의회. 공화국을 선포하고 루이 16세를 처형하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23-07-08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가 폭군이 되는군요.
나이 들면서 더 편견을 갖게 됩니다. 노력하고 있지만요.

페크pek0501 2023-07-09 14:26   좋아요 1 | URL
저 역시도 편견을...ㅋ
명대사가 많은 소설이에요. 민음사에서 5권짜리로 나온 게 있어 완독해 보려 합니다.
동화책이나 압축된 내용의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 5권을 읽는다면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아요.^^

모나리자 2023-07-11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제가 읽은 건 축약본인가 봅니다. 다섯 권이나 이어진다니 놀랍네요!
완독 응원합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7-13 10:33   좋아요 1 | URL
아마 그럴거예요. 저 역시 축약된 걸로 읽었어요.
완독을 목표로 정했습니다만 다른 책과 병행해 읽을 것이므로 올해 안으로만 완독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답니다.
저 역시 모나리자 님의 독서와 글쓰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