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후기
군산은 누구의 도시인가
군산에 가다.
아치님 '나와바리(繩張)'.. 군산.
먹고마시고수다떨기
Arch님이 군산 초청 이벤트를 한다고 할 때, 나는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OK였다. 왜? 작년 6월 내가 광주이벤트 할 때, 시니에님(그때는 Arch 아니었음)이 왔으니까 당근 답방이다.
사람들의 도착시간이 1시쯤이라는 걸 알면서 기차 시간 다시 검색하기 싫어서 예정대로 9시에 집을 나섰다. 기다리는 시간에 책읽으면 더 좋지, 생각하며 예약주문으로 받아놓고도 읽기 겁내던 '도가니'를 가져 갔다. 28일 광주에 오는 공지영씨를 만나기 전에 봐야 하기도 했고...
열차홈이나 열차에서 '도가니'에 빠져 군산에 못 갈 뻔했다. 익산에서 환승할 때 엉뚱한 홈으로 나가 책만 읽다가 건너편으로 군산행 열차가 들어오기에 죽음을 무릎쓰고 철길 횡단......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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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땐 익산에서 광주송정행 열차를 타야하는데 조금 먼저 온 광주행 열차를 타버렸다. 덕분에 교통비 몇 천원 굳었고, 시내버스 타고 오는 시간이 조금 늘어났을 뿐.ㅜㅜ 군산에서 광주역까지는 12,000원(?)쯤 이었고, 광주송정역까지는 8,200원이었다. 광주역에서 부족분을 내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무도 표를 받지 않고 그냥 나오게 되어 있더란 말이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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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군산역 도착!
아치님께 전화하니 12시쯤 나오겠다고 기다리란다. 다시 '도가니'에 열중~ 너무 참담해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읽고 있는데~~ 아치님과 옥찌와 민이 나왔다. 방가방가~~ ^^ 그리고 뽀님이 도착해서 악수를 나누었지만 이 나이에도 낯가림하는지 별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뻘줌하게 서 있다가 양해를 구하고 '도가니'를 읽었다. 대합실 TV에서 무릎팍도사에 비야언니가 나왔지만, 오늘은 공지영에게 올인이다. 1시쯤 조선인님과 마로, 해람, 휘모리님과 라주미힌님이 도착했다. 조선인님은 살짝 올렸던 사진을 봤음에도 누군지도 모르고 반가워하니 인사를 했고, 휘모리님은 댓글로 친숙해진 사이라 무지 반가웠다. 라주미힌님은 서재에 종종 언급하던 피부나 헤어스타일 얘기와 서재이미지 때문에 여자분인가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미남 청년이라 또 반가웠고... ^^
아치님 차에는 조선인님 가족이 타고, 우린 택시를 타고 식당으로 먼저 와서 기다리는 중~ 솥바닥을 긁는 아주머니에게 깜밥도 얻어 먹고 김치를 담그는 것도 구경했다.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도 식탁에 있던 깜밥을 들고 나온 어른이나 아이나 다 맛나게 먹었다.ㅋㅋ 깜밥이 뭔 줄 아시나요?^^
식당에서 합류한 머큐리님과 정군님, 뻘줌하게 인사를 나누고 일단은 금강산도 식후경! 엄마가 해주는 것 같은 소고기 무국에 반찬을 곁들인 소박한 밥상~ 라주미힌님은 시래기국을 먹고 싶었다는데 아치님이 소고기 무국으로 통일했다. 소고기 무국을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맛있더라~ 나는 왜, 우리집에선 소고기 무국을 한번도 안 끓인 것 같을까? 음~ 소고기를 사먹지 않기 때문에~ 아니, 나는 소고기는 육개장이나 미역국만 끓인 것 같다. 다음엔 소고기 무국도 끓여봐야겠다. 우리 친정엄마는 잘 해주셨는데... ^^
붙임성 있는 지민이는 라주미힌님, 뽀님, 머큐리님, 정군님~ 누구에게나 착착 잘 안겼던가~~ ^^
점심을 먹고 나선 길~ 다들 찻집보다는 걷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서 군산 시내 트래킹!
꽃남은 꽃남을 알아보는지 해람이는 라주미힌님께 찰싹 감겨서, 뭔가 맞지 않는지 다른 포즈를 요구했지만 라님은 속수무책!ㅜㅜ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목말'을 태우면 어떻겠냐 했더니, 해람인 목말은 많이 타봤는지 줄곧 라주미힌 목말을 타고 다녔다. 라주미힌님 몸살 안 나셨나 몰라!^^
아직 아빠 연습해볼 기회가 없었던 라님은 앞으로만 안으려 했고, 해람이는 아빠의 팔뚝에 올라탄 포즈를 원했더란 말이지.^^ 아빠가 안아주는 방식을 요구하는 거라는 설명과 시범을 보여준 조선인님 덕분에 두 꽃남은 종일 찰떡궁합이었다.
음~ 사진이 시커매서 잘 안 보이지만, 백릉 채만식 소설비다. 건너편 조선은행 건물을 보는 순간 7년 전 탁류현장을 찾았던 문학기행이 생각나 다른 길로 건너가 찍었다. 여기서부터 바로 '미두(米豆)거리'라고 불리는 군산의 본정통이다. 탁류는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채만식 문학관에 가면 이 책을 판매한다.
채만식(蔡萬植.1902~1950)은 금강의 탁류가 쏟아져 내려오는 군산의 실태, 즉 탁류에 휘말린 1930년대 조선의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탁류를 썼다. 작품 서두에 금강과 군산항을 설명한다.
미두장은 군산의 심장이요, 전주통이니 본정통이니 해안통이니 하는 폭넓은 길들은 대동맥이다. 이 대동맥 군데군데는 심장 가까이, 여러 은행들이 서로 호응하듯 옹위하고 있고, 심장 바로 전후 좌우에는 중매점들이 전화줄로 거미줄을 쳐놓고 앉아 있다.(탁류 상권 10쪽)
미두장 아래쪽에 있던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그 앞의 거리가 미두거리다.
7년 전에 왔을 때 해설사님의 설명으론 사유재산이 된 이후 캬바레와 노래방으로 변질됐는데, 군산시에서 매입해 복원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지지부진? 완전 폐가처럼 방치돼 흉물스러웠다.
건물 뒷모습. 일제강점기 식민지 지배를 위한 대표적 금융시설로 1923년에 지었다고 한다.
조선은행 건물 윗쪽으로 미두장이 있어 내항에서 보이는 뒷모습만 줌으로 찍었는데 흔들렸다.ㅜㅜ 그리고 해양테마공원
갈매기에 열광하던 마로와 그 모습을 찍는 조선인님, 엄마들은 어디서나 사진 찍기에 바쁘다.^^
군산 내항 뜬다리(부잔교) 1899년 군산항 개항 이 후 3천톤급 배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4기 다리가 있었으나 현재는 세 개만 남아 있다. 이 다리를 통해 호남평야의 쌀들을 몽땅 일본으로 실어갔다~ 쥑일놈들!! 일제의 수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이면 다 나온다.ㅠㅠ
작품배경지는 내항에 째보선창, 콩나물고개, 제중원 자리 등 둘러볼 곳이 많으니 군산 가시는 분들은 군청에 연락해 문화유산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 좋겠고, 군산역 가까이 채만식문학관과 채만식 묘도 있으니 하루 일정이면 돌아볼 만하다. 채만식은 탁류 외에도 태평천하, 치숙, 레디 메이드 인생, 명월, 소망 등~~ 풍자를 통해 대상을 부정하는 작품을 쓰는 근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같은 책이지만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책~~ 뭘 빼기도 그래서 그냥 주섬주섬 담아놨다.
선유도 유람선 타는 곳~ 다음엔 선유도에 가봐도 좋을 듯...
'행복한 사람'이란 옷(?)을 입혀 놓은 군산 거리~ 우린 이 거리를 다니며 행복했다. 머큐리님이 뒷태가 예쁘다고 칭찬한 라주미힌님~ 이정도면 인증샷 확실하지요.^^
길에서 만난 강아지랑 놀아 주는 옥찌남매~ 이 강아지 아마 꼬질꼬질했지~ ㅋㅋ
예전의 영화는 간 곳 없이 강점기 흔적만 남은 중소도시~ 일본식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리들~
도시트레킹의 절정~ 월명공원(월명산), 여기엔 채만식문학비가 있는데 아치님을 비롯한 군산사람들 할아버지도 아주머니도 청년들도 모르더라~ ㅜㅜ 월명산 중앙 안내판에 나와 있던데...
라주미힌님, 해람이를 안은 모습이 이제는 익숙해보이고~ 웬디양을 위한 특별서비스 지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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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먹고 힘내서 오르면 '해병대 군산, 장항, 이리지역 전적비'가 있고, 그 꼭대기엔 배의 닻 모양으로 세운 수시탑이 있다. 조명을 설치해 야간풍경도 볼만할 듯...
그 앞에 조각공원이 있고~
아이들과 눈높이 맞춰 잘 놀아주던 뽀님~~애들은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데 그걸 아는거야?^^
뽀님과 다정한 옥찌~ 살아있는 조각상 같지 않나요?
씩씩한 휘모리님~ 활달하고 활기차 보여 좋았어요. 엄마 마인드로 발견한 앞서가는 어깨는~ㅋㅋㅋ
월명산에서 바라본 바다~
누구누구는 그냥 지나쳐버린 채만식문학비를 보려고 오르는 조선인님과 해람이~
탁류 서두에 소개한 금강과 군산을 묘사한 구절을 새겨 놓았다. 국문학 전공의 멜기님이 왔으면 좋았을 듯... ^^
2003년 가을에 왔을 때는 을씨년스러웠는데 이번엔 수풀이 우거진 채 방치돼 마음이 아프더라~
삼일운동기념탑과 기념비, 바로 뒤엔 일본식 정자(조선인님의 설명으로 알았지만)가 있었다. ㅜㅜ
가만히 있어도 근접하기 어려운 포스를 풍기는 정군님, 애들 아빠가 아닌 삼촌같은 머큐리님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조선인님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요것만 보면 딱 가을 분위기!^^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기간이라 조기를 달아 놓은 집들~
월명산(공원)을 내려와서 찻집 예인촌으로~~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
드디어 알라디너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책교환~ 각자 준비한 책을 소개하고 갖고 싶은 책을 찜!!
표정을 보면 알겠지만 조선인님은 서재에서 느껴지던 이미지보다 부드럽고 실물이 훨~미인이었다.
누가 어떤 책을 가져왔고 그 책은 누구에게 갔는지 알아맞추기, 최고 많이 맞추면 책 한 권 드릴까?^^ 조선인님은 기차시간 돼서 부랴부랴 찜한 책을 들고 가셨고, 사진은 그 이후에 찍었으니 한 권이 빠졌네요.
클릭하면 글씨가 크게 보여서 알아 맞추려나?^^ 그리고, 돌아오기 전 목살집에서 먹은 비빔국수!
아치님의 군산이벤트 요렇게 사진 남발한 후기로 막을 내리고, 졸지에 1박한 청춘들의 후기가 궁금하다.^^ 아치님의 군산, 탁류의 군산, 채만식을 홀대하지 않는 군산이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