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들을 볼 때면 가장 신기했던 게, 모두가 '생방송'으로 챙겨봐야한다고 스포츠 경기들에 대체로 무관심했던 태도였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렇다. 월드컵이 되었는데, '드디어' 이번 월드컵부터는 설레이는 마음이 사라졌다.(내가 기억하는 월드컵은 1990년 이태리 월드컵 부터다.) 심지어 요즘엔 그냥 하이라이트로 잠깐 챙겨 보지 뭐,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중학교 1학년 과학 시간에, "선생님 제발 오늘은 수업 10분만 하고 보지요!"라는 친구들의 건의를 큰 소리로 지지했던 나. 결국 FM이셨던 선생님의 수업 강행으로, 친구와 나는 조용히 라디오를 들으며, 홍명보의 추격골, 서정원의 극적인 동점골에 환호를 참아가며 좋아했다.(그땐, 내가 키가 제법 컸다는 것이 그리도 감사할 수가.)
하지만, 이젠 그런 추억들을 애뜻하게 지금 다시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고, 얼마든지 텔레비전을 끈 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내가, 가끔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