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뭣 좀 아는 뚱냥이의 발칙한 미술 특강
스베틀라나 페트로바.고양이 자라투스트라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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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표지가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책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책표지 만큼이나 저자에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의 저자는 러시아의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스베틀라나 페트로바 그리고 고양이 자라투스트라이다. 고양이가 책의 저자라니! 흥미로운 책임에 틀림이 없는 듯 싶다. 저자는 2011년 FatCatArt 사이트를 개설하여, 자신의 사랑스러운 뮤즈이자 푸짐한 몸매를 자랑하는 고양이 자라투스트라의 사진을 거장들의 명화에 결합한 작품들을 공개했고, 이 실험은 곧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책으로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명화와 고양이의 결합이라? 신선한 느낌이 든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고양이까지도! (본문 16p)

 

항상 호기심이 강하고 새로운 분야를 파고들기 좋아하는 저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외동딸인 자신 외에 사랑을 쏟았던 진저 캣 자라투스트라를 데려다 키우게 되었고 어머니를 여읜 후 깊은 우울의 나락에 빠져있던 자신에게 한 친구가 자라투스트라와 뭔가 해볼 것을 권하자 왠지 모르지만 자라투스트라를 렘브란트의 <다나에>에 포토샵을 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곧 인터넷에 화제가 되었다. 이렇듯 자라투스트라가 이 책에 미친 영향이 워낙 커서 공동저자가 될 자격이 되고도 남지 않겠는가.

 

 

 

 

Fat Cat Art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부분은 중요하지만, 예술적인 감동을 주는 것은 비단 그것만은 아니다. 사실 컴퓨터와 내가 사진, 그림, 퍼포먼스를 복합적으로 잘 버무린덕이다. 난 이 새로운 기법을 '디지털 통합'이라고 부른다. 작업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새 작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낸다. 주변의 삶에 대해 생각하거나 기존 작품들, 혹은 자라투스트라의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

2.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구한다.

3. 고양이 사진을 찍는다. 자라투스트라가 포즈를 취하고 싶을 때 촬영하고, 녀석은 포즈 취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자라투스트라는 사진을 찍으라고 조르고, 내가 그럴 짬이 없으면 토라진다!

4. 그림의 디지털 이미지에 고양이의 자리를 잘 잡아 신중하게 포토샵한다. 이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 구도나 표현이나 자라투스트라가 맞아떨어져야 되고, 적당한 사진을 찍느라 몇 달 걸리기도 한다. 또 그림에 원래 있던 인물의 흔적이 없어야 한다.

5. 이따금 거장의 화풍을 모방하느라 사진 후반 작업을 많이 한다. 현대적인 디지털 사진인 고양이 이미지가 오래된 그림의 분위기에 맞아야 한다. 동시에 인터넷의 '귀요미 고양이'를 유지해야 한다.

6. 그러고 나면 설명을 붙이는 단계. 내가 그 글도 쓴다. 고양이는 특별한 언어와 특별한 말투로 말한다. 나는 자라투스트라가 말할 수 있다면 이런저런 인간의 삶에 대해 뭐라고 할지 상상한다. (본문 16,17,18p)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고대와 중세, 이탈리아 르네상스, 북유럽 르네상스와 16세기,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17세기의 플랑드르 미술, 17~18세기 스페인 미술, 17~18세기 영국 미술, 18세기와 19세기 초 프랑스 미술, 19세기 미국 미술, 18~19세기 러시아 미술, 19세기 일본 미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유럽 미술, 20세기 초 러시아 미술, 20세기와 요즘의 유렵과 신세계의 미술까지 이 그림 저 그림을 누비며 명화를 소개하고 있다. 작품을 보다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어떻게 저렇게 절묘하게 명작과 어울리는 표정과 자세를 취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원래는 어떤 명작이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난다. 예술의 다양성, 작품을 접하는 다양한 시도 등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책이다. 물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할지라도 작품이 가진 독특성, 특별함에 이끌려 읽어보게 될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고양이를 화자로 한 유머러스한 짧은 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고양이로 인해 독자는 새로운 형식의 미술관을 경험하게 된다.

 

(이미지출처: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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