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이후 사이언스 클래식 14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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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독서일기] 스티븐 제이 굴드와 처음 만나다


최근에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1941.09.10-2002.05.20)의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다. 여러 책에서 끊임없이 언급되어 이름만 익숙했던 과학자였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처음 읽을 책으로 1977년에 출간된 굴드의 첫 에세이집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을 골랐다. 굴드의 프로필을 보다가 그의 기일이 바로 오늘(05/20)인 것을 알게 되어, 짧은 독서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오늘이 19주기가 되는 셈인데, 굴드는 암으로 만60세를 막 넘은 시기에, 활발히 글을 쓰고 연구하던 학자로는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뜬 셈이다.


처음 읽기 시작한 다윈 이후(1977)는 굴드가 1974년부터 2001년까지 27년간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자연사>에 연재한 300편이 넘는 에세이 중 초창기 글에 해당한다. 이 책이 나온 1977년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1859)이 나온 지 118년 째 되던 해였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대목은 다윈이 주장한 자연 선택 이론이 사실상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던 것이 1940년대였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는 이미 유전자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이 알려져 있던 시기였음에도 말이다. 나아가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발견(1953)되기 불과 10여 년 전이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처럼 많이 언급된 주제이면서도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오해를 낳았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당대에는 다윈조차도 진화의 보다 포괄적이고 명료한 이해를 위한 지식(이를테면 분자수준에서의 진화 현상에 대한 이해)이 아직 온전하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굴드는 다윈과 진화론에 얽힌 오해를 다시금 의혹의 눈길로 검토한다. 또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답게 생명의 진화에 대한 주제뿐만 아니라, 인류의 진화, 그리고 지구의 진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나간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 격렬한 논쟁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보다 정교하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 이론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굴드는 기본적으로 이런 작업을 30년 가까이 지속했다. 그는 무엇보다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했던 것 같다. 매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놀라운 과학적 사실들이 발견되어 기존의 과학지식에 더해진다. 80년대 이후 새롭게 더해진 과학적 사실과 이해를 반영한 굴드의 견해는 이후의 저서를 계속 읽어나가면서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읽은 부분(주로 1부 다윈주의)에서는 다윈 이론의 핵심을 이야기한 부분을 기억해두기로 한다

다윈 이론의 핵심은 자연 선택이 단순히 부적자(the unfit)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진화의 창조적 추진력이라는 점에 있다. 더구나 자연 선택은 반드시 적자(the fit)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8)


굴드는 4장에서 이 표현을 조금 바꾸어 다시 언급한다.


다윈주의의 본질은 자연 선택이 적자를 창조한다는 주장에 담겨 있다. 변이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그 방향은 임의적이다. 그것은 소재를 공급해줄 뿐이다. 자연 선택은 진화라는 변화의 방향을 지시한다. 그것은 선호되는 변이 종들을 보전하고 점진적으로 적응도를 쌓아 올린다.”(57)


자연 선택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국지적 적응(local adaptation) 이론이다. 거기에는 완성의 원리가 없으며, 전반적인 개선의 보장도 없다.”(58)


이처럼 굴드는 다윈주의에 주목하는데, 자연 선택 개념의 핵심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들을 제거하는 부정적인 역할보다는 이 개념의 창조성에 방점을 둔다. 나아가 진화의 메커니즘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국지적 적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늘은 처음 굴드의 책을 읽기 시작했으므로 이 점만 언급하기로 한다.


독자는 각자의 관심사와 당면한 문제를 책에서 발견하기 마련이다. 굴드의 글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그의 (다윈주의 Darwinism가 아니라) ‘다원주의’(pluralism)적 시각이었다. 대개 과학자들은 종교와 과학을 대립적인 구도에 놓고 종교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반면 굴드는 처음부터 비판 대상을 배제하지 않고, 고려할만한 주제들을 모두 링 위에 끌어들이고 있었다. 굴드의 에세이에서는 대상의 어떤 점들이 설득력이 떨어지는지를 하나하나 검토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인류의 진화를 이야기하는 2부에서 저자는 진화적 변화의 은유 장치로서 사다리론관목론을 언급한다. 굴드는 진화가 종분화’(speciation)과정으로 새로운 종이 갑작스럽게출현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관목론을 지지한다. 반면 찰스 다윈의 관점은 사다리론에 해당하는데, 이 이론은 진화가 느리고 지속적인 변형을 통해 새로운 종이 나타난다는 시각이다. 저자는 이 두 개념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이론과 대척점에 있는 이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의 이론이 왜 더 설득력을 가지는지 차근차근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저자의 학문적 자세는 비판 대상이 다윈과 같은 대가의 주장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관점으로 봤을 때 말이 너무나 안 되어 보이는 이론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었다.


굴드는 1장을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신에 대한 외경과 자연 과학적 지식은 다 같이 소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생물계의 완벽한 조화로움이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감소하는가?”(30) 처음 읽을 때는 주목하지 않았지만, 독서일기를 기록하면서 다시 훑어보니 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과학자로는 보기 드문 모습인데, 굴드의 에세이에서 계속해서 드러나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 굴드의 글쓰기에서 하나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겠다. 비판하는 대상의 위상을 단순히 축소하고 배제하지 않고, 대상 혹은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말로 이해하고자하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굴드의 책은 절판이 많이 되어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절판되었다고 원가보다 높게 중고책을 판매하는 분들....그러지 마시길. 여러 출판사에서 절판된 책을 다시 출간해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읽게 될 굴드의 에세이가 기대된다.



"다윈 이론의 핵심은 자연 선택이 단순히 부적자(the unfit)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진화의 창조적 추진력이라는 점에 있다. 더구나 자연 선택은 반드시 적자(the fit)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8)

"다윈주의의 본질은 자연 선택이 적자를 창조한다는 주장에 담겨 있다. 변이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그 방향은 임의적이다. 그것은 소재를 공급해줄 뿐이다. 자연 선택은 진화라는 변화의 방향을 지시한다. 그것은 선호되는 변이 종들을 보전하고 점진적으로 적응도를 쌓아 올린다."(57)

"자연 선택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국지적 적응(local adaptation) 이론이다. 거기에는 완성의 원리가 없으며, 전반적인 개선의 보장도 없다."(58)

"신에 대한 외경과 자연 과학적 지식은 다 같이 소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생물계의 완벽한 조화로움이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감소하는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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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05-20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풀하우스>도 꼭 읽어보세요!

초란공 2021-05-20 15:34   좋아요 1 | URL
오~ 추천 감사합니다! 읽기 리스트에 포함!

초딩 2021-05-20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어디 다른 책에서
단속평형을 강명 깊게 끄덕이며 봤습니다~~

초란공 2021-05-20 15:35   좋아요 1 | URL
저는 좀 더 읽어봐야 겠네요~ 기대됩니다^^

베터라이프 2021-05-20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판본이 복각판인지 새로 쓴 판인지 모르겠지만 이리 보니까 매우 반갑네요. 저는 범우사판으로 갖고 있는데 아마 2002년도 쯤 헌책방에서 구했을거에요. 이때는 허버트 스펜서를 잘 모를때라 그냥저냥 읽었는데 이젠 기억도 가물해서 한번 구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 하여튼 잘 지내시죠? 그러고 보니 범우사인지 범양사인지 가물하네요. 집에 가서 찾아봐야겠습니다 ㅋㅋ

초란공 2021-05-20 18:20   좋아요 1 | URL
책의 성격상 범우사 보단 범양사일 듯한한데요?^^ 하긴 70년대 나왔으니 40년이 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