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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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444)

 

 

인간-되기는 동사다: 대체 불가능한 인간관계의 형이상학

 


*탁월하게 생각하도록 된 이런 두뇌도 장래에는 한 사상가가 만들어낼 게다.” 거의 200년 전, 독일의 한 문인은 이 문장을 후대에 남겼다. 그는 훗날 인공지능 기술과 생명을 합성하는 단계에 이른 현대의 과학기술을 상상이나 했을까.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 발표한 클라라와 태양을 읽으며, 문득 괴테가 쓴 이 문장을 떠올렸다. 이시구로는 인공지능로봇을 화자로 설정하고, 이 로봇의 생각들을 상상하며, 과학기술과 공존하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공지능로봇 AF(Artificial Friend)인 클라라는 아이들을 돌보는 로봇이다. 클라라가 다른 AF와 다른 점은,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하다는 점이다. 마침내 그녀는 조시라는 소녀에게 선택받고 인간과 함께 지내며 인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배워나간다. 조시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통해 태어났지만 건강이 좋지 못하다. 조시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불안해한다. 이에 클라라는 조시를 돌보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만일의 경우 조시가 될 것을 부탁받는다. 클라라가 마주하는 혼란스러움은 이런 국면에서 비롯된다.

 

소설을 읽는 동안 줄곧 붙들었던 물음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 되게 하는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였다. AF와 인간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할까? AF와 인간 모두 어떤 대상에 대해 의혹을 품고 회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구성원들과 반목하고 충돌하며 관습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실천하는 의지에 기초하여 행위를 끌어내는 특성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소설은 내게 상황을 제시하고 질문을 던질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되기의 과정이 결코 저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시가 사망할 것에 대비해 새로운 조시를 제작하는 카팔디는 유물론자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 고유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인간이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클라라는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이 조시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녀에게 조시가 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욕구와 충동, 감정 등을 동일하게 갖추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시의 가족이나 그녀를 아는 모든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 기억을 복원해야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클라라의 말에 따르면, ‘아주 특별한 무언가는 조시 안에 있던 것이 아니라,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442) 있었다. 그러므로 이 인간-되기는 사회 속에서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함께 변화해가는, 비가역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만이 고유하고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개별적인 존재가 그 자체로 고유하고 특별하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형성하기에 그 자체로 고유한 것이다. 이 특별함은 비교불가능하다.

 

클라라가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면서 혼란스러워 했던 인간의 특징이 바로 인간관계의 복잡성이다. 유전자 편집을 거쳐 태어난 아이들의 모임에서 조시가 달라지는 모습을 포착한 클라라는 인간의 다양한 페르소나에 혼란스러워 했다. 규칙적인 징후를 찾던 클라라에게 인간의 복잡한 페르소나는 일관성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이렇듯 클라라와 태양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무미건조해지는 세계에서 인간-AF사이의 새로운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클라라가 헛간에서 해에게 간절히 기도하던 대목이었다. 헛간에 해의 무늬가 머물 면, 클라라에게 이곳은 해의 관대함이 드러나는 성스러운 장소가 된다. 해의 무늬가 서서히 헛간에서 물러나며 다른 모습으로 반사하고 희미해져가는 장면이 클라라의 간절한 기도와 교차하며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 순간이 바로 클라라가 인간의 사랑을 이해하고 이를 구현한 순간은 아니었을까. 클라라와 태양인간-되기라는 물음과 인간이 맺는 관계에 대해 묻는 한 편의 철학 우화다.

 

 

 

*이 문장은 전영애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된 파우스트 [도서출판 길](2019)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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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04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라라 리뷰중 단연 초란공님 리뷰!
반짝 반짝 빛났는데
제 예감 적중 함요 ㅎㅎ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초란공 2021-06-05 10:31   좋아요 2 | URL
scott님의 과찬에 항상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1-06-04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초란공 2021-06-05 10:29   좋아요 2 | URL
감솨합니다~ 2관왕 그레이스님~^^

초딩 2021-06-04 2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참 .. 정말 이정도 되면 이건 이제 읽어야할 판이네요 ^^ ㅎㅎㅎ
초란공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초란공 2021-06-05 10:38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초딩님도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즐건 주말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