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봉이 김선달
양우석.신윤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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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국으로 인해 국민들은 모두 집단 우울증에 걸려있는 상태이다. 처음엔 믿기 어려웠던 일들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가 이제는 너무도 많은 사건에 기가 차서 웃음마저 나온다. 수능을 치루는 학생들 역시 상실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거기로 나와 촛불을 들고 더럽고 치사한 세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하야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그러나 반면, 아직도 제 밥 그릇만 채우려는 정치인들이 있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천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이번에 <<봉이 김선달>>로 도탄에 빠진 국민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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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지배계층인 관료를 세습이 아닌 과거시험으로 선발하는 사대부의 나라였다. 그것이 사대부들이 부정한 고려왕조와 다른 점이었다. 즉, 천출과 서자를 제외하고는 과거시험을 보는 데 신분적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식을 부정하고 아비를 부정해야 하는 또 다른 사회적 차별을 가져왔다. 또한 과거에 합격하더라도 관리가 될 수 없는 지역적 차별이 있었다. 김선달은 바로 이 지역 차별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본문 26,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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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희대의 사기꾼으로도 유명한데다 최근 유승호 주연의 <봉이 김선달>이 상영된 바 있어 '김선달'은 아마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김선달이 살았던 조선 말기는 지금 현 시국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어느 시대고 마찬가지였겠지만 빽과 돈이 있어야만 관직을 얻을 수 있었던 세상이었기에 김선달은 문무 양과에 다 급제하고도 관직을 받지 못했다. 그리하여 원래 이름은 김사원이나 대과에 붙고서도 관직을 못 받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선달'로 불리웠다. 관직을 받지 못한 김선달이 고향인 평양에 내려와 '봉추당'이란 현판을 걸고 훈장 노릇을 한 지도 십 년, 처음에는 '김선달'이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학생들이 넘쳐 났지만 일 년이 다르게 세상이 어지러워지면서 서탁에 하나둘씩 빈자리가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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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들이 가장 많은 동네 중 하나는 평안도인지라 평안감사직을 놓고 관리들 사이에 경쟁이 심했는데, 조정의 실세로 떠오른 조덕영 역시 평안감사 자리를 노리는 무리들 중 하나였다. 그리하여 얼마 전 조덕영은 거금을 주고 평안감사직을 샀고 2년 동안 돈방석에 앉을 생각에 잔뜩 들떴다. 하지만 평안감사 부임연회에서 거두어들인 돈이 성에 차지 않자 조덕영은 다음날부터 바로 사람들을 선화당으로 잡아들이기 시작했고, 김선달이 사윗감으로 마음에 두고 있던 비단 장사로 돈을 벌어들인 오영좌의 아들 오하석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평양 백성들이 모두 알아주는 효자였음에도 불효라는 죄목으로 잡혀간 오하석이 걷질 못해 포졸들에게 질질 끌려 나오는 걸 본 오영석과 유상들은 더 이상 조덕영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김선달에게 치부책을 건넨다. 김선달은 한양에서 십 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함께 지냈던 왈패 천봉석과 함께 조덕영과 앙숙인 박종경을 찾아가 조덕영을 고발하게 되고 마침내 조덕영은 귀양을 가게 된다. 하지만 조덕영은 이 모든 것을 꾸민 자가 김선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 원한을 갖게 되고 권모술수로 다시 관직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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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덕영과 김선달의 악연이 시작되고 죽음의 위기에 몰린 김선달은 가족과 함께 연경에 자리를 잡으려 하지만 '홍경래의 난'에 휩쓸리게 되고 가족들은 청나라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 놓이게 된다. 과거에 홍삼 거래로 인해 김선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청나라 진대인은 노예를 풀어주는 값으로 김선달에게 많은 금액을 요구하게 되고 김선달은 가족과 힘없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돈을 구하려 한다. 가진 것 없는 김선달은 조덕영의 돈을 훔치기 위해 대동강 물을 팔게 되고 이에 조선 최고의 사기꾼인 봉이 김선달과 조덕영의 숨막히는 대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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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께 하나만 묻겠습니다. 대체 이 나라는 누구의 것입니까? 임금의 것입니까, 사대부의 것입니까, 아니면 외척의 것입니까?"

"지금 이 나라는 무고한 삼천 명의 백성을 청나라에 노예로 팔아버렸습니다. 비록 이 땅에서 잘 살게 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의 땅에서 노예로 살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조선 통치이념인 성리학에서 '민심은 곧 천심이라'했고, '백성이 곧 하늘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곧 평안도는 평안도 백성이고, 조선은 조선 백성이란 뜻 아닙니까? 그 팔려 간 삼천 백성은 어느 나라 백성입니까?" (본문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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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은 조선 후기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의 시국과 닮아있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김선달이라는 캐릭터는 이러한 씁쓸한 사회 속에서 통쾌함을 선사한다. 모든 국민을 우울증에 빠지게 한 너무도 힘든 이 시국에 <<봉이 김선달>>을 통해 잠시나마 통쾌함을 느끼며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단지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이 통쾌함을 현실 속에서도 맛볼 수 있다면 더 좋으련만. 모든 비리가 밝혀지고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게 하고 두 번 다시 권력이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검찰이 김선달이 되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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