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프랑스왕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그녀는 추운 날씨에 벌벌 떨어가면서 시중들이 옷을 입혀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참기 어려워하였다. 그래서 수행원들이 옷을 입혀 주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는데 이 일로 귀족들은 깊은 원한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에서 글을 옮겨 본다.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입기 위해서는 30분에 걸쳐 4명의 시중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고 불편했던 앙투아네트는 수행원들이 옷을 입혀주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녀의 결정으로 그동안 왕비가 옷을 입는 것을 도왔던 수십 명의 수행원이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왕비 때문에 졸지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귀족들은 당연히 깊은 원한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혁명 초창기 때 귀족들이 그녀의 반대편에 서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73쪽)
- 박균호,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에서.
지금 같으면 옷을 입히는 일을 간소화하여 인건비를 줄였다고 칭찬 받을 일이었을 것이다. 해석이란 게 이렇게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2.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나는 고독의 의미를 나름 이렇게 보충해 보았다. 그것은 넘쳐도 모자라도 안 되는 필수 감정이라고. 그림자같이 늘 우리 곁을 따라다니는 고독은 인간의 숙명과도 같아 떨쳐내기도 힘들거니와 그걸 모르는 존재는 숙성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나쳐도 문제가 되니 결국 고독이란 때론 적당히 채워져야 하고 때론 적당히 비워져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겠는가.(...)
생각 없이 던지는 지인의 한마디나 행동에 통증을 느낄 때도 있는 걸 보면 흐르는 세월에 정신력도 별수 없이 쇠락해 가는가 보다.』(‘고독이나 한잔’ 중, 115~116쪽)
- 민혜,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에서.
예전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빠 정신이 없던 30대에 고독한 사람을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난 고독한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겨울을 빼고는 봄·여름·가을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놀며 흘린 땀을 씻기느라 매일 저녁에 목욕을 시켜야 했고, 여자애들이라 머리를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는 것도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었다. 또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늘 살펴야 했기에 고독을 씹으며 여유롭게 찬 한 잔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던 때였다. 언제쯤 나는 고독해 보나, 하고 생각하곤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난 뒤엔 돈을 버느라 바빴다. 지금쯤은 고독 한 잔을 마실 여유가 있을 법도 한데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다. 그저께는 반찬을 만들어 친정어머니에게 갖다 드렸고 어저께는 친정어머니의 약을 타러 큰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 그러자 네 식구의 주부인 내가 해야 할 집안일이 줄지어 있었다. 내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부지런해야 멋도 부릴 수 있듯이 말이다. 고독의 조건 중 하나는 한가로움이 아닐까. ‘고독이나 한 잔’이란 수필을 읽고 든 생각을 적어 보았다.
3. <사람을 얻는 지혜>
『모든 일에 앞서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한 분별력과 판단력이 있는지, 감정 상태가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을 철저하게 알지 못하면 결코 자신을 다스릴 수 없다.』(100쪽)
- 발타자르 그라시안,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자신을 아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난 내 성격조차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잘 모르겠다. 또 난 내가 착한지 착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어떤 때는 싸가지 없는 못된 생각을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를 알 수가 없다.
4. 코로나19 시대에 책 구매는 사치인가? :
독서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하고 어떻게 사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를 공부하게 하는 유익한 점이 있긴 하지만 꼭 그 유익함 때문에 내가 책을 읽는 건 아니다. 독서는 내게 일종의 취미다. 바둑이나 골프를 취미로 갖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냥 좋아서 책을 읽는 것이다. 취미는 삶을 위로해 준다. 그래서 난 지인들에게 어떤 취미든 갖기를 적극 권장한다. 취미로 인해 근심도 스트레스도 없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때로는 힘든 일을 겪기도 하면서 사는 우리에게 자신만을 위한 취미 생활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위로가 필요한 이 코로나19 시대에 의식주에 들지 않는 ‘책’이라고 해도 구매하는 게 사치가 아니라고 본다.
집 부근에서 어제 찍은 사진.
P.S. 후애 님이 어제 내 책에 대해 최고의 찬사로 100자평을 올리셔서 내가 다음과 같이 댓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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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카알 님의 말씀처럼 제 책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십니다.
저자가 되고 보니 알겠더군요. 백자평이나 리뷰나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중요한 건 작성자의 내용이 아니라 백자평과 리뷰의 수, 라는 것을.
별점이 몇 점인가, 가 중요하다는 것을.
저도 책을 살 때 책에 대한 신뢰도를 알기 위해 백자평과 리뷰의 수가 높은지를 확인하고 별점이 좋은지 확인하고 삽니다.
굳이 백자평과 리뷰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별점이 꽉 찬 데다가 내용까지 찬사라니, 황송합니다. 후애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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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 책 <피은경의 톡톡 칼럼>에 대해 100자평이나 리뷰를 올릴 예정에 있는 분들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자평을 간략하게 써 주셔도 황송하고,
밑줄긋기만으로 리뷰를 써 주셔도 황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