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서 공기가 맑았던 날에 찍은 하늘 사진을 올린다.  

 

 

 


2018년 11월 6일
제목 : 닮고 싶은 사람

 

 


돌아가신 아버지는 겁이 없으셨다.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는 겁이 많으시다. 예를 들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사랑니 문제로 치과를 찾았다가 의사가 사랑니를 빼야 한다고 하면 두 사람의 대응이 다르다. 아버지는 의사에게 사랑니 빼는 정도는 하나도 겁이 안 난다는 목소리로 이왕 온 김에 두 개를 빼라고 하시고 어머니는 의사에게 걱정과 불안이 섞인 목소리로 안 빼면 안 되느냐고 물으신다.

 

 

어머니는 내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하신다. 생각이나 행동이 비슷하다고 하신다. 그러나 병원에서 겁을 먹는 건 아무래도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내 표정은 경직되고 만다.

 

 

그래서인지 겁이 없는 사람이 나는 좋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는 좋다. 심각함을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사람을 닮고 싶다.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심각한 생각에 잠긴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고 마음이 괴롭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찜찜한 기분으로 살았던 경험이 내게 얼마나 많았던지.

 

 

그저께 친척 결혼식이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사촌 여동생(고모의 딸)을 만났다. 나보다 일곱 살이 아래다. 몇 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고 암 치료로 고생을 했던 동생이었기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반갑게 손을 잡았다. 예전에 통통했던 몸이 말라 있어서 걱정되었지만 동생이 기분 상할까 봐 살이 빠진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고모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동생이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해서 일부러 살을 뺐다는 게 아닌가.

 

 

다행이다 싶었다. 몸매 관리를 하고 산다는 것은 유방암을 이겨 냈다는 뜻이니까. 날씬한 몸매를 갖게 된 것에 응원을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내 입에선 엉뚱한 말이 나갔다. 살을 너무 빼면 안 된다고 운동량을 줄이라고 말한 것이다. 살을 많이 빼다가 다른 병을 얻을까 걱정되어서다. 어쨌든 병을 이겨 낸 동생은 표정이 밝아 보기 좋았다.

 

 

앞으로 겁쟁이인 내가 어떤 병이 생기든 본받을 사람이 생겨서 좋다. 그 사촌 동생의 정신을 닮고 싶어서 좋다. 닮고 싶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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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1-06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면 강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닥치면 뭐든 하게 된다란 말이 있나 봅니다.
저는 겁이 많은 편인데 언니 같은 생각을하면 좋은데
오히려 나도 저렇게 아프면 어쩌지? 그런 생각부터 하게 되더라구요.ㅠ
암튼 사촌 동생 건강해지셨다니 다행입니다.^^

페크pek0501 2018-11-06 15:34   좋아요 1 | URL
환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태평하게 사는 걸 보면 위안이 됩니다.
언젠가는 나도 병을 얻게 될 터이고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을 보면 절망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같거든요.

지금 70세 넘은 노인들을 보면 거의 병을 가지고 있고 약 복용으로 장수하는 것 같아요. 예를 하나 들면 옛날 같으면 혈압이 높아서 오래 못 살았을 테지만 지금은 혈압 약 복용으로 건강하게 살지요. 당뇨병도 마찬가지예요.

사촌 동생이 얼마나 날씬해졌는지 깜짝 놀랐어요. 인간의 의지는 그처럼 놀랍습니다.
우리 건강하게 살되 병을 얻더라도 태평하게 살자고요. 이 장수시대는 다 그렇다, 이런 생각으로요... ㅋ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

서니데이 2018-11-06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에 안전안내문자가 왔어요. 내일 수도권에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고, 바깥이 비올 것 같았는데, 미세먼지 때문이었나봐요.
사촌동생분이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나가셔서 다행입니다.
페크님도 건강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11-07 18:40   좋아요 0 | URL
사촌동생처럼 병이 있어도 씩씩하게 태평하게 사는 모습 보면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나도 병 얻으면 그렇게 살면 되겠구나 싶어서요. 롤모델을 본 것처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미세먼지가 많아 불편했어요. 그토록 흔했던 맑은 공기가 그리웠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건강하고 즐겁게 사시실...
고맙습니다.






오후즈음 2018-11-06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분이시네요. 어떤 상황속에서 자신을 일으키는 힘을 갖는다는것. 본받고 싶네요

페크pek0501 2018-11-07 18: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그래요. 나이는 저보다 아래인 동생이지만 존경스럽죠.
어떤 상황속에서도 자신을 일으키는 힘. 저도 갖고 싶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