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
제시카 베넷 지음, 노지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뉴스에서 우연히 '여성 93% 한국, 성평등 국가 아니다'라는 헤드라인을 본 적이 있다.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설문에 의하면 일상적인 부분은 물론 외모지적 부분에서도 차별을 느낀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나 역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행동하는 여성도 아니기에 책 제목이나 강렬한 빨간색의 책 표지를 담은 세종서적《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데올로기를 담은 책은 왠지 어렵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탓일 게다. 헌데 어렵사리 페이지를 넘기자 '※ 남성 독자들에게는 책 정가보다 21%가 더 비쌉니다.' 라는 문구가 유쾌하게 반겨주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는 목표를 '전쟁의 전술들'로 무장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전술과 전략은 쉽고, 따라 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것들이라고 자신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전쟁'이란 바로 일반적인 성차별, 긴가민가한 성차별, 노골적인 성차별, 가장 진보적인 사무실에조차 존재하는 의식하기 어려운 성차별과의 전쟁이다. 저자가 자신하는 이유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이 대부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위한 정해진 독서 방법 같은 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어도 되고,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된다. 아니면 요리책이라고 여겨도 좋다. 마음에 드는 부분만 손때가 타도록 읽어도 괜찮고, 책 가장자리에 메모를 해도 되며, 책 뒷장에 낙서를 해도 되고, 몇 장 찢어서 갖고 있다가 상사의 사무실 문 밑으로 슬쩍 밀어 넣어도 된다.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은 일종의 매뉴얼이자 성명서임과 동시에 각자가 선택하는 모험일지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은 후 실생활에서 어떤 방식을 적용하며 앞으로 나아갈지는 독자의 손에 달렸다. 물론 나는 여러분이 전진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저자의 말 中)

 

이 책은 1장 적을 알-눈여겨봐야 할 행동들, 2장 너 자신을 알라-여성들의 자기파괴, 3장 직장 생활의 지뢰들-직장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및 그것의 해체법, 4장 당신의 말을 들리게 해라-말하는 여자가 당하는 온갖 열 받는 일들, 5장 시끄럽고요, 돈이나 주세요-협상을 위한 컨닝 페이퍼(찢어서 브라 안에 넣고 다니자!), 6장 조시라면 어떻게 할까?-우리에겐 그저 보통의 남자가 가지는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 로 나누어 직장 내에서 마주치는 이러한 성차별에 대항하여 승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가 전술을 제시한다.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마음속으로 자신과 안타까운 씨름을 하며 살고 있을까? 바로 유구한 역사 때문이다. 수 세기 동안 우리는 '더 약 性'으로 인식되었고 중요한 자리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쓰며 그 감정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잠식해 들어와 뼛속 깊이까지 침범해버렸다. 착잡하고 혼란스럽다. 어린 시절에는 열심히만 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으나 언제부턴가는 현실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님을 체감한다.(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면서도 압박을 받는다. 이젠 세대가 우리를 위해 마련해놓은 이 토대 위에서 우리는 잘해내야만 하고, 무결점이어야 하며, 완벽해야 하고, 너무 애쓰지 않는 척해야 한다.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발을 헛디디면 남자 동료들보다 더 눈에 잘 띄고, 더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본문 99p)

 

사실 '내가 유난스러운 건가?''나한테만 이렇게 신경 쓰이는 문젠가?'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일들이 간혹 있었을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잠식해온 사고방식으로 인해 여자들 스스로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이런 생각들을 몰아내는 방법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던 책이었는데 편견과 달리 책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으며 실질적인 내용들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어 유쾌하면서도 유용한 내용이었다. 처음 책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사라진 것처럼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들조차도 성에 대한 편견이 이 책으로 인해 사라지길 바래본다. 이제는 사회에서 조금은 더 유연하고 야무지고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을 듯 싶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꼭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매력적이고 재미이쏙 현실적인 책. 성차별 직장과 전투를 벌일 때 필요한 간단한 무기들로 가득하다.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FFC)의 정식 회원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_셰릴 샌드버그 (《린 인》저자 & 페이스북 COO)

 

(이미지출처: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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