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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 되는 법 - 읽고 쓰는 사람으로 책 세계를 만끽하기 위하여 ㅣ 땅콩문고
김성신 지음 / 유유 / 2025년 4월
평점 :

서평가가 많은 사회는 병들지 않는다
- 《서평가 되는 법》
김성신 지음 [유유] (2025)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다. 일단 서평가가 되어 보라. 되기 어렵지 않다. 책을 읽기만 했던 것에서 딱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책에 대해 쓰기만 하면 된다. (...) 서평가가 되는 것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다.”(140)
《서평가 되는 법》을 쓴 작가 김성신은 ‘서평가들의 서평가’, ‘서평가들의 멘토’ 라 할 수 있겠다. 이력을 보면 30년 넘게 출판계에 몸을 담고서, 책을 알리고 책에 대해 글을 쓰며 방송에도 출연하여 책을 알려온 작가였다. 그런 출판 전문가가 이번에는 ‘서평가 되는 법’에 대해 정리한 글이다. 그가 말하는 ‘서평가 되는 법’은, 책을 읽기만 하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해 쓰기만 하면 된다고. ‘참, 쉽죠~!’라는 유행어가 떠오른다. 이렇게 그는 30여 년의 노하우를 담아 ’서평가 되는 법‘을 한 문장으로 얘기해버렸다.
그럼 이제 무슨 할 얘기가 더 남아있단 말인가? 일단 책을 읽기만 하면 서평가가 될 수 있다고 했으니, 책의 나머지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책의 나머지 지면에는 저자가 끌어들인 주변 지인들이 서평가로 거듭나는 과정 담겨 있다. 이들은 저자 주변의 느슨했던 지인들이 책을 매개로 어떻게 그와 친밀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함께 가는 동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도 볼 수 있다.
코미디언이 책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며 ‘웃기는 서평가’가 된 에피소드, 또 오랜 지인이자 호텔에서 30년 일해온 셰프를 꼬드겨 ‘요리하는 서평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게 도운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물론 글만으로 서평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책을 읽은 감상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독후화’라고 명명한 독후 감상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글이 새로운 매체로의 창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신기한 경험이다. 이렇듯 저자는 책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서평과 독후감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고, 실제로 서평가들의 글을 읽어보면 학창시절에 종종 머리를 쥐어뜯으며 써가야 했던 독후감과도 사뭇 다르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서평 쓰기는 독후감 쓰기와는 분명 뭔가 다르다. 하지만 이 느낌에서 나아가 무언가 서평다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는 언제나 나의 큰 관심주제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면 언제나 어딘가 부족함을 느끼던 차였다. 물론 내 글의 기술적인 부분, 특히 표현상의 부족함도 많을 테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기술적인 면이 서평의 본질은 아니라고 하니 저자는 이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까.
“좋은 글은 좋은 ‘표현’이기보다는 좋은 ‘생각’이다.”(18)
뭐랄까, 이 단비 같은 명쾌한 답변이라니. 내게 무엇보다 부족한 건 아마도 ‘좋은 생각’의 부족이 아니었을까. 좋은 생각에 이르도록 고민하는 일이야말로 서평가가 주목하여 해결해야할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가 이야기하는 ‘서평가 되기’의 요건 중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서평의 본질은 사랑과 공공성’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공공성’은 글을 쓰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미 모든 서평가가 무의식중에 염두에 두는 조건이 아닌가?
그럼 서평가의 본질로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뭘까? 이쯤 되면 ‘나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 자부하는 독자들이 자신감을 얻을 만 하지만, 이것이 ‘어떤 사랑’인지는 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그가 서평가의 자질로 요구하는 ‘사랑’이란 결국 ‘존중’이었다. 서평글을 매개로 ‘사랑의 작대기’를 연결해 보자면, 글을 쓴 사람과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이어진다. 곧 서평을 쓰는 이들은 바로 이 두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이를 또 내 방식으로 풀어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서평가의 ‘사랑’은 애써 글을 쓴 사람과 애써 이 글을 읽게 될 사람에 대한 환대가 아닐까. 저자가 말하는 쓰는 자와 읽는 자에 대한 존중을 조금 달리 얘기하자면, 결국 쓰는 이와 읽는 이에 대한 마음가짐, 배려하기에 이르기도 할 것이다.
서평은 책을 매개로 하는 ‘비평’의 한 장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때 사람들은 비판적인 읽기를 떠올리다 그만 ‘비판적인 공격’, 혹은 ‘비난’을 하기 쉽다. 자신의 잣대를 기반으로 따져가며 읽는 행위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비판’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판을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정성껏’ 해야 한다고 본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서평도 결국 대상(작가와 독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먼저였던 것이다.
이렇게 혼자 놀이하듯 정리하고 나니, 저자의 말들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저자와 같은 ‘선배’를 만날 수 없는,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해서도 이런 이야기들을 애써 이야기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된다.”(18)라고, 소심한 나에게 처음부터 겁을 잔뜩 주긴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이해를 하니 그가 거듭 당부하고 있는 서평가의 요건, ‘사랑’과 ‘공공성’또한 이 둘이 서로 별개의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서평가는 책(혹은 저자)과와 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연결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기능적인 면에서 AI가 서평가를 가까운 미래에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있겠지만, 도덕성·윤리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AI에게 대상에 대한 존중과 아끼는 마음, 그리고 공동체의 안위를 염려하고 스스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닌 서평가가 점점 더 많아진다면, 정지우 작가의 표현대로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는’ 공동체를 가꾸는 데 서평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평은 의외로 힘이 세다.”(140)는 작가의 말을 믿어 보자.
[책 속으로]
[1] "서평가가 되고 싶다면 ‘공공성’이란 단어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17) - P17
[2]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글은 좋은 ‘표현’이기보다는 좋은 ‘생각’이다."
"책에 대한 사랑과 무엇보다 공공성에 대한 엄격한 자기 검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되고 싶다면 그 일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서평의 본질은 바로 사랑과 공공성이다."(18) - P18
[3] "나는 파불루머 프로젝트를 통해 성실한 사람이 유능해지고, 유능한 사람이 훌륭해지고, 훌륭한 사람이 멈추지 않고 계속 정진하는 진정한 고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56) - P56
[4] "그림은 명사지만 ‘그리다’는 동사지요. 그림은 아무리 대단해져 봐야 고작 비싼 물건 취급이나 받지만 ‘그리는 행위’는 때로 숭고해서 ‘그리는 사람’은 위대함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57, 독후화 화가 천지수의 말) - P57
[5] "탈북인에게는 남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내비칠 창구가 없다. 대한민국 사회는 200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체제 우월성의 증거쯤으로만 탈북인들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71) - P71
[6] "서평의 본질은 책(또는 저자)과 독자를 잇는 것이다. 이 일을 잘 하려면 대상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책과 그 책을 쓴 이 그리고 독자에 대한 존중 말이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글 솜씨를 동원해 책에 대해 떠들어도 결코 좋은 서평가라고 할 수 없다."(127)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히틀러도 스탈린도 유난스러운 독서가였다. (...) 독서에는 실체적인 위력이 있어서 잘못된 철학이나 생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127) - P127
[7] "서평의 핵심은 저자와 독자를 향한 존중이다. 좋은 서평가가 되고 싶다면 ‘나는 저자와 독자를 여전히 존중하고 있는가?’하고 스스로 자주 되물어야 한다."(128) - P128
[8]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다. 일단 서평가가 되어 보라. 되기 어렵지 않다. 책을 읽기만 했던 것에서 딱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책에 대해 쓰기만 하면 된다. 공공성에 대한 인식만 잘 갖추고 있다면, 서평가가 되는 것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다."(140)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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