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이 가득한 책장 라임 청소년 문학 23
조 코터릴 지음, 이보미 옮김 / 라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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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나 표지에서 상큼함이 물씬 풍기는 청소년 문학입니다. 최근 읽은 청소년 소설은 왠지 어둡고 무거운 주제들이었기에 내심 발랄함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큼발랄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렇다고해서 실망한 작품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고 주인공 칼립소와 친구 메이가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 강한 흡입력을 지닌 스토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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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립소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그런 칼립소에게 전학온 메이가 같이 놀자고 말했을 때 칼립소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어요. 왜냐면 칼립소는 '사람은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여야 한다'는 아빠의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지요. 아빠는 늘 내면의 힘을 강조해오셨어요. 사실 칼립소와 아빠는 엄마가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뒤 사람들과 단절된 채 책 속에 빠져 지냈습니다. 칼립소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란에 '이 아이는 외톨이입니다' 혹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적혀있어도 아빠는 오히려 선생님들이 내면의 힘에 대해 고민하거나 배운 적이 없는 탓이라고 혀를 차곤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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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빠는 스스로 '일생일대의 걸작'이라고 부르는 <레몬의 역사>라는 제목의 원고를 쓰고 있고 칼립소는 <폴리애나>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지만 칼립소는 메이가 떠올랐지요. 그리고 다음날 영어 시간 모둠 수업 시간에 우연히도 메이와 짝이 되면서 둘은 단짝이 됩니다. 칼립소는 메이의 집에 놀러가게 되면서 메이 가족의 떠들썩한 다툼과 화해, 사랑을 느끼게 되지요. 어느 날 엄마의 작업실을 서재로 쓰고 있던 칼립소의 이야기를 들은 메이는 칼립소의 책으로 가득 찬 방을 가보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 적 없었던 칼립소는 메이를 집으로 초대하게 되고 서재를 구경시켜 주려던 칼립소는 엄마 책이 줄지어 꽉꽉 채워져 있던 서재에 책은 온데간데없고 레몬만 잔뜩 놓여있던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 외출 후 돌아온 아빠는 레몬을 놓아둘 공간이 필요해 엄마의 일부나 다름없는 책들을 축축한 창고에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화가 난 칼립소는 손에 잡히는 대로 레몬을 집어 바닥이며 벽이며 책상이며 마구 집어 던졌고, 이 모습을 보게 된 메이 엄마를 따라 메이의 집으로 가게 되지요. 이후 칼립소와 아빠는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나온 사람들과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아빠는 칼립소를 보호하기 위해 칼립소가 마음에 굳건한 벽을 쌓아서 아빠처럼 상처받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지금껏 애를 써온 것임을 칼립소는 이해하게 되요. 하지만 칼립소는 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빠가 틀렸으며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아빠에게 칼립소가 필요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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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있으면 그 길을 더 근사하게, 또 쉽게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문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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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이 가득한 책장>>은 이렇게 엄마의 죽음으로 상처를 받고 마음을 굳게 닫은 아빠와 칼립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칼립소는 평범한 가정에서 밝게 살아가는 메이네 가족을 통해서 아빠와 자신의 삶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지요. 그들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가는 칼립소의 성장과정은 독자들에게 타인과의 교류, 관계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됩니다. 칼립소와 아빠는 알지 못했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는 곪고 곪아서 더 큰 아픔을 가져오고 있었어요. 메이와의 만남을 통해 칼립소는 자신의 마음을,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고 결국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서로 의지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또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더욱 메말라가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우리 자신에게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줄 수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네요. 타인과의 교류, 그 가치를 잘 알려준 의미있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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