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한 부여 답사

'유홍준 선생과 함께하는 부여 답사'에 당첨되고 바로 책을 주문해 '당일배송'으로 받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까 예습은 필수, 일단 답사지인 부여 문화권만 읽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흥미로웠지만, 내고향 충청도 말의 오리지날 버전이 곳곳에 나와 깔깔 대며 읽었다. 충청도 사람이 느린 것은 동작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어리숙해 보이는 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기질을 모르는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이다. 유홍준 선생님은 부여 정착 5년 만에, 충청도 사람들의 말투와 기질을 제대로 이해한 듯하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운전자에게 다가가
"그러케 바쁘믄 어저께 오지 그랬시유!" (384쪽)
라는 대사는 정말 압권이다.ㅋㅋㅋ

우리 문화재의 가치와 매력을 알려주는 유홍준 선생님의 달변을 듣는 책읽기는 즐거웠고, 시리즈를 모두 소장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는 내겐 교과서이고 참고서이다. 독서회 문학기행을 준비하거나 테마여행에 앞서 꼭꼭 챙겨보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5월 28일 토요일, 광주에서 서울 현대백화점 주차장까지 가려면 새벽 2시 고속버스를 타야 했다. 3시 버스를 타면 시간이 딱 맞는데, 유감스럽게 새벽 2시 이후 4시까지는 운행되는 게 없었다. 더구나 광주에서 부여로 바로 가는 건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 새벽 1시 30분 집을 나서는데, 거나하게 취한 남편은 그 시간에 귀가하면서 지금 가는 거냐고... 나 같으면 안 간다는 멘트를 날려주셨다. 하아~ 새벽 3시에 독도 체험학습도 갔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는 막내의 호응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드디어 집합 장소에 도착해 창비 스탭들을 찾다가 마노아님을 만났다. 신새벽에 마노아님과 동행인 '야곱'까지 알현하는 행운은 여행길의 즐거움을 더했다. 6시 50분 우리를 찾아 온 창비 스탭을 따라 버스에 오르니 다른 분들은 이미 탑승해 있었다. 운 좋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전석 뒤 세번째 자리가 비어 있었다. 10여년의 독서회 문학기행과 답사에서 얻은 결론은 세번째 자리가 최고의 명당이라는 것. 왜냐면 주최측에서 마이크 잡고 안내할 때 파편이 튈 위험도 없고, 눈 맞추고 교감하기에도 딱 좋은 자리다. 안내 중에 유홍준 선생님도 다년간의 답사에서 앞자리부터 '춘하추동'으로 구분해 참가비를 다르게 받았다고 하셨으니 증명된 셈이다.^^   

내 인생 최고의 답사를 선사 할 유홍준 선생님은 갈색 신사로 차에 오르셨다. 와우~ 사진으로 친숙한 선생님은 생각보다 마르고 웃으면 다정다감해 보였다. 스텝들을 소개하고 곧바로 줄줄 풀어내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참여정부 인사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 정경유착 극복,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하셨다. 현재 5도 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생활을 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될수록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섬으로 가면 더 좋겠다고 하셨다지만... 명사들이 지방에 정착해야 지역발전에 일조한다는 건, 유홍준 선생님이나 감성마을의 이외수 작가 경우를 봐도 맞는 거 같다.

우리를 편안하게 데려다 준 승산고속버스. 2호차 노란 이름표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을 꽂아 둔 센스라니!^^ 
유홍준 선생님 20년 답사의 동반자인 마기사님도 살짝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우리가 돌아보게 될 부여에 대한 안내와 20년 답사의 에피소드 보따리를 푼 선생님의 달변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흘러, 20대 1의 경쟁을 뚫고 당첨된 알라딘과 교보에서 온 동행자들을 소개할 시간이 없었다. 대표로 가장 멀리 선 온 부산아가씨와 광주댁 순오기만, 이벤트 당첨의 행운을 가져온 구구절절한 사연과 더불어 본인 소개를 잠시 했었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마음대로 상상하시길~^^    

  


선생님 손에 든 CD는 손수 선곡한 답사 음악으로 12집까지 만들었다는데, 유독 즐겨 들었던 '내 나이 마흔 살에는'에 젋은 동행자들이 진저리를 쳤단다. 답사 경력 10년 20년이 지나 그들의 나이가 마흔이 되었을 때에야, 정말 좋은 노래라는 걸 알아주었다던가~^^ 음악도 감성이 통하고 공감할 나이가 돼야 그 심오한 맛을 아는 법이다.

부여에 도착할 때까지 성악과 오케스트라 연주 및 팝과 가요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음악에 취했다. 특히 선생님이 제일 좋아한다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마이클 볼튼이, 보스니아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에서 부른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실황녹음은 전율이 일 정도로 황홀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잠시 백제 별궁 연못인 궁남지에 들렀다.  선화공주와의 사랑을 노래한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이십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단다. 부여군수가 유홍준 선생님의 휴휴당을 반짝 들어다 궁남지에 놓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바로 그 궁남지다.

 

 

 

 
때가 일러 연꽃은 안 피고 수련만 간간이 피어 있었다. 우리 모녀는 유홍준 선생님 설명을 안 듣고 자유롭게 궁남지를 돌아보다가 단체촬영 하늘 걸 뒤늦게 발견, 소리치며 달려가 인증샷을 남겼다. 사진 찍은 분이 어디에 올려둔다고 했는데, 창비나 부여문화원 사이트를 가봐도 사진이 없다. 으흐윽~ 내 카메라에도 담았어야 했는데... ㅜㅜ 

정림사지 주차장에 도착해 다른 차에 탑승하기 전, 선생님께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광주로 돌아갈 때 논산까지 가는 길을 여쭈었더니, 부산아가씨와 광주는 일행 중에 같은 방향 분이 있으면 연계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셨다.

  

부여 정림사지 주차장에서 부여문화원 답사팀과 강남구청 답사팀을 만나, 선생님은 다른 차에 탑승하셨다. 우리 2호차는 유홍준 선생님 답사 모임에서 20년째 말뚝총무라는 눌와의 김효형 대표님이 마이크를 잡았는데, 유홍준 선생님이 한국답사 1인자라면, 당신은 2인자로 청춘을 버스에서 보냈단다. 유홍준 선생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출판사 눌와(낮은 오두막)를 시작했지만, '유홍준의 서양 미술사'를 출판하고 역시 선생의 품을 벗어나지 못했단다.^^   

눌와의 대표도서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박상진 <궁궐의 우리나무>
승효상 <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 문화재청<한국의 문화유산>

 

 

 

  

 


유홍준 선생님은 답사를 다녀도 크고 번듯한 식당보다는 작은 식당에 가고, 원조집보다는 그 옆집을 이용한다고.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때문에 유명해진 작은 마을에 쑥 들어간 곳에 00식당이 있었는데, 돈을 많이 벌었는지 중심가로 나와 식당을 크게 연 후에는 그 곳에 가지 않고 또 다시 작은 식당을 찾아서 다녔단다. 작은 식당은 소박한 밥상이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해 좋다고... 사전답사를 다니면서 말뚝 총무가 식당을 예약하고 먼저 친했지면, 나중에 간 유홍준 선생님이 자신보다 더 친하고 먼저 아는 것처럼 하신다는 고발은 애교스러웠다.^^ 

 
첫 목적지는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 3층 석탑, 정겨운 고향 같은 풍경이 먼저 반긴다. 일행들 앞 왼쪽에 탑이 작게 보인다.

  

보물 제 184호 장하리 3층 석탑. 해발 25m의 야트막한 구릉이 동.북.남의 3면을 둘렀고, 탑은 트여진 서쪽을 향해 있다.
고려시대에 정림사 5층석탑을 본받아 세운 아주 앙증맞게 귀여운 석탑이다. 3층 몸돌의 가운데를 반만 깎은 것이 더욱 멋있어 보이게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389쪽)    

넓지 않은 지대석과 기단석 위에 모서리 기둥석과 면석을 각각 따로 갖춘 가구식 구조라고 한다. "정림사지 5층석탑을 본받았다는 양식적 동질성을 보여주지만, 그것을 맥없이 베낀 것이 아니라 은근히 미적 변주를 가해 자기만의 독특한 미감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결코 재탕이 아니라 경쾌한 변주이고 익살조차 느껴지는 일종의 패러디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이것이야말로 백제의 여운이라는 느낌을 준다." (387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림사지 탑을 먼저 보면 압도당해 장하리 탑의 매력과 가치가 시시해보이기 때문에 정림사지 탑보다 먼저 봐야 한단다.^^ 

해설하기 전, 일행이 당도할 때까지 개별 사진을 찍었는데, 선생님은 광주, 부산, 대구~ 먼데서 온 사람부터 우선권을 줬다.^^ 

  

마노아님과 마노아님의 '나의 야곱' 그리고 순오기와 막내의 이쁜척 인증샷~^^

 

장하리 탑 옆과 앞마을 풍경~ 집앞의 불두화: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고 부른다고. 불두화와 백당나무는 구별하겠는데, 솔직히 수국과 불두화는 뭐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장하리 탑을 보고 돌아 나오는 길, 도시인들의 눈을 반짝 뜨게 했던 이앙기로 모내는 풍경~ 하하, 대부분의 도시 촌사람들은 장하리 3층 탑보다 더 몰입하더라는... 우리 막내도 모내기 처음 봤다며 연신 핸드폰으로 찍어댔다. 어쩜 좋아~ 도시 촌넘(?^^)을!  
 

  

 
두번째 답사지 부여군 임천면 구교리 대조사로 가는 길,  마을 풍경이 예뻐 저기에 친정이 있다면 좋겠다,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대조사는 파라솔 관음상과 꽃사슴 해탈이와 산딸나무로 기억된다. 5월 산하의 푸르른 신록은 안구정화에 좋았고, 산딸나무의 산뜻한 흰 꽃은 눈부심이 더했다. 넉 장의 하얀 꽃받침이 꽃처럼 피어난 산딸나무는 우리 동네에서도 종종 보는 나무라 더 반가웠다. 서양인들은 이 나무를 개나무(Dogwood)라고 부른다니 너무 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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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사에 오르기 전 우리는 유홍준 선생님의 해설에 집중했다. 창비에서 찍은 사진인데, 유홍준 선생님과 펼쳐 든 자료집 사이에 녹색옷 순오기가 보인다. 절묘한 위치에 있었군.ㅋㅋ(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대조사는 전설에 의하면, 고려때 한 노승이 바위 아래에서 수도하던 중 어느날 큰 새 한 마리가 바위 위에 앉은 것을 보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어느새 바위가 석불로 변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절 이름이 대조사(大鳥寺)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석조관음상은 정통 불상이 아니라 어딘지 토속적인 장승 같은 이미지에서 발전했다는 인상을 준다."(395쪽)  
대조사 원통보전 뒤로 보이는 석불~

  

대조사 용화보전 옆으로 보이는 석불, 용화보전 안에 들어가 앉으면 앞 창으로 석불이 보인다기에 신을 벗고 들어갔다.

 

유홍준 선생님은 사람들이 드나들기 좋게 앞문을 활짝 열기 위해 무등을 탔었다.^^ 앞 창으로 보이는 석불~

 
  
 
"석조보살상 옆 바위틈에서 자란 늠름한 소나무가 마치 파라솔처럼 머리 위로 뻗어 있다. 파라솔의 솔은 태양을 의미하는 솔(sol)과 소나무의 솔(松)의 의미까지 합쳐졌단다. 세월의 때를 입혀가며 자연과 인공을 결합시키는 마음은 이 땅의 문화가 만들어낸 가장 큰 미덕이다."(398쪽) 우리 문화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문장이라 밑줄 좌악~ 그었다.^^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과 많이 닮았다는데, 높이가 10미터나 되는 바위 머리 위에 네모난 관을 쓰고 있는 보살상이다. 머리 위의 관은 이어 붙인 듯. 미륵은 석가모니불에 이어 중생을 구제할 미래불이고,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와~ 해탈이다!!
대조사의 명물, 귀염둥이 꽃사슴 해탈이~ 마을에서 새끼 사슴이 태어나자 절에 시주해서, 스님이 우유병에 분유를 타서 키운 사슴이다. 세살이던 진돗개 복실이는 제집을 내어주고 밖에서 자며 지켜주었다고 한다. 주지스님 말씀에 의하면 된장을 좋아하는 녀석이 마을에 내려가 여러 집 장독대를 깨서 묶었다는데, 멀리서 온 팬들을 위해 풀어주었다. 모두들 해탈이의 출현이 반가워 연신 셔터를 눌렀는데, 녀석은 신경도 안 쓰고 저 하고픈 대로 다 하더라. 미끈한 몸매에 카리스마도 짱!!^^  

해탈이와 주지스님은 너무 잘 어울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산딸나무 잎을 따 먹고 근처의 풀도 뜯어 먹었다.

 
   

책에는 해탈이의 출산이 오늘내일 한다고 써 있었는데, 새끼를 낳았다면 아기 사슴은 엄마랑 함께 살지 않는지... 엄마가 절집에 사니까 아기 사슴은 마을에서 아빠 사슴이랑 사는 걸까?  엄마랑 떨어져 산다면 엄마처럼 젖병에 탄 분유를 먹으며 사는지도 궁금하다. 그저 사람이든 짐승이든 제 부모 밑에서 크는 것이 최선의 길인데... 아, 복실이도 보고 싶었는데 못봤다.

   

잠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이 아쉬워 다시 뒤돌아 보게 되더라. 석불 앞에서 내려다 본 풍경~
   

 


점심 먹으러 가기 전 일정에 없던 보너스 답사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녹간마을의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은행나무는 500년이 넘으면 측정하기가 어렵다는데, 이 은행나무는 천년 이상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침 운 좋게도 은행나무 가지가 뻗어 장독대까지 늘어졌던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수복(82세) 할아버지가 오셔서 은행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 할아버지는 은행나무가 군노거수로 지정되고 천연기념물(320호)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수고를 하신 분이었다. 은행나무 아래 아무 곳이나 방석을 깔고 앉으면 하루 종일 그늘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람한 나무였다는데, 죽은 가지를 많이 잘라냈고 제 몸들 지탱하기도 어려워 받침대를 세워 보존하고 있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하면서 전국의 오래된 나무들이 죽었다고, 인간의 잘못을 질타하셨다. 이 나무도 죽어가는 것을 3년간 공들여서 살려냈다고 한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쌀 한 말씩 걷어서 은행나무 제사를 지냈는데, 지금은 군에서 제사를 주관한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뒤늦게 전 문화재청장을 알아보고 두분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러니까 은행나무를 보호수로 지정받기 위해 유홍준 청장 이전에 문화재청에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면서 모든 일을 마무리 짓는데 20년이 걸렸다고 하셨다.ㅜㅜ  

 

우리 막내가 만지는 가지는 지금은 잘렸지만, 옛날에는 더 많이 뻗어나간 자리에 할아버지 집이 있었다고...

 

은행나무 보러 가는 길과 은행나무 곁에서 만났던 풀꽃들~
양파꽃도 처음 보는 우리 막내,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감자, 보랏빛 꽃이 예쁘다고 극찬한 자주달개비, 여고생 교복을 더 하얗게 표백한다는 설에 헹굴때 꽃즙을 짜넣었던 추억의 꽃!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김수영의 시를 읊조리고 싶었던 풀밭. 민들레 홀씨를 후후~ 불고 싶었고, 거대한 은행나무 밑에 지천으로 떨어진 은행을 주워가는 아이들이 없다는 게 서러웠다.

  
  
  


금강산도 식후경~~~~ 신새벽부터 길었던 하루가 이제 점심시간이다. 
유홍준 선생님 답사회 20년 단골집이고, 주말에 내려가면 아침밥을 대놓고 드셨다는 삼호식당이 아니고, 맞은편 은혜식당에서 진수성찬의 밥상을 받았다. 아~ 부침개를 비롯한 이름도 알 수 없는 산나물과 쫄깃쫄깃한 묵은 입맛을 북돋았고, 비빔밥에 청국장도 훌륭했다.   

 
 

서양요리에는 샐러드만 있고 우리나라처럼 데치고 삶아서 무쳐 먹는 나물은 없단다. 오호~ 나물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니 몰랐다. 서양에서 독초로 분류하는 것도 삶아서 독을 빼내고 나물로 무쳐 먹은 조상들의 지혜는 정말 대단하다!!



 

맛나 보이나요?
자~ 이제 점심도 먹었으니, 잠시 쉬었다 무량사에서 정림사지까지 안내하렵니다!! ^^  

2탄 무량사에서 성주사까지 

3탄 반교마을에서 정림사지까지

 

아~ 지역경제를 위해 부여에서 사온 다래나물과 묵, 그리고 기름에 튀기지 않고 전통방법으로 구워낸 알곡(오곡)~~~~ 
도토리 묵이 아니고 뭐라고 했는데, 못 알아 들었다~ 강원도에서는 올갱이라고도 하는 논에서 나는 마름 비슷한 게 아닐까 짐작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여튼 표고가 흔한 고장이라 묵에 표고버섯도 잘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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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선생님이 무량사 앞에다 나물박물관을 세워 나물의 종류와 가치를 가르쳐주면서, 외산장에 내다파는 할머니들의 나물을 봄철 내내 사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부인에게 의기양양 얘기했더니... 

"그러다 산나물 씨가 마르면 당신이 책임질 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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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한 부여 답사 2~무량사에서 성주사지까지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6-07 12:26 
    "소비자가 문화를 만든다"정림사지 박물관 주차장에 도착해 부여문화원 팀과 강남구청 팀 버스에 차례로 탔던 유홍준 선생님이, 대조사 답사 후에 다시 2호차에 타서하신 말씀이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이 아직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지 못하는 이유는 강남구 사람들이 책을 안 사기 때문이란다. 강남구청 팀에서 책을 사서 읽은 사람은 딱 둘, 선생님의 대학 선배 부부 뿐이었다고. 선생님의 설명에 끄덕이고 호응하며 소통과 교감이 활발했던 우리 2호차는 졸지에 우수반으
  2.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한 부여 답사 3~ 반교마을에서 정림사지까지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6-10 15:21 
    궁남지에서 찍었던 단체 사진을 창비 블로그에서 찾았어요~~~ http://blog.naver.com/mydapsagi/1001294846762호차 우수반 범생이라고나 할까요~~ ^^자~ 이제 부여 답사 페이퍼 3탄, 답사 후기의 종결자 되겠습니다~~~~장황하게 주절거린 페이퍼 읽느라 고생하셨지만, 마지막이니까애정의 끈을 놓지 말고읽어주세용!^^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부여 답사에서 유홍준 선생님은 문화재를 설명하면서누차 '인생도처유상수'라 말씀하셨다
 
 
sslmo 2011-06-0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좀 마르셨네요~
유홍준 님은 글도 글이지만, 구수한 입담이 백미죠.

순오기님도 되게 오랫만에 뵙는거네요.
반가워라, 와락~^^

순오기 2011-06-03 18:19   좋아요 0 | URL
많이 마르셨더군요. 옷이 큰지 어깨도 헐렁했고...
정말 입담이 대단했어요, 쉬지 않고 계속~~~~~ㅋㅋㅋ

양철댁도 어머님 병간호 하느라 힘들었지요?
알라딘 마실 다니는 걸 보니 퇴원하셨나 봐요.

pjy 2011-06-0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좋아~ 도시촌놈들^^; 계속 작성 기둘리는중입니다..

순오기 2011-06-03 18:20   좋아요 0 | URL
흐흐흐~ 도시 촌놈에겐 신선한 풍경이지요.ㅋㅋ
종일 일보면서 들락날락 추가하는 중인데, 진전이 느리네요.ㅜㅜ

잘잘라 2011-06-0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 전 선생님도 마르긴 마르셨는데
세월을 숨길 수 없는 건 역시 머리에 내린 서리입니다.
제 머리도 한 번 쓰다듬게 되요.

대전에서 업으로 인테리어 공사할 때 느꼈던 그.. 느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던 그.. 느림..
실제로는 2~3년 살았는데, 한 십 년 세월로 느껴져요. ㅎㅎ

그런데 엄... 순오기님은 왜 날이 갈수록 더 젊어지시나요?
비결 좀 알려주삼~

순오기 2011-06-03 18:22   좋아요 0 | URL
재작년에 회갑 지냈다는데 생각보다 연세가 들어보였어요. 마르셔서 그런지...

충청도의 느림을 체감하셨군요.ㅋㅋ
저도 가까이 보면 제 나이 다 보입니다~ 이젠 숨길 수 없어 긴머리로 위장하고 삽니다.^^

hnine 2011-06-0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진 건 별로 없으면서도 부럽다는 소리 잘 안하는 타입인데, 오랜만에 그 소리가 나옵니다. 부러워요. 문화유산 답사기 읽고서 우리 문화유산 보다 어딘지 개구장이 같은 구석을 가진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에게 할 소리가 아니지만)저자에게 더 관심을 잔뜩 품었던 시절이 있었던 사람으로써...ㅠㅠ
따님, 아유, 예뻐요. 마노아님과 야곱님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이거 댓글만 써도 한 페이퍼 감이 되겠어요.
불두화가 수국보다 키가 좀 크지 않나요? 꽃은 수국이 좀 더 크고 색깔도 불두화는 그 고유의 미색. 저도 더 정확히 알아봐야겠어요.

순오기 2011-06-04 00:49   좋아요 0 | URL
오호~ 유홍준 선생님에게 관심이 많았었군요.ㅋㅋ
수국과 불두화의 차이는 아래 글샘님이 설명해주셨네요~ ^^

글샘 2011-06-0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은 잎사귀가 깻잎처럼 동그랗구요,
불두화는 꽃은 비스무레하지만 잎사귀가 공룡발톱처럼 세갈래로 갈라져 있답니다.
꽃은 정말 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렵지요. ㅎㅎ

음... 저는 부산서 못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용자도 있군요. ㅎㅎ
이렇게 마노아님과 순오기님 덕택에 뭐, 안가도 구경 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1-06-04 00:51   좋아요 0 | URL
아하~ 수국과 불두화가 꽃은 비슷하지만 잎사귀 모양이 다르군요.
확실한 구별법을 알았으니, 이제 꽃이 아닌 잎사귀로 구별할게요.^^

부산에서 온 27살 아가씨는 전날 심야에 무궁화를 타고 왔다는군요.
저는 날새면 부산가는데, 부산 가서 글샘님께 콜~ 할지도 몰라요.^^

blanca 2011-06-0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불꽃 튀겨 가며 정독했어요. 그만큼 너무 멋진 답사 페이퍼입니다. 빨리 다음 편을 올려주세요^^

순오기 2011-06-04 00:53   좋아요 0 | URL
불꽃 튀겨 가며 정독하셨다니, 시간을 많이 들여 쓴 보람이 있네요.^^
날새면 부산으로 날라야돼서 아무래도 2탄은 부산 갔다 와서 일욜에나 쓰게 될...

마노아 2011-06-0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제 사진이 있군요! 조만간 순오기님 찍은 사진 메일로 보내드릴게요.^^ㅎㅎㅎ
대조사 법당 안에서 찍은 사진 부러워요.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어요.ㅜ.ㅜ
다음 편 어여 이어 쓰여요!!

순오기 2011-06-04 00:5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 우리를 찍은 것도 있군요. 기대할게요~~~
대조사 법당 안에 들어간 건, 내가 유홍준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주지스님께 양해를 구하셨어요. 그래서 그때 곁에 있었던 사람들만 들어갔지요~~~^^

소나무집 2011-06-0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님의 입담만큼이나 순오기님의 글담도 훌륭합니다.
이 긴 글을 한숨도 쉬지 않고 읽었다니까요.
요즘 알라딘에 무심했더니 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거도 몰랐어요.
알았다면 한번 신청이나 해볼껄.

순오기 2011-06-06 00:07   좋아요 0 | URL
워낙 달변인 유홍준 선생님 말씀이라 옮기기만 해도 좋은 글이 됐을까요?^^
알라딘 이벤트는 일부러 클릭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요, 좋은 기회였는데...

프레이야 2011-06-0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기도 때죽나무 꽃이 올망졸망 피어있네요.
아래에서 위로 눈맞춤 해야 볼 수 있는 꽃^^
꽃들과 함께 더더 알찬 오기언니의 페이퍼 정말 맛나요.
민경이도 보이고 마노아님도 보이고.^^
오늘은 좀 쉬세요. 아니다, 어제도 제일 생생하셨더랬죠.ㅎㅎ

순오기 2011-06-06 00:08   좋아요 0 | URL
이젠 때죽나무 잊지 않을거에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을 자지 못해서 오늘은 낮잠도 자고 종일 뒹굴모드로 지냈어요.ㅋㅋ
아~ 이기대의 산책코스가 만만찮아서 그런지 다리 근육이 땡겨요.ㅜㅜ

수퍼남매맘 2011-06-0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부럽습니다. 저도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순오기 2011-06-06 22:48   좋아요 0 | URL
경쟁울이 20대 1이었답니다.^^

세실 2011-06-08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때죽나무 님 덕분에 알았지요^*^
우리 다음엔 부여 궁남지 가도 좋겠다~~~~ 연꽃 필 8월에요.

순오기 2011-06-08 09:06   좋아요 0 | URL
아마 때죽나무는 안 잊어버릴거에요.^^
궁남지 연꽃 피면 멋질거에요. 무안엔 백련지가 있어요~

비로그인 2011-06-0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이 페이퍼는 추천 한 개로는 모자라요!! 언니의 후기는 정말 그 느낌이 생생히 살아있어요. ^^

순오기 2011-06-08 22:31   좋아요 0 | URL
하하~ 장거리 출타에 교통비도 많이 드니까 알찬 페이퍼라도 남겨야지요.^^
추천은 한개지만 10개로 생각할게요.ㅋㅋ

희망찬샘 2011-06-09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부산도 오셨네요. 이기대까지 다녀 오셨군요. 프레이야님을 만나신거네요. 어제는 회동수원지명품산책길이라는 곳을 걸었는데, 제 느낌엔 이기대 공원, 누리마루와 그 느낌이 다 비슷비슷 하더라구요.(제가 좀 무딘 관계로 어떤 차이 같은 것을 잘 모르거든요.)결론, 순오기님은 좋은 곳을 다녀오셨구나!!! 입니다. 알라딘 놀이터 속의 순오기님은 언제나 행복해 보이세요.

순오기 2011-06-09 08:19   좋아요 0 | URL
예~ 부산은 언제 어디를 가도 행복해지는 곳이에요.
이기대는 태종대나 누리마루보다 더 드라마틱했다고나 할까~ 함께 한 이들과 너무 즐거워서 그렇게 느꼈으수도 있고요.^^ 알라딘 속의 순오기 뿐 아니라 현실의 순오기도 나름 행복합니다!!^^

꿈꾸는섬 2011-06-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여, 페이퍼 열심히 읽고 공부해서 다녀와야겠어요.ㅎㅎ
너무 좋으네요.^^

순오기 2011-06-10 15:24   좋아요 0 | URL
과유불급 페이퍼에요~^^
 

6월은 현충일과 6.25 때문에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명명했는데,
6.15 남북공동성명, 6월 민주화항쟁 등 남북관계와 민주화까지 포함해 '역사의 달'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40여년 전에는 '반공웅변대회'를 했었는데, 지금도 그와 유사한 웅변대회가 열린다.
초등학교 3학년 유*이가가 평화통일 웅변대회에 나간다기에 6.25와 전쟁에 관한 책을 몇 권 빌려주었다. 
아이는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를 읽고 원고를 썼고 지난 주에 조금 다듬어 주었는데
화요일에 만나보니 아이는 웅변 선생님을 초빙해 개인지도를 받고 있었다.
역시 전문가답게 3분 정도의 원고를 5분 분량으로 추가했고, 녹음하면서 연습시켰는데 제법 잘하더라. 


어린이에게 6.25와 분단된 우리 현실을 이해하고, 전쟁과 평화를 알려주는 그림책을 담아 보았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 권정생  글 / 이담 그림 / 보리>

가족과 피난길에 폭탄이 터져 죽은 곰이와 국군과 싸우다 죽은 인민군 오푼돌이 아저씨는 산등성이에 묻힌채 고향과 가족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동산 위로 떠오른 달님을 바라보며 참혹한 전쟁과 행복했던 고향을 떠올린다.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로 남북의 싸움을 이해하기 쉽게 그려냈다. 초등 저학년에게 6.25 전쟁이 어떤 싸움이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 이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듯하다.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 이억배 / 사계절출판사>

한.중.일 3국 작가들이 함께 만든 평화그림책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이억배 선생님의 글과 그림에 분단의 아픔이 녹아있다. 학교에서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지 않는 현실에, 꼭 필요하고 바람직한 그림책이다. 국가가 통일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이젠 가정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분단을 체험한 세대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이제 분단의 아픔을 모르는 세대만 남겨지게 된다. 비무장지대에 진정한 봄이 오게 하려면 철조망을 걷어내고 남북이 오가는 통일을 꿈꿔야 한다.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비나리 달이네 집 / 권정생 / 김성동 / 낮은산>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에 나오는 정호경 신부님을 모델로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폭격으로 집이 불 타고, 총으로 서로 죽이고, 식구들이 헤어지고.... "
달이에게 들려주는 아저씨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전쟁을 한 구절로 말하지만, 아저씨의 아픔이 찌르르 전해진다.   

  
<아리수의 오리 / 한정아 글 / 박의식 그림 / 마루벌>

신라와 백제가 아리수(한강의 옛이름) 강가의 금물벌을 더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때, 알을 품고 있는 오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잠시 전쟁을 멈추었다. 전쟁의 참혹함이 아닌 평화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끝나지 않은 겨울 / 강제숙 글 / 이담 그림 / 보리>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다. 계절은 봄이 돌아왔건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겨울은 언제 끌나 봄이 올런지... 일제강점기에 온갖 만행을 저지른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까... 

<꽃 할머니 / 권윤덕 / 사계절출판사> 

한.중.일 3국의 작가들이 함께 하는 평화그림책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만희네 집의 권윤덕 작가 그림이라,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표지를 들추는 순간 찌르르 전율이 일었다.  전쟁 무기들 속에 나신으로 누운 여자, 그리고 파란 꽃잎... 이것만 보고도 작가의 마음을 알 거 같았다. 글을 읽기도 전에 그림을 보면서 그 절절한 아픔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평화란 어떤 걸까? / 하마다 게이코 / 사계절출판사>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세번째 책으로, 평화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꿈꾸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바로 그 문제를 어린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그림책이다. 평화에 대한 의미를 유아의 눈높이에 맞는 간결한 문장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알록달록 색색의 제목 글자가 “평화란 어떤 걸까?” 하고 묻고 있는 표지를 넘기면, 노란 풍선을 불고 있는 아이가 “평화란 분명 이런 거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는 아이가 되어, 아이의 입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경극이 사라진 날 / 야오홍 / 사계절출판사>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권이자, 중국의 첫 번째 작품이다. 전쟁의 참상과 만행을 고발하기보다, 그로 인해 파괴되고 죽어간 소박한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열 살 소녀가 겪은 전쟁 이야기는 증오와 응징의 감정을 넘어 전쟁과 평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고 있다. 난징 출신의 작가 야오홍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어머니가 겪은 중일전쟁 이야기, 좁혀 말하자면 1937년 ‘노구교사건’을 계기로 중일전쟁이 발발한 이후 ‘난징대학살’이 자행되기 직전에, 일본군이 난징 진입을 위해 감행한 공습 전후 보름여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섯 사람 / 데이비드 맥키 / 비룡소>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그림도 색깔없이 검은 펜선으로 그려 날카로운 울림이 느껴진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은 상대를 죽이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더 가지려고 욕싱을 부리다가 결국 전쟁이 일어난다는 걸 이해하고 전쟁은 절대 안된다는 걸 깨달으면 좋겠다.  

<새똥과의 전쟁 / 에릭 바튀 / 교학사>
 
평화롭게 지내던 빨강나라와 파랑나라는 임금님이나 백성들이나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어른들은 물론이요 아이들도 친하게 지냈다. 어느 날 하늘을 날아가던 새가 두 임금님의 콧등에 똥을 쌌다. 두 임금은 서로 웃다가 눈이 마주쳤고, 자신의 코에 묻은 새똥을 보고 웃었다고 벌컥 화를 냈다. 드디어 두 임금은 전쟁을 선포했으니, 속마음을 숨긴 채 이미 전쟁을 하려고 꾸며 놓고 그럴듯한 명분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웃기는 이유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은 결코 웃을 수 없다. 명분이 그럴 듯해도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건 백성이다. 아이들에게 전쟁의 명분보다는 모두가 공존하는 평화를 유지하는 지혜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전쟁 / 아나이스 보즐라드 / 비룡소>

파랑 나라와 빨강 나라는 너무 오랫동안 전쟁하기 때문에, 그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양쪽 나라 군인들은 점점 줄어서 이제 전쟁을 계속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빨강 나라의 왕자는 파랑 나라 왕자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더 이상 싸우지 말고 결투로 전쟁의 승부를 내자고. 파랑나라 왕자는 싸움에도 관심 없고, 말을 타는 것도 싫어했지만 아주 지혜로와서 싸우지 않고도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어떻게?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 

 

<꼬마구름 파랑이 / 토미 웅게러 /비룡소>

다른 구름들이 비를 내리고 천둥과 번개를 내뿜을 때, 꼬마 구름 파랑이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혼자 둥그런 웃음을 짓는다. 파랑이 속을 지나가는 것은 무엇이든, 모두 파란색으로 변하게 하는 파랑이는 팬클럽도 가진 스타가 된다. 파랑이는 자기 존재를 없애면서까지 사람들 사이의 전쟁을 해결한다. 파랑이를 통해 전쟁에 대해서, 또한 살아가는 방법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곰 인형 오토 / 토미 웅게러 / 비룡소>

독일의 자그마한 공장에서 태어난 곰 인형 오토의 인생역정을 통해 유대인 학살과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 한다. 다비드의 생일 선물로 입양된 곰 인형 오토는 행복하다. 하지만 유태인 표시인 노란별을 달아야 했던 다비드네 가족은 잡혀가고 오토는 친구인 오스카에게 맡겨진다.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왜? / 니콜라이 포프프 / 현암사> 

글자없는 그림책이다. 친한 사이던 개구리와 생쥐가 욕심을 내고 양보하지 않아서 점점 큰 싸움이 되고 전쟁이 일어난다. 사소한 싸움이 전쟁으로 번져 완전 초토화 된다. 결국 전쟁은 서로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림만으로 보여준다. 아이들도 보고 또 보면서 그림이 보여주는 심오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천사들의 행진 / 강무홍 글 / 이혜영 그림 / 양철북>

고아들의 아버지로 불린 '야누슈 코르착’은 1942년 8월 6일 폴란드 바르샤바 거리를 200명의 아이들과 행진을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은 독일군의 유태인 학살을 소리없는 행동으로 고발한 죽음의 행진이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행진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담겼다.

 


<노란 별 / 카르멘 애그라 디디 글 / 헨리 쇠렌센 그림 / 해와나무> 

덴마크에서 전해내려오는 평화와 평등을 실천했던 크리스티안 왕의 이야기이다. 자기 백성인 유태인을 나치로부터 구한 용기와 지혜의 왕, 모두가 평화롭고 평등한 삶을 살기 원하는 마음이 모두의 가슴에 노란 별을 달게 했다. 전쟁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이야기에 따뜻해진다. 


<나비가 전해 준 희망 / 패트리샤 폴라코 / 베틀북> 

2차대전 프랑스 근교의 작은 마을 솨지 르롸에서 있었던 실화다. 당시 프랑스는 독일에게 점령당했지만, 히틀러의 만행에서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숨죽이며 도왔다. 모니크의 어머니 마르셀 솔리리아주는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하자 자신의 집을 유대인의 피난처로 제공했다. 그것은 자신과 가족의 위험을 무릅쓰는 용감한 일이었다.

패트리샤 폴라코는 이 그림책을 대고모 마르셀 솔리리아주와 고모 모니크 봐소 가오에게 바쳤다.
 

 


 
<지뢰 대신 꽃을 주세요 1. 2 / 야나세 호사코 글 / 요 쇼메이 그림 / 청어람주니어> 

푸른 하늘과 푸른 초원, 그 가운데에 노란색 꽃을 안은 아기 토끼 써니가 서 있다. 써니는 지뢰 피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지뢰 대신 꽃을 심고, 다친 아이들에게 의수와 의족을 준다. 민들레 솜털로 만든 기구를 타고 세계를 누비며 써니는 우리에게 지뢰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전해 준다.
써니의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지뢰의 위험성과 지뢰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써니의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구상에 남은 단 하나의 지뢰가 사라지는 꿈같이 아름다운 미래를 그렸다.

  

 

그림책 외에도 초등학생이 볼 책으로 추천하는 것~

 

 

 

 

 

 

 청소년과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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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2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2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6-0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권 읽었네요. 어제 조카의 호국보훈용 책이 여섯 권 도착했어요. 좀 더 읽게 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관련 페이퍼 하나 쓰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부지런한 순오기님^^

순오기 2011-06-03 12:27   좋아요 0 | URL
여기에 좀 더 담아도 되는데 너무 많은 거 같아서 그만 넣었어요.
사계절에서 나온 평화그림책 시리즈 3.4번은 아직 구입하지 않아서 못 봤고...
알라딘 적립금 들어오면 바로 장바구니 결제해야죠.ㅋㅋ

세실 2011-06-03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많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에 관심가지면 좋겠습니다. 저도 중학교때 웅변했었어요 '총개머리 판으로 ..... 이 연사 두손모아 힘차게 힘차게 외칩니다~~~ '

순오기 2011-06-03 12:2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이런 책에 관심 갖기 어려우니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챙겨서 보게 해야겠죠.
물론 도서관 사서샘의 역할도 중요하고요~ ^^
 
내가 읽은 권정생 선생님 작품들

마노아님이 정리 해 놓을 걸 보고 따라 했다.^^ 
그동안 읽고 리뷰를 안 썼던 책들도 이번에 다시 읽고 열심히 리뷰를 썼다. 
아직 읽고도 리뷰를 못 쓴 책도 있고, 여태 못 읽은 책도 꽤 되지만 2012년 5주기에 도전해야지~ 

권정생 선생님 책에서 나의 베스트를 뽑는 건 심히 어렵다.
왜냐하면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 다 읽어야 할 책이니까~~~~

그래도 뽑아보자면

그림책으로는 <강아지똥> <훨훨간다> <엄마 까투리>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비나리 달이네 집>
동화집으로는 <하느님의 눈물> <사과나무밭 달님>
장편동화로는 <도토리 예배당의 종지기 아저씨> <몽실언니> <랑랑별 때때롱>
어른을 위한 책으로 <우리들의 하느님>은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3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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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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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간다
김용철 그림, 권정생 글 / 국민서관 / 2003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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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권정생 글, 강우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8년 3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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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 30권 중에 25권은 리뷰를 썼고, 리뷰를 안 쓴 건 5권~
아기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 팥죽할머니, 사과나무밭 달님,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우리들의 하느님

한티재 하늘 1.2권은 중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왔는데 아직 손도 못 댔다는..ㅜㅜ

마노아 2011-06-0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권정생 선생님 존경하지만 아주 팬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18권이나 읽어서 마구 놀랐거든요.
순오기님은 권정생 선생님의 진정한 팬이에요.^^

순오기 2011-06-02 12:5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권정생 선생님 책 많이 읽었네요~ ^^

2011-06-01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6-02 12:52   좋아요 0 | URL
6월 6일 , 잊지 않을게요~ ^^

희망찬샘 2011-06-0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9권 가지고 있네요. 열심히 모았는데 아직 멀었네요.

순오기 2011-06-08 00:28   좋아요 0 | URL
제가 갖고 있는 책은 20권이네요.
없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봤어요~ ^^
 
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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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유언에 나온 정호경 신부님을 모델로 쓴 찡한 감동과 울림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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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초우ve 2011-06-0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가 크게 늘어난듯 보여요 ㅋ
원래 큰거였는지.. ㅎㅎ
올만에 다녀갑니다 ^^*

순오기 2011-06-01 16:18   좋아요 0 | URL
담을 책이 많아서 대따 크게 늘렸어요.ㅋㅋ
소식이 뜸해서 궁금했는데~ 잘 지내시죠?^^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 신정판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분도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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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서른 살 무렵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 마을에 정착하여 예배당 종지기로 살았던 권정생 선생님의 자전적 이야기다. 1985년에 초판된 책이라 '마흔이 넘도록 장가도 못 간 종지기 아저씨'로 나오는데, 외롭고 쓸쓸했을 선생님의 일상이 손에 잡힐 듯 애잔하다. 더불어 사는 생쥐, 개구리, 토끼 등을 말동무 삼아, 작가로서 하고픈 말을 다 담아냈다. 생쥐의 입을 통한 자조적인 넋두리에 웃음도 나오지만 그 이면의 날선 비판도 간과할 수 없다. 85년이면 광주를 희생제물로 삼아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제5공화국 시절이라, 입도 뻥긋할 수 없었던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가 많았을 선생님,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었을 것 같다. 

"좀 더 꾸잖고 고것만으로 깨 버리면 어떡하니?"
"하지만 나도 무척 섭섭했어요. 아저씨한테 미안하고."
아저씨가 꽥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머나! 아저씨 화났다."
"화 안 나게 생겼냐?"
"그래도 한 5분 동안은 즐거우셨잖아요?"
"한 5분간 즐겁게 해 놓고 끝이 나쁜 건 정치 사기꾼이다."
"내가 어디 대통령예요?"
"대통령이 아니니까 참고 있잖니."
" 참지 않으면 데모라도 하시겠어요?"
"자꾸 화나게 하지마. 지금 세상에 데모할 자유는 있니?"
"자유가 없으니까 데모하는 것 아녜요."
"이제 보니 너, 사상이 의심스럽다."
"아이구머니나! 정말 세상 다 됐다."
"엇쭈, 한술 더 뜬다."
"한집안 식구끼리도 못 믿는 세상이잖아요?" (15쪽)

첫 챕터 '장가 가던 꿈 이야기'에 나오는 생쥐와의 대화다. 종지기 아저씨가 장가 가는 꿈을 꾼 생쥐가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서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806호 방으로 들어가고 꿈을 깨버렸다고 하자, 그만 어깨가 처진 종지기 아저씨가 화를 내면서 나눈 대화는 그냥 웃어 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이렇게 한 식구로 한 이불 속에 사는 생쥐를 동무 삼아 시국에 대한 비판도 역사에 대한 날선 비판도 마다 하지 않는다. 

"너도 알잖니? 뭐 36년 동안 죽이고, 가두고, 찌르고, 패고, 다 빼앗아 가고, 만신창이가 되도록 혼까지 빼놓고도 '유감이다', 한마디면 다 되거든."
"참말 그렇구나.
그런 걸로 다 통한다면 그런 것들은 생쥐 아니라 빈대 새끼보다도 못한 거야."
"아무렴. 생쥐가 이래 봬도 옳고 그른 것은 헤아릴 줄 안다고. 뭐."
"그렇다니까. 엎드려 절받기 식으로 현해탄인지 편리탄인지 건너가서까지 '유감이다' 한 마디 듣고 잰체하지도 않고... "
"꼭 제2의 이 아무개 같다니까." (145~146쪽)

이렇게 가슴에 품은 말을 뱉어내는 선생님은 그래서 감시받는 관리대상이 되기도 했으니, 세상에 하고 싶은 말씀을 어찌 다 하고 사셨겠는가! 그저 안으로 안으로 쌓아두다 보면 마음이 아프고 결국 아픈 몸이 더 아팠겠구나, 짐작하며 안타까움이 더했다. 세상의 빛이 되고 구원이 돼야 할 종교조차도 장삿속으로 병들어 가는 걸 보며 냉정한 비판과 더불어 얼마나 마음 아파 하셨을지 가늠이 된다.  

생쥐와 꿈속을 날아 하느님을 만나러 갔더니, 사람들의 심부름꾼인 천사가 어떤 하느님을 만나고 싶은지 묻는다. 인간이 만든 하느님이 수천 수만이라 어떤 하느님을 원하는지 콕 집어서 말해야 만나게 해 줄 수 있다고.ㅜㅜ  

"사람들은 창세 이후부터 하느님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나뭇조각으로 만든 허수아비로부터 돌담이나 쇠붙이나 종잇조각까지, 수없이 만들어 모신 거지요."
"그럼, 천사님,
 이 우주 안에 하느님은 안 계시는 겁니까?"
아저씨는 말소리가 떨렸습니다.
"없다고 해야 하겠지요. 사람들은 하느님이 있다고 말할 때, 벌써 한 개의 하느님을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 "
"그러니까 지금까지, 인간의 사고력과 상상력이 움트고부터 각자가 만든 하느님은 그 사람들의 숫자만큼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어지겠지요." (119~120쪽)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을 신랄하게 질타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도 들리고, 미국과 소련의 힘겨루기에 정신없이 놀아난 한반도의 분단과 동족살륙의 6.25 전쟁에 대해서도 반성을 부르는 음성이 들린다. 권정생 선생님의 분신인 종지기 아저씨는 세상에 전쟁없는 평화와 자유를 꿈꾸며 날마다 새벽을 깨우는 종을 울린다.

이 책은 동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날선 비판과 성찰을 담아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우리들의 하느님>으로 읽힌다. 책을 읽으며 간간히 나오는 이철수 판화가의 삽화를 감상하는 것도 행운의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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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5-3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무슨 영화 보러 가셨을까요? ㅎㅎ

순오기 2011-06-01 16:19   좋아요 0 | URL
간밤엔 캐러비안의 해적 봤고
오늘 심야엔 써니 보려고 예약했고요~ ^^

수퍼남매맘 2011-06-0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직 못 봤는데 순오기님 리뷰를 보니 꼭 읽어봐야 하겠는걸요.

순오기 2011-06-01 20:26   좋아요 0 | URL
이 책은 꼭 읽어보시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