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대학 동창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원래 늠름하고 믿음직한 친구였지만, 결혼 예복을 입었을 때 보이는 그 인상은 신부에게 충분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친구와 분위기가 닮은 신부, 주례를 맡은 목사님의 썰렁한 농담과 그 농담에 웃어주는 하객들,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 하나, 같이 온 친구들끼리 고민했던 모습, 이젠 경사와 조사를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친구들의 모습과 살이 붙거나 혹은 살이 빠진 친구들의 모습, 한 놈은 여자친구의 손을 꼭 붙잡고, 한 놈은 대학교 1학년 때의 여드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한 놈은 여전히 자신만의 익살을 선보이고, 한 놈은 여전히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 메모하기에 바쁘다.
어김 없이 찾아오는, 부재한 친구들 그리워하기, "뭐 하고 사나?"에서부터, 다시 1학년 때로 돌아가 나누었던 추억들을 곱씹어보기. 지난 번에 배아프도록 웃었던 추억담을 다시 틀어도 친구들은 그게 좋다고 또 웃는다. 그리고 어색한 이별, 우리 한 번 뭉치자라는 선의의 빈 말만 주고 받은 채, 어색한 침묵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지하철에서 조근조근 나누다보니, 어느새 "또 누가 결혼할까?'라는 예상 놀이를 마지막으로, 헤어짐.
어쩌면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이 추억들을 자양분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추억들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해본다. 삶에 대한 편안한 감정, 행복 자체를 마음 놓고 부려볼 수 있는 시간과 장소. 그러다가도 다시 '마음매무새'를 만지다보면, 또 나는 삶을 왜 그렇게 어렵게 살려고 마음 먹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