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이 며칠 만에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말했다. 다 읽었다는 것을 어젯밤 잠잘 시간에 알았으므로 무엇을 느꼈는지를 아직 물어 보지 못했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 이 책이 왜 화제의 책이 되었는지 알고 싶어서 구입했었다.
큰딸은 워낙 독서를 좋아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책과 친하지 않은 막내딸에겐 “이 책 읽어 봐.” 하고 책을 던져 줄 때가 종종 있다. 재미없지만 끝까지 읽어 볼게, 하면서 더디게 읽는 책도 있고 이 책처럼 재미있다며 빨리 읽는 책도 있다.
누구나 훗날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는 상대가 생기면 상대의 가치관을 잘 알아 두고 나서 결혼하는 게 서로 좋다는 생각이다. 결혼한 다음에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라는 말이 오가는 상황에 직면하면 안 되니까.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이 유익할 거라고 본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상대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겠지만 상대의 장점을 크게 생각하고 결혼하기로 한 경우보다 상대의 단점을 알지만 그 정도는 참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결혼하기로 한 경우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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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은 (...)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더니 원래 골키퍼가 있어야 골 넣을 맛이 난다는 둥 한 번도 안 해 본 여자는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여자는 없다는 둥 웃기지도 않는 19금 유머까지 남발했다. 무엇보다 계속 술을 권했다. 주량을 넘어섰다고, 귀갓길이 위험하다고,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해도 여기 이렇게 남자가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니들이 제일 걱정이거든. 김지영 씨는 대답을 속으로 삼키며 눈치껏 빈 컵과 냉면 그릇에 술을 쏟아 버렸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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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조금 넘자 부장은 김지영 씨의 잔에 맥주를 가득 채우고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이 다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대리기사와 통화하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내 딸이 요 앞 대학에 다니거든. 지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제 집에 간다고 무서우니까 데리러 오라네. 미안한데 나는 먼저 갈 테니까, 김지영 씨, 이거 다 마셔야 된다!”
김지영 씨는 겨우 붙잡고 있던 어떤 줄 하나가 툭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의 그 소중한 딸도 몇 년 후에 나처럼 될지 몰라, 당신이 계속 나를 이렇게 대하는 한.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116~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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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역지사지해서 상대를 배려하는 게 왜 그리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