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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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8월 여름 끝자락부터 다음해 3월가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소설이지만 자유시 형식을 띄고 있어 속도감이 좋은 책이에요.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그레이스입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결합쌍둥이라고 부르지만 때로는 괴물, 악마, 괴수, 돌연변이, 머리 두 개 달린 악마라고도 부르지요. 그레이스와 티피는 머리가 둘, 심장도 둘, 폐와 신장도 두쌍, 팔도 넷, 하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다리는 둘이고 모양만 그럴듯한 다리가 강아지 꼬리처럼 달려있고, 각기 뻗어나간 장기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는 그 아래로는 전부 하나인 좌골부 결합형 세 다리 쌍둥이에 속합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이들이 후원금이 바닥나고, 아빠가 직장을 못 한 탓에 여동생 드래건(원래 이름은 니콜라)처럼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티피는 어릿광대를 진짜 싫어한다. 드래건은 바퀴벌레를 무서워하고 엄마는 쥐를 못 견뎌 한다.

아빠는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척하지만, 편지가 왔다 하면 움직하면서 병원 청구서와 주차 딱지 따위를 광고 전단과 신문 무더기 밑에 숨기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있다.

그러면 나는?

나는 시선이 싫다.

시선, 시선, 도처에 널린 시선. (본문 60p)

 

학교에 다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달리 그레이스와 티피는 자신을 두 사람인 듯 자연스럽게 대하는 야스민과 존을 만나게 되고 그레이스는 존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지요. 그레이스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이미 서로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을, 공존의 의미를, 삶을 공유하는 것을 꽤 행복해했지만 존을 만난 후로 아주 가끔씩 티피와 잠시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일부분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 혼자만의 생각을 지닌 독립적인 영혼으로 존이 바라봐준다면 어떤 느낌인지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존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티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우린 헤어지고픈 마음이 없다고, 아침에 홀로 일어나기도, 함께 보낼 누군가를 찾아다니며 긴긴 하루를 보내기도 싫다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들은 우리에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본문 251p)

 

얼마 후 엄마가 실직을 하게 되면서 가족의 생활은 더욱 힘겨워집니다. 드래건은 발레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레이스는 티피를 설득하여 사랑하는 사람들 외에는 그 누구도 가족 틈에 끼어들게 하지 말자고 했던 결정을 깨고 방송 출연을 하기로 합니다. 캐롤라인은 24시간 밀착해서 이들의 일상을 찍는 조건으로 5만 달러를 주었고 드래건은 러시아 발레 여행을 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티피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그들의 삶은 또 달라지게 됩니다. 그레이스의 심근증이 심해졌고, 그 부족한 기능을 티피가 대신해주고 있었던 거죠. 유일한 방법은 심장을 통째로 이식하는 것 뿐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분리 수술을 해야합니다. 티피는 둘을 떼어놓는 것은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레이스는 티피에게 기생하고 살아가면서 티피의 생명을 갉아먹고 싶진 않습니다. 그레이스가 바라는 건 오직 티피를 살리는 것뿐이지요. 그렇게 두 사람은 분리수술을 감행하게 됩니다.

 

결합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티피는 나를 지켜주었고 우리 몸 전체에 필요한 혈액 대부분을 순환시키며 홀로 그 모든 짐을 감당했다.

나는 삶을 거저 살았다.

그리고 티피는 불평하지 않았다. (본문 337p)

 

"혹시 내가 살지 못한다 해도 나 없이 살아주겠다고 약속해줄래?" (본문 393p)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레이스와 티피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쉽게 삶을 비관하며 살아간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고, 가정형편 또한 넉넉치 못하지만 두 사람은 사랑할 줄 알았고, 주어진 삶에서 행복할 줄 알았던 것 같아요. 너무도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고, 삶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네요. 힘든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을 줄 아는 이들을 통해서 오늘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경험이 아닌가 하네요. 그리고 한가지, 우리가 '나와 다름'에 대한 얼마나 불편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를 반성해봅니다.

 

삶이 순조롭게 흘러갈 때 사람들이 걱정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본문 352p)

"다 잘될 거야. 설령 잘되지 않는다 해도, 괜찮아." (본문 440p)

 

(이미지출처: 'one 원'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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