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4개월만에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2013년 5월 27일부터 2015년 5월 26일까지 대한민국 건강한 청년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민간인으로 복귀했다. 5월 6일 마지막 휴가 왔다가 21일 귀대하고 26일 집에 도착하기까지 행여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봐 근신하며 지냈다. 미리 입에 올리면 탈날까봐 아들이 제대한다고 떠벌리지 않았다.

퇴근이 좀 늦어져 간발의 차이로 아들이 먼저 집에 당도해 무사귀환을 큰절로 고할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저도 뭔가 올라오는지 울컥하는게 느껴졌다. 그동안 고생하고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고맙고 고마워 꼭 안아주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대한민국 부모들 마음은 다 같으리라. 내 자식이 충실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온전하게 돌아오기를 빌고 또 빌며 근신하는 그 마음......

아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저녁도 안먹고 쉰다며 잠자리에 들더니 잠들지 못하고 나와 매실물을 찾았다. 오전 10시에 제대 동기들과 서산에서 먹었다는 순댓국이 체한거 같다고...

간밤에 아들 방 치운다고 날새운 나도 비몽사몽하다 새벽 2시에 일어났는데, 아들이 열도 높고 단단히 체한거 같아 결국 양손 엄지를 땄다. 피를 내고 등을 두드려주니까 트름을 하더니 쑥 내려가는지 편안해했다.

아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픈지 식탁에 있는 빵을 먹으려기에, 불린 쌀을 참기름에 살짝 볶아 무를 갈아넣고 죽을 쑤어 먹였다. 한밤이나 새벽에 부모가 죽을 쑤라 하면 투덜대겠지만 제자식 먹이는 일은 군소리 안한다. 삼남매 키울 때는 자다가 한밤에 죽도 쑤고 상차리는 일도 다반사였는데, 전역하고 엄마 품으로 돌아온 아들이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24개월 군복무 중에도 휴가는 자주 나왔지만, 제대하고 돌아온 아들은 저도 모르게 엄마의 보살핌이 그리웠나 보다. 그동안 긴장한 채 24시간 3~4교대로 군생활을 했으니 자는 거나 먹는 게 불규칙하여 위장과 몸도 지치고 탈나게도 생겼지.ㅠ 당분간 걱정없이 푹 쉬면서 몸도 마음도 완벽한 민간인으로 적응하기 바란다.

사진은 그동안 걱정해준 이웃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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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7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5-05-2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그동안 고생했어요. 언니도 말은 안 해도 늘 노심초사 하셨을건데‥ 장하십니다. 좀 푹 쉬고 새로이 멋진 출발하길^^

hnine 2015-05-27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이렇게 감격스럽지요?
엄마 어깨에 손을 올리고 찍은 모습이 늠름하고 든든하고...한때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던 아들이었을텐데 말입니다.

무스탕 2015-05-2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데도 울컥해요. 아들도 엄마도 모두 장하십니다 ^^

붉은돼지 2015-05-2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의 금의환향 ㅋㅋㅋ 을 축하드려요 ^^ 요즘은 저런 전역장도 주는군요...멋집니다. 제가 제대할 때는 전우(전우라고 하니 좀 이상하네.ㅋㅋ..)들이 추억록이라는 것을 만들어 줬죠^^

LAYLA 2015-05-2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돌아와서 너무 기쁘시겠어요. 전역을 축하드립니다^.^

마노아 2015-05-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이 뭉클했어요. 고생 많았구요. 무사히, 건강히 돌아와주어서 참 고마워요.
순오기님도 이제 발뻗고 주무셔요. 축하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5-05-2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뭉클해서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어요. 완전 늠름하고 멋진 모습 이군요, 전역을 축하드립니다 ~^^

blanca 2015-05-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눈물나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제 남동생이 폭염에 훈련소 갔을 때 정말 가슴 아프더라고요. 부모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힘든 시간 성실히 잘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주어 정말 고맙네요.

라로 2015-05-27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세히보니 입대할 때보다 살이 많이 빠졌어요!! 그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외아들 보내시고 얼마나 마음 조리셨을까!! 이제서야 언니의 속내를 조금이라도 듣게 되네요. 장하십니다!! 그 엄마에 그 아들!!!!

서니데이 2015-05-27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전역, 기쁜 소식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수퍼남매맘 2015-05-2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아들 가진 부모 마음은 똑같을 겁니다. 아드님은 긴장이 풀려서인지 탈이 났군요. 순오기님도 그동안 말은 안하셨지만 늘 노심초사였을텐데 이제 마음 놓고 푹 쉬세요.

해피북 2015-05-2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남동생 제대했을때가 떠오르네요 `근신하는 마음`으로 라는 단어가 콕 박혀서 그때 초조하고 불안했던 식구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ㅎ 무사귀환 축하드려요

아마 당분간은 익숙해진 긴장감으로 깊은 잠에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날것 같아요 저희 남동생도 전역하고도 잘때 작은 소리에도 일어나 긴장하던 모습이 떠올라서요 ㅎ 빨리 적응되서 편안해진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길 바랄께요 ^~^

세실 2015-05-2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울컥합니다.
멋진 아들 무사 전역을 하늘 땅만큼 축하드려요~~~~
얼마나 고생했을꼬!!!!
오기언니 이제 걱정없으실듯^^

순오기 2015-06-02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렁주렁 댓글로 아들의 전역을 축하해주신 님들, 울컥함으로 감정이입해주신 님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절대 `유승준`과 군대면제받은 특권층 인간들과 그 자제들... 용서하지 못합니다!!ㅠ

민들레처럼 2015-06-0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들 군대보내려면 한 이십년 남았네요. ㅋㅋ 요즘 같은 세상~ 무사히 사회로 돌아오심을 축하드려요. ^^

순오기 2015-06-04 06:09   좋아요 1 | URL
20년이면... 통일돼서 군대 안가도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무사귀환~ 정말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지요! 고맙습니다~ ^^

희망찬샘 2015-06-05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무사귀환 축하드립니다.
첫 제자들 6학년 때 통일 공부하면서 너희들 자랐을 때는 통일되어서 군대 안 가지 않겠나? 했는데 그 아이들이 군대 다녀와서 벌써 결혼을 했네요. 울 찬군때라도... 그리 되었으면 하는 에미의 욕심 내어 봅니다. 군대... 남의 일이 아니네요.

순오기 2015-06-13 13:48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저도 우리 아이들 어릴 때, 너희 짝꿍은 평양에 있을지도 몰라~~ 하면서 남북이 서로 혼인도 하지 않겠냐고 했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