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비룡소 클래식 38
빅토르 위고 지음, 귀스타브 브리옹 그림, 염명순 옮김 / 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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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어 왔는데, 이번에는 어린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원작을 충실하게 옮긴 비룡소의 <<레 미제라블>>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가장 유명한 내용은 아무래도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이 출옥 후 다시 은 식기를 훔치다 잡히게 되지만 주교의 자비로 깨달음을 얻게 되는 부분이겠지요. 이렇게 너무도 유명한 내용이기에 사실 저는 이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헌데 이 책을 받고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다소 놀랐지요. 내가 <<레 미제라블>>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원래 원작은 역대 가장 길게 쓰인 소설 중 하나로 근래의 프랑스판만 해도 19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540여 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원작에 충실한 이 책으로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어린 시절 읽었던 명작을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다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얻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빵 한 덩이 때문에 오랜 세월 감옥살이를 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주교의 자비로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장 발장을 보며 안도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헌데 이번에 읽게 된 불쌍한 사람들, 가련한 사람들이란 뜻의 <<레 미제라블>>에는 장 발장 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혹함으로 인한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었지요. 당대 프랑스 역사와 사회의 비정함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네요. 더욱이 장 발장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외에도 참 많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읽는내내 그 거대한 스케일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1862년에 위고는 시인 라마르틴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나는 이 책에서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물리치고, 노예 제도를 금지하고, 가난을 몰아내고, 무지한 자를 깨우치고, 병든 자를 고쳐 주고, 어둠을 밝히고, 증오를 증오하려 했다네. 바로 이게 내가 추구하는 바요, 바로 이게 내가 『레 미제라블』을 쓴 이유라네. 내가 생각하기에, 『레 미제라블』은 동포애를 바닥으로 삼고 진보를 꼭대기로 삼은 책에 다름 아니라네." (본문 544p)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 구지 줄거리를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초반 프랑스로 그 당시 프랑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1815년과 1848년 사이에 파리의 인구 가운데 65퍼센트에서 75퍼센트 정도가 빈민이었다고 해요. 먹고살기 힘든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으며, 이 소설에 등장하는 팡틴처럼 도시 노동자에서 출발해 끝내 제 몸을 팔게 되는 비참한 처지로 내몰리기 일쑤였답니다. 그러했기에 성실했던 장 발장이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쳐야했고 19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감옥살이를 해야했겠지요. 하지만 빵 한 덩이에 19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고는 장 발장을 통해 사회의 비정함과 사법제도의 부당함을 고발하려고 했다고 하네요.

 

"무슨 까닭으로 이 도형수가 내가 도형수였노라고 말하냐는 거요? 으음! 그렇소. 그 까닭이란 게 좀 묘하다오. 정직하기 위해서요. 나는 거짓말할 수 있었소. 그건 사실이오. 당신들 모두를 속이고 포슈르방씨로 지낼 수 있었소. 코제트를 위해서라면 거짓말할 수 있소. 하지만 이제 나를 위해선 거짓말해선 안 되오. 그걸 꼭 밝혀야 할 사정이 있었느냐고 자네가 물었지? 이상한 게 하나 있다오. 그건 양심이오. 나는 삶에서 밀려난 사람이오. 예전엔 살기 위해 빵 하나를 훔쳤소. 그런데 오늘은 살기 위해 이름 하나를 훔치고 싶진 않소." (본문 508,509p)

 

이에 위고는 장 발장이 미리엘 주교에 의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장 발장은 마들렌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자비를 베풀었고 팡틴을 도왔고 그녀의 딸 코제트도 돕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현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됩니다. 가난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 선과 악에 대한 고뇌는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으니가요. 장 발장은 베품과 정직, 양심에 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레 미제라블』을 자비에 관한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고 하지요. 이 소설에서 미리엘 주교는 장 발장에서 자비를 보였고, 새롭게 태어난 장 발장은 다른 이들에게 그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위고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비정했던 사회에 대한 고발을 통해 자비와 사랑, 그리고 용서를 이야기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현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의 잘못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하고 미워하곤 합니다. 이것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낳기도 하지요. 자신을 쫓는 자베르를 미워하지 않고 목숨을 구해준 장 발장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을 향한 자비와 사랑, 용서가 아닐까 싶네요. 어려웠던 19세기 초의 프랑스 사회는 현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레 미제라블』을 읽는 일은 저마다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지피는 일일 터입니다. 우리가 장 발장과 팡틴과 어린 코제트의 불행에 함께 분노하고 슬퍼할 때, 사랑의 불꽃은 인간이 따라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비춰 주리라 믿습니다. (본문 546p)

 

(이미지출처: '레 미제라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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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 5~6세 편 - 아동발달심리학자가 전하는 융복합 놀이 100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장유경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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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함께 노는 일이 아닐까 싶다. 유아기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48~72개월의 아이들은 이전 단계의 유아들과 달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를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친구들과의 놀이를 즐기게 되면서 놀이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부모에게 더 많은 놀이를 요구하곤 한다. 이유인 즉, 이제 더 이상 혼자 노는 것이 즐겁지 않는 탓이다. 요즘은 놀이가 단순한 놀이가 아닌 배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많은 부모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놀이에 관심이 많은데 <장유경의 아이놀이 백과> 시리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장유경의 아이놀이 백과 3~4세 편>을 읽으면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아이의 성장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데다 아이와의 놀이가 힘들고 막막함이 아니라 함께하는 즐거움이라 여길 수 있을 법한 구성이 만족스러웠기에 5~6세 편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 5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 놀이 헌장'을 선포했다. 어린이 놀이 헌장은 아이들에게 놀이는 선택 사항이 아니고 권리이며 아이들은 놀 장소와 시간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원을 보내고 학습지를 시키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놀이는 아이들의 권리이다. (본문 6p)

 

 

 

요즘은 조기 교육으로 인해 아이들의 놀이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기에 집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놀이 시간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장유경의 아이놀이 백과> 시리즈 역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놀이는 정말 상당히 교육적이고 발달적인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보드게임을 하다가 보면 덧셈, 뺌셈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끝말잇기를 하다 보면 어휘가 늘고 음운인식 능력이 생기며, 청기 백기 놀이를 하다 보면 집행기능이 발달하고 자기 조절 능력이 발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의 활용법을 알아보자. 이 책은 5개의 영역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각 영역에서 상당한 발달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인지라 여러 연구와 논문을 참고해서 각 영역의 발달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로 선별했다고 한다. 또한 각 놀이마다 그 놀이를 통해 발달할 수 있는 기능들을 선별해서 수록하였고,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는 Tip & 응용을 통해 해당 놀이를 변형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더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장 박사의 Q&A 고민상담소에서는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놀이와 학습에 대한 궁금증을 실제로 조사하여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질문들을 수록함으로써 고민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Chapter 1 자신감과 사회성 발달을 위한 신체 놀이를 해요]에서는 유연성과 근력 향상, 신체 지각과 균형감각의 발달을 돕는 림보 놀이, 하체 강화에 도움을 주는 돌리고 깡충 뛰기, 공간 지각력을 높이는 사방치기, 내이의 진정기관 자극으로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주의집중에 도움이 되고, 굽었던 등과 어깨를 활짝 펴주어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되는 토끼 씨름, 유연성, 평형성, 순발력, 근력 및 근지구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동작과 이완, 호흡,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집중력을 키워주는 모양 따라 하기 요가 등을 소개하고 있다. [Chapter 2 문법에 맞게 문장을 정확하게 사용해요]편에서는 그림책의 내용에 대한 인식과 이해력을 높여주고, 읽기 쓰기의 습득을 돕는 이야기 끈, 음을 정확하게 발음하고 음절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끝말을 기억해 새로운 단어를 생각하면서 작업 기억 능력이 발달되는 끝말잇기,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상상력이 발달하는 그림 속 이야기 만들기, 낱말/단어의 소리에 집중하게 하고, 낱말/단어를 음절 단위로 나누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소리 파노라마 등 소개함으로써 소통 발달 언어의 발달을 돕는다.

 

 

 

[Chapter 3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해요]편에서는 거리를 재는 다양한 측정 방법을 알아보는 누가 더 멀이 던졌을까? 놀이와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고 시간의 길이를 측정해보는 놀이 30분은 얼마나 길까?, 지퍼백을 이용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를 나누는 놀이인 수 가르기 놀이로 수를 간단하게 시각적으로 가르기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들을 이용해서 입체도형을 찾는 '냠냠' 맛있는 입체도형 놀이는 도형도 익히고 맛있는 과자도 먹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놀이다. [Chapter 4 또래와 관계 맺는 법을 배워요]에서는 매일 그 날의 기분에 대해 생각해보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놀이 오늘의 기분, 단순하면서 재미있는 놀이로 집중력과 조절력을 키울 수 있는 청기 백기 놀이, 익숙해진 행동을 바꾸어야 하는 놀이로 행동 조절을 연습하는데 좋은 신호등 놀이, 여러 명이 함께 협동심을 키우고 팀워크를 쌓는 데 효과적인 놀이인 줄 당겨 컵 쌓기 등으로 사회/정서 감성 발달을 돕는다. [Chapter 5 음악, 미술로 자기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해요]에서는 물병으로 '도레미파솔…'을 연주하며 멋진 음악을 만들어봄을써 예술, 탐구, 수학영역을 발달시키는 물병 악기, 음악을 들으며 음악에 맞춰 마음껏 신체 표현을 하는 놀이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표현력을 높이는 놀이 윙윙윙, 왕벌이 되어 보자, 자르고 칠하고 붙이고 엮는 다양한 소근육 활동이 필요한 미술 활동으로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에 좋은 종이 물고기 만들기 등 예술 창의 발달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놀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상당수의 엄마들이 아이와 놀이를 한다는 것을 꽤 어렵고 막막한 일이라 생각한다. 허나 이 시기는 놀이를 통한 학습이 매우 유익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소홀할 수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영역별로 놀이방법을 수록하여 아이의 다섯가지 영역을 위한 놀이를 수록한 <<장유경의 아이놀이백과 5~6세 편>>이 출간되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각각의 놀이에는 준비물, 놀이방법, 놀이효과, 아기의 가능성을 키우는 Tip & 응용 등을 상세히 수록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구하기 쉬운 준비물인데다 활동하기 어려운 놀이가 하나도 없다. 그러기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아이의 성장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아이와의 놀이가 힘들고 막막함이 아니라 함께하는 즐거움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놀이를 통해 뇌세포가 발달하고 감성이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아이는 부모와의 놀이를 통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이에 <장유경이 아이놀이백과> 시리즈를 적극 추천해본다.

 

 

 

만약 이러한 놀이가 부족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놀이 연구소의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는 몇십 년 동안 끔찍한 범죄자들을 인터뷰하며 이들의 어릴 적 놀이 경험을 조사했다. 이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어릴 때 즐거운 놀이의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브라운 박사의 결론은 어릴 적에 놀이의 경험이 부족하거나 박탈되면 호기심의 인내, 자기 조절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뿐 아니라 첫 10년 동안의 지속적인 놀이 결핍은 우울증과 경직된 사고, 공격성 그리고 충동조절의 실패와 같은 정서적인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본문 6p)

 

(이미지출처: '장유경의 아이놀이 백과-5~6세 편'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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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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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연재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2007년에 출간된 이후 중국 1000만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7년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소설 <<제3의 사랑>>은 드라마 <절애>로 제작되었으며 한중 합작영화 <제3의 사랑>으로 제작, 2015년 개봉되어 큰 화제를 모았는데, 2016년에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영화보다는 원작을 선호하는 탓에 이렇게 책으로 먼저 접해본다. 워낙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운 날에는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안성맞춤이다. 애틋한 사랑이라면 더욱 좋겠지.

 

 

 

변호사 추우는 사랑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추월을 참담하게 쳐다보고 있다. 오전 회의와 오후 재판을 끝내고 다시 찾은 병원에는 추월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찾아와 있었다. 회사 대표인 그의 이름은 임계정으로 올 국경절에 결혼할 예정이며 이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게 추월의 짝사랑일 뿐이었음을 추우는 알게 된다. 추우는 추월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그를 멀리하는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자발적 퇴사는 3만 위안을 배상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추월의 사직서 수리는 되지 않았고 추우는 직접 임계정을 찾아간다. 이를 시작으로 추월의 문제로 임계정을 만나게 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추우와 임계정의 사이는 점차 특별해진다. 사실 임계정은 몇 해전 추우를 본 적이 있다. 추우는 조휘와 이혼 수속을 마치고 중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북경으로 향했고, 비행기 안에서 두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울었다. 임계정은 추우 옆에 앉아 티슈를 건네기도 했던 것. 임계정은 그날 추우를 봤을 때부터 추우를 사랑하고 있었다.

 

"우리의 잘못이에요. 나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줄 알았어요. 모든 것이 변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저 조금만 버티면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 이유로 내 주변 사람에게 무심했고, 그들을 기만하고 숨기고……. 하지만 무심하면 무심할수록, 숨기면 숨길수록 더 깊은 상처를 남기게 돼요." (본문 487p)

 

배다른 형제들과 경쟁하면서 경영 승계를 위해 노력하는 임계정은 강심요와의 결혼마저도 승계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 결혼으로 임계정의 지휘는 높아졌다. 추우는 동생 추월과 이미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임계정을 멀리하려 하고, 임계정 역시 추우에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멀리서 지켜보는 임계정의 마음을 알게 된 추우는 그에게 다가간다. 이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치림이라는 큰 회사의 경영자이자 결혼할 사람이 있는 임계정과의 사랑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추우와의 만남을 협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춰지지 않는 그들의 사랑을 알고 숨길 수 밖에 없는 추우의 사랑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의 사랑을 눈치챈 추월로 인해 추우는 이별을 결심한다. 허나 어차피 시작한 사랑된 사랑은 사그러들 줄 몰랐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3년만 기다려달라는 임계정과 달리 추우는 자신들의 사랑으로 인해 생겨난 비극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나는 세상의 모든 낭만적인 사랑이 딱 두 종류일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하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에도 보는 이를 눈물짓게 만드는 드라마에나 나오는 사랑, 또 하나는 상대가 아무리 형편없어도 정작 본인은 잠도 못 이룰만큼 고통스러워하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반적인 사랑.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세상에는 제3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르 그 사랑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이 감동하지만, 모든 사랑이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며,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랑이다. 그 사랑은 남몰래 흐르는 강물과 같이, 진흙ㄱ과 모래가 뒤셖여 끊이지 않고 세차게 흘러내린다. 불행이 당신이 그 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가능한 한 멀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피하지 못했다면 그 속에 함께 뒤섞여 가슴 사무치는 행복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수밖에 없다. (본문 491,492p)

 

이 소설의 전반적은 스토리는 아주 흔하디 흔한 소재이다. 재벌가의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러브스토리이다. 당연히 재벌가의 남자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지만 이는 부와 권력을 위한 것이지 사랑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평범한 한 여인을 만나면서 사랑을 하게 되고 진정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녹록치가 않다. 아주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이러한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시청하는 드라마의 내용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흔한 내용을 가진 <<제3의 사랑>>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면 아마 결말이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인해 찾아온 비극적인 상황 그로 인해 바라보게 되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랑에는 제3의 비밀스러운 사랑이 존재하고 있으며 되도록 그런 사랑은 멀리 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까지 내주고 있는 결말말이다. 로맨스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극히 현실적인 내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계정의 제3의 사랑은 왜이다지 슬픈지. 그것은 세상에는 이 비밀스러운 제3의 사랑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가끔 이렇게 서서히 끝나기도 한다. (본문 497p)

 

 

 

<<제3의 사랑>>은 때로는 달달하고 너무도 로맨틱하게 다가왔다가 안타까운 슬픈 사랑으로 메마른 감정에 촉촉한 단비를 뿌려주듯 다가왔다. 우리는 모두 이 소설에 등장인물과 같다. 짝사랑하는 추월, 안되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추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고서야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되고 다시 찾아온 조휘, 사랑보다는 조건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임계정 등 모두가 우리의 모습이다. 모두가 우리가 행하는 사랑의 모습이다. 비밀스러운 제3의 사랑마저도.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다면, 이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시길.

 

(이미지출처: '제3의 사랑'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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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센터 인기 요리 수업 한 권으로 끝내기 - 문화센터 가니? 나는 인기 메뉴만 골라 집에서 배운다!
김선영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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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경력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요리는 자신없는 분야인지라 쓸데없이(?) 요리책에 욕심을 부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리에 자신없는 주부인지라 간혹 요리 학원이나 문화센터를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곤 하는데, 직장 생활을 하는 탓에 그마저도 그리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그러던 중 레시피팩토리에서 출간된 문화센터 20년 차 최고의 인기 강사인 김선영이 쓴 <<문화센터 인기 요리 수업 한 권으로 끝내기>>책을 보물찾기하듯 발견하고야 말았다. 여러 권의 요리책을 가지고 있는 터라 중복이 되는 요리들이 수록되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또 이 책에 또 욕심을 부렸다.

 

 

20년 동안 주부 회원들이 고민하던 그 순간의 마음을 읽으며 ,문화센터 인기 요리 수업 한 권으로 끝내기>에 요리 초보를 위한 노하루를 모두 풀어놓았습니다.

이 책은 '오늘 뭘 만들어서 먹지?'가 고민인 주부, 저의 여고생 시절처럼 요리가 즐거운 학생, 요리를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남자, 요리에 배움이 필요한 모든 이를 위한 책입니다. 저를 직접 만가기 힘든 분들도 이 책을 통해 저와 요리 수업을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문화센터에서는 2시간 안에 3가지 메뉴를 제가 먼저 시연한 후, 회원들이 그 음식을 맛보고 나서 요리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 책을 보는 여러분도 한 번에 장을 봐서 한 끼에 세 가지 메뉴를 차리게 될 거예요. (본문 3p)

 

 

 

퇴근 무렵이 되면 '오늘 저녁 뭐 해먹지?'가 늘 고민인 주부인 나에게 김선영 강사는 훌륭한 답변을 해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서둘러 책을 펼쳐본다. 이 책에는 사계절 인기 요리 수업, 153가지 요리를 담고 있다. 봄학기 3~5월, 여름학기 6~8월, 가을학기 9~11개월, 겨울학기 12~2월 총 사계절로 나뉘어 수록된 이 책의 특징은 세 가지 메뉴를 효율적으로 한 끼에 차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는 점이며, 세 가지 메뉴가 최대한 동시에 완성될 수 있도록 조리 순서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접해본 요리책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책만의 독특한 구성이다. 한꺼번 에 장 봐서 세 가지 메뉴를 한 끼에 차리는 구성! 정말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다.

 

음식은 손맛이라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손맛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불 맛이랍니다. 불 조절만 잘해도 음식의 맛은 물론 음식의 색, 모양까지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어요. (본문 8p)

 

 

 

이렇게 불 조절, 제대로 맛내는 계량법, 2% 부족한 맛을 채워주는 양념 등 기초레슨이 끝나면 본격적인 레슨에 들어가게 된다. 향긋한 봄나물과 겨우내 훔츠렸던 기운을 북돋워줄 영양이 듬뿍 담긴 재료로 맛깔 나는 메뉴들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봄학기 1주차에는 얼큰하고 담백한 보양식인 육개장, 봄나물 해산물냉채, 달래 오이무침을 배우게 된다. 세 가지 메뉴를 한 꺼번에 장볼 수 있는 재료와 세 가지 메뉴를 동시에 완성할 수 있도록 한 조리 순서, 그리고 각 메뉴들의 레시피가 아주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다. 국이나 찌개를 완성하고 나면 밑반찬 때문에 또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구성이라면 한 끼를 차리기 위한 수많은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

 

 

 

짧은 시간에 요리할 수 있고 열 조리가 많지 않아 요리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시원해질 수 있는 메뉴들로 엄선한 여름학기 7주차에는 집에서 차리는 일식 세트 메뉴로 짧조름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규동'을 재현한 쇠고기 달걀덮밥에 푸딩같이 부드러운 일식 달걀찜과 매콤하게 볶은 닭고기 가지볶음으로 폼 나는 일식 정찬을 완성하게 된다. 10주차에는 여름에 특히 맛있는 채소로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가지를 이용하여 두반장으로 매콤하게 조리는 사천식 가지조림과 짧조름하고 담백한 감자조림, 새콤달콤 시원한 냉국으로 한 끼 고민 해결이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입맛이 뚝 떨어지는 계절인 가을은 입맛을 돋워줄 매콤한 반찬, 가을에 가장 맛있는 뿌리채소와 수산물로 만든 반찬으로 풍성한 학기로 구성되어 있다. '명절 음식'하면 생각나는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려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드는 삼색전과 삼색나물 그리고 갈비찜으로 만드는 풍성한 한 끼와 명절에 먹고 남은 생선전의 맛있는 변신으로 만드는 닭볶음탕과 깻잎채 생선전조림 그리고 느타리버섯볶으로 만드는 고기와 생선, 버슷과 채소의 균형이 잘 맛는 한 끼 식단, 그리고 가을의 낙지를 이용한 매콤한 낙지볶음에 맑은 쇠고기 뭇국을 곁들여 맛의 조화를 맞춘 한 끼 식단은 8주차에 맛 볼 수 있다.

 

 

 

 

온기가 가득한 밥반찬으로 추천하는 메뉴를 담은 겨울학기 1주차는 향으로 한 번, 소리로 한 번, 맛으로 한 번 먹는 희하한 생선찜인 중국의 '찡쩡위'를 우리 식으로 변형한 메뉴로 꾸민 중국식 채소절임, 희한한 생선찜 그리고 새우 브로콜리볶음이며, 2주차는 담백하고 구수한 미역국과 매콤한 코다리조림, 무말랭이 고춧잎무침을 함께 차려 잘 어울리는 소박한 한상차림으로 꾸밀 수 있으며, 5주차에는 온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정성 가득한 상차림으로 안동식 찜탉, 어리굴젓, 매생이 굴떡국, 7주차는 한창 추운 겨울 얼큰하고 뜨끈한 장국으로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쇠고기장국, 파래 무생치무침, 매콤한 꽁치무조림으로 한 끼 식단을 꾸미게 된다.

 

 

가장 인기 있었던 48주, 153가지 사계절메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무엇보다 저렴한 재료비로 3가지 메뉴를 동시에 차릴 수 있어 매력적인 구성이다. 그 3가지 메뉴는 맛과 영양의 균형이 잘 맞는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늘 해왔던, 수많은 요리책으로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식단 고민이 이 책 한 권으로 말끔하게 해결 될 듯 싶다. 요리책을 보고 만들었던 메인 메뉴만으로는 식단을 다 꾸밀 수 없어 다른 밑반찬을 또 고민해야했던 기존의 요리책과는 정말 차별화된 구성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레시피로는 부족한 맛을 김선영 강사의 깨알 팁으로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 그 또한 매력만점이다. 그동안 애용하던 요리책이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이 책을 자주 애용하게 될 듯 싶다. 이제 나의 저녁 식단 고민이여, 안녕~!!

 

(이미지출처: '문화센터 인기 요리 수업 한 권으로 끝내기'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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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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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소식을 늘 기다리게 만드는 동화 작가가 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황선미 작가이지요. <마음의 집> 그림책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일러스트도 있었습니다. 바로 다수의 그림책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이지요. 이렇게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두 작가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룡소에서 출간된 <<인어의 노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계에서 사랑받는 두 작가, 런던 도서전 '오늘의 작가' 황선미의 글과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자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으로 만나는 용기와 지혜를 담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유럽 민담 10편을 담은 이 동화책은 이것만으로도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새로나온 책을 구경하다가 이 동화책의 삽화를 보는 순간 눈길이 멈췄고, 황선미 작가라는 사실에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바로 찜해버린 동화책이었습니다. 이보나의 삽화는 볼수록 독특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책을 받아본 순간 커다란 판형에 담긴 삽화에 바로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지요.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10편의 민담에도 곧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어디선가 읽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황선미 작가의 글로 다시 태어난 민담들은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폴란드의 [고사리 꽃]은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을 준다는 고사리 꽃을 발견한 야첵을 통해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지요. 야첵은 주머니 속의 손이 금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모든 행운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말할 기력이 없었던 어머니를 도와드리지 못했죠. 야첵이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가족들 모두가 굶주리고 병들어서 다 죽은 후였습니다. 폴란드의 [왕이 된 농부]는 사람에게 출신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집 막내 아들 가베우는 집안의 큰 걱정거리였지요. 마음이 너무 여려서 항상 손해를 보고 자기보다 남들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결국 가베우는 딱딱해진 빵과 동전 두 닢만 갖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지만 가여운 고양이와 개를 구하게 되고 덕분에 소원이 이루어지는 반지를 얻게 되면서 나라를 구하게 되고 공주와 결혼하게 되지요. 하지만 출신 때문에 공주는 가베우를 무인도의 탑에 가둬 두지만 가베우는 개와 고양이 덕분에 다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주에게 출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일깨워 준답니다.

 

 

 

표제작인 폴란드의 [인어의 노래]는 인어의 노래라는 걸 몰랐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꿈을 꾸었던 어부들 중 마테우쉬라는 어부가 인어의 노랫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욕심 때문에 인어를 잡으려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인어를 놓치게 되고 그 뒤로는 인어의 노래를 듣지 못하게 되었지요. 폴란드의 [황금 오리]는 행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루텍이라는 구두 수선공은 착하고 명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었으나 교회의 쥐처럼 가난했지요. 구둣방 주인이 둘도 없는 구두쇠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루텍이 어떤 노인으로부터 오래된 성에 있는 마법에 걸린 공주라는 황금 오리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렇게 황금 오리를 찾아간 루텍은 공주에게 하루 동안 단 한푼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써서는 안되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쓸 금화 100냥이 든 주머니를 받게 됩니다. 물론 루텍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훌륭한 구두를 깁는 구두장이가 될 수 있었지요. 결코 행운을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의 [밀랍 아가씨]는 그저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을 나무인형이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평생 다정하게 지내 온 노부부로 인해 아름다운 아가씨로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프랑스의 또다른 민화 [작은 정어리]는 운이 나쁜 어부의 딸인 앙토닌이 물가 바위 아래 구멍에서 정어리를 보게 되고 행운을 얻게 되지만 거지를 매몰차게 쫓아낸 어머니로 인해 다시 가난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베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 이탈리아의 [현명한 카테리나]는 현명한 카테리나가 예리한 지성으로 궁지에 몰린 아버지를 구하고 왕비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터키의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는 막내 공주가 마법에 걸린 왕자를 도와주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스페인의 [용과 소녀] 역시 농장의 일꾼인 야무지고 성실한 마리아가 마법에 걸린 왕자를 구하게 되는 이야기지요.

 

 

 

영국의 [사이먼의 칠 년]은 사이먼이 잡은 무지개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물고기를 놓아주다가 주인에게 쫓겨나 가족이 굶게 되자 죽으려 하지만 저승사자가 끊임없이 우유를 짤 수 있는 암소 한 마리를 주며 거래를 하지요. 저승사자는 칠 년 뒤에 다시 찾아와 세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면 암소는 영원히 사이먼의 것이 되지만 대답을 못하면 목숨을 거두어 갈 것이라고 합니다. 사이먼은 굶주려 온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거래를 하게 됩니다. 사이먼은 행복했지만 가끔 두려움을 느끼곤 했지요. 사이먼의 음식점에는 손님이 없는 월요일 저녁에 특별한 손님이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무지갯빛 드레스를 입은 그 손님은 음식점이 텅 비는 늦은 시간에만 찾아와 조용히 음식을 먹고 돌아가곤 했지요. 어느 새 칠 년이 흘러가고 저승사자가 찾아옵니다. 헌데 저승사자의 질문을 특별한 손님이었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대답을 하면서 사이먼을 구해주지요. 그 여자는 칠 년 전, 사이먼이 목숨을 구해진 바닷속 모든 물고기의 여왕이었습니다.

 

 

 

문자가 없을 때에도 사람들은 기쁘고 슬프고 두려운 것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남겼습니다. 그랫 죽지 않고 전해진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집단의 독특한 전통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들어 있게 마련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판단을 해야 하고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르쳐 주는 조상의 가르침이 다양한 이야기 속에 녹아 있지요. (중략)

우리와는 생활방식도 이름도 종교도 다른 사람들 이야기인데 전혀 이상하지 않고 낯설지가 않아 특별한 경험을 한 기회이기도 했어요. 절망적인 이야기 속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분명한데도 환상적인 장면이 떠어르곤 했으니 민담 속에는 이야기 이상의 어떤 정신이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본문 中 _황선미)

 

10편의 민담들은 지혜와 삶의 가치관이 담겨져 있지요. 행운과 큰 부가 찾아온다 하더라도 타인과 나눌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욕심은 결국 큰 행운과 부를 앗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선함과 지혜와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조언들이지만 아름답고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이 민담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감동과 함께 전하고 있지요. 그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삶의 가치관을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너무도 매력적인 이야기였기에 금새 후다닥 읽었지만 이 민담들은 한 편 한 편 천천히 읽으면 더욱 좋을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꼭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세계에서 사랑받는 두 작가로 다시 탄생한 민담이기에 더욱 환상적인 이야기 <<인어의 노래>>에는 이렇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삶의 가치관이 자연스레 녹아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삶의 진실을 잊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정말 좋은 이야기가 될 듯 싶네요.

 

(이미지출처: '인어의 노래' 본문,표지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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