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위한 변명
그레고리 라바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번역에 따라 작품이 주는 재미와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다. 그러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번역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은 ‘김화영의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번역 연재를 했던 6개월의 시간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데다 실제 번역 과정을 소설로 재탄생시킨 일은 유례없는 일을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이 책을 읽기전에는 번역에 따라 작품이 주는 재미와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었다.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딱 하나의 의미로 대응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로 인해 작품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세종서적 《번역을 위한 변명》을 읽어보게 되었다.

 

누군가 번역 일에 관하여 묻는다면 나는 그저 이 책을 건네며 한마디만 덧붙일 것이다. "이게 다예요." _김명남(번역가)

 

이 책의 저자 그레고리 라바사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들 중 가장 저명한 사람으로 '번역가들의 대부', '번역가들의 번역가'로 통한다고 한다. 『백년 동안의 고독』의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나는 『백년 동안의 고독』영역본을 내가 쓴 스페인어 원본보다 더 좋아한다"라고 말하면서 라바사의 영역을 극찬했다고 한다. 그레고리 라바사는 2005년 자신의 번역 인생을 회고한 《번역을 위한 변명》을 펴냈고, 이 책은 펜(PEN)상을 받았으며, 「LA타임스」선정 '올해의 좋은 책'에 뽑혔다. 그 외에도 문학 번역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전미도서협회상과 문학예술아카데미 번역상을 받았고, 예술가에 수여하는 가장 최고의 상인 국가예술훈장 등을 수훈한 그레고리 라바사는 2016년 6월 14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제1부 반역의 시작, 제2부 번역 작품의 구체적 명세서, 제3부 판결을 대신하여'로 나누어 '번역은 반역'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그레고리 라바사의 답변을 수록하고 있다. 1부에서는 번역이 어떤 부분이 반역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자 제안하면서 변론의 포문을 열었고, 2부에서 라바사는 번역 작품에 관한 경험을 상세히 수록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판결 선고 전의 최종 변론을 펼치면서 번역의 본질과 번역가의 역할을 되짚고 있다.

 

언어에 대한 배신은 많은 경우 단어들의 배신이고, 동시에 두 문화 사이의 의사소통에 끼어드는 장애물들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본문 19p)

번역자는 저자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의 말들을 잘 정돈해야 한다. 저자가 자신의 문화적 범위 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들로 번역해놓은 것을, 번역자의 언어와문화로 번역해 번역자의 것으로 만들려고 할 때, 번역은 아주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다. 그것은 반역의 행위인 것이다. (본문 20p)

 

《번역을 위한 변명》에서 저자 그레고리 라바사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번역을 옹호하며, 번역 방법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번역가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풍부한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제시하고 있기에 번역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 번역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어줄 듯 싶다. 번역에 관한 책이었지만 이론이 아닌 경험을 통한 생각을 수록하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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