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연인, 규에게


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니. 무슨 지력으로 사랑할 수 있니. 나를 보는 너의 눈을 경유해 나를 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잖니. 그러므로 네가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면, 네 눈이 나를 초점화하지 않는다면, 네 눈이 동태눈깔이면 나는 나를 무어로 상상하고, 내가 무어로 존재할 수 있겠니. 네 시선, 기대, 실망 속에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돼. 아니 그러려고 노력해. 네 바라봄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조차 없어. 지금 나는 생존에 대해 말하고 있어. 네 눈이라는 내 생존의 조건에 대해.(325~326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소설 내용과 무관하게 읽는다면 이 글은 한 편의 시 같다. 



아내는 늘 자신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나를 봐주었다. 그랬던 아내인데 언제부터 변한 걸까. 왜 잊어버린 걸까. 남자들이 실은 약하다는 것. 목숨을 여자에게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것. 여자가 던지는 시선, 대상화의 프레임 속에서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쩌자고 잊은 걸까. 내가 잠시 바람을 피웠던 것도 결국에는 존재의 근거가 채워지지 않아서였다. 고작 젖과 좆과 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아내는 정말 둔하다. 어쩜 그렇게 둔할까.(326~327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인간은 대체로 자신의 변심은 안중에 없고 상대의 변심은 눈에 잘 띈다. 그런데 놓치지 말자. 많은 경우 상대가 변한 이유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본인이 상대에게 무관심했는지 신경질을 냈는지 싫증나게 만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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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12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통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기는 어렵겠죠? ㅋ 네탓보다는 내탓을 먼저 해야 하는데 잘되지는 않더라구요 ㅎㅎ

이 작품 재미있을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2 16:11   좋아요 2 | URL
이미상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어요. 너무 시원하게 쏴 주는 글을 써서요. 거릴낄 게 없음, 이 부럽더군요.
소심 소심하지 않고 조심 조심하지 않고 마구 쓰는 느낌이랄까요... 추천하고 싶은 작가입니다...^^

기억의집 2023-04-12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문에서.. 남자새끼 개새끼네 라는말이 절로 나오네요..

페크pek0501 2023-04-13 22:4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시원하게 쏴 주시는군요. 저도 소설을 읽으면서 무슨 개소리인가, 그랬어요.ㅋㅋ
그런 남자 얘기는 싹 잊으시고 좋은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