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오마이뉴스
심상정 경기도지사 진보신당 후보가 어제 후보 사퇴를 했다. 개인적으로 예상은 했지만, 실제 사퇴의 과정을 밟기 까지, 그 고민과 갈등을 둘러싼 주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는 표현 자체로도 정리할 수 없는, 아니, 그 표현 자체가 무례해보이기까지 한, 며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심상정 씨의 사퇴를 정치사회학적 접근이나, 흔히 정치비평에서 많이 쓰이는 수사인 '정치공학적 측면'으로 분석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그 어떤 인간적인 감정이라고 할까. 정치판이라는 세계에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갖는 내면의 혼란,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을 가다듬고, 밖에서는 정돈된 기조와 의견을 보여주는 그 사이. 나는 정치인의 생리를 잘 모르지만, 그동안 봐왔고 경험했던 시간 안에서, 역사는 늘 정치인이 되려면 '선인'은 될 수 없다는 안타까운 교훈을 주었던 것 같다. 고로, 이 말을 뒤집어보면, 심상정은 현실 정치 내에서 그 기능과 소임을 다할 수 없음을 사퇴 발표로 보여줌으로써, 그가 사퇴하면서 갖는 인간적 고뇌, 아직 인간으로서 놓치고 싶지 않은 '선함의 의지'들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냉정하게 말해서, 사람들은 그녀의 사퇴를 통해 그녀를 '선한/좋은 사람'심상정으로 기억할 수 있으나, '능력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심상정은 또 다른 시선으로 평가할 것이다.)
* 다만 한가지, 사람들은 백분토론에 나와 신랄한 사회 비평을 실천하는 심상정과 노회찬에게 '평론가'로서의 소임을 늘 기대했으면서도, 이 두 정치인이 정작 정치를 하기 위해, 보여주는 정치 언어에는 '이상주의자'란 말, 그리고 '정책의 비현실성'이라는 말로 쉽게 정리를 해버렸던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정치 언어가 현실성이 없는 걸까? 사람들은 평론가 심상정, 평론가 노회찬만을 보고 싶어했던 건 아닐까. 이미 진보=이상주의자라는 프레임 안에서 사고함으로써, 그들을 '유연하지 못하고 철없는 정치인' 으로 낙인찍은 건 아닐까. 고로, 영화는 잘 비평하는데, 정작 영화 자체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잘 못 만드는 이로 못박아놓고 있지는 않은 걸까. 그 점은 유감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나치게 냉소적인 것 아니냐고 평가할 수 있지만, 나는 심상정의 결단에 '반한나라당연대'를 지지하던 이들이 어제 주로 언급했던 "심상정 씨, 대인입니다.", "비례대표는 진보신당을 찍읍시다" "민주당과 국참당은 만약 잘 되면 당연히 심상성과 진보신당을 배려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그리 '인정'섞인 시선으로 접근하고 싶진 않다. 대중은 얼마든지 변덕스러울 수 있으며, 결정적일 땐 '방관자'가 되거나, 발을 뺀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심상정을 존경한다. 그녀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퇴함으로써 생기는 어떤 정치적 이익을 기대했다기보다는, 그녀는 아마도 사퇴 이후 기로에 선 진보신당의 운명, 그리고 이 운명에 대해 (범야권단일화라는 이름으로 뭉친)다른 정당들은 물론이거니와 대중들이 윤리적인 책무를 가지고, '진보신당의 명운'을 함께 고민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스스로 했을거라고 본다.
너무나 안타까운 수긍이지만, 다들 정치라는 세계를 알지 않는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정치판에 제발 들어가지 말기를"과 같은 말이 인생의 관용구처럼 떠도는 현실. 이 현실의 생리, 그 아픔과 고통을 '진보정당의 열악함'속에서 그 누구보다 잘/ 많이 경험했을 심상정. 그녀에게 이 현실 정치가 보여주는 '순간'의 일희일비. 그 자연스러움에 대한 예상이 오히려 그녀가 고뇌하는 거리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인간 심상정과 정치인 심상정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게, 아니 사고하여야 하는게 안타깝지만, 오히려 그 안타까움을 줄이기 위해 고뇌한 정치인이 있다면, 나는 그 중 심상정을 꼽아야 한다고 본다. 그녀가 정치인을 꿈꾸며 상상하고 그렸을 '인간적인 것'. 그 가치가 무엇인지, 이 씁쓸하고 안타까운 사건은 우리에게 숙제 하나를 던져준 것 같다. 아직 내 나이가 정치란 무엇인가를 정리하기엔 그 연륜이 짧지만, 가장 '인간'이란 단어와 개념이 직,간접적으로 많이 쓰이는 정치. 그러나 정작 정치는 우리가 인간적인 것을 꿈꿀때, 그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하는, 계기로 작동하는 사건의 연속이 아닐까라고 중간 정리를 해본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정치 안에서, 과연 우리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인간이길 포기해야 하는가? 정말 우리는 괴물이 되어서라도 우리가 꿈꾸는 그 무엇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는 걸까? 다시, 홉스를, 다시 루소를 읽어야 겠다. 아니, 다시 성경을 펴자. 신 만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물론 나는 므두셀라보다 더 많은 나이를 살아도 답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제 공교롭게도 미국 프로야구 경기 중, 클리블랜드 투수 오브리 허프가 양키즈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즈의 타구에 머리를 정면으로 맞는 사고가 있었다. 아마, 어제 허프만큼 머리가 띵하고 아픈 이를 꼽으라면, 심상정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허프는 걱정하는 뉴욕 양키즈의 홈 관중들에게 실려나가는 과정 속에서도 엄지 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자신은 괜찮음을 표했다. 재미있게도, 함께 그 장면을 본 내 온라인 지인들은 허프가 올린 엄지손가락을 보고, 터미네이터 2의 명대사를 연발했다.
"I'll be back."
지금 그녀에게 이런 말로 응원과 존경을 표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하다.
현실적으로 그녀 앞에 쌓인 예상 밖 난관들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돌아온다면, 나는 펜을 들고 싶다.

"응원합니다. 심상정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