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스
에마 클라인 지음, 정주연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소설 <<더 걸스>>는 초고 상태에서 36개국 판권 판매, 영화화 판권 선 판매 등 미국 현지에서 출간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라고 한다. 뉴욕 타임스 12주 연속 베스트셀러, 영화화 예정, 언론의 극찬으로도 이 소설에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지만 내가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성장 소설'이라는 점이다. 처음엔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는 중2병에 걸린 딸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면 사춘기 시절의 내가 범한 오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 자주 찾는 장르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주저없이 선택한 책이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것은 흔들리는 십 대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음에도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탓에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화적 이질감을 배제하고 주인공 이비의 감정, 상처만을 본다면 좀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을지 않았을까? 나의 독서력을 원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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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때 나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내 걸음이 너무 빠른 건 아닌지 신경 쓰고, 내가 안절부절못하고 어색하게 구는 걸 남들이 알아보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모두가 내 행동을 계속 지켜보다가 모자란 점을 알아내기라도 할 것처럼. (본문 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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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된 이비 보이드는 친구 댄의 아들 줄리언과 그의 여자친구 섀셔를 만나게 되는데, 줄리언은 이비를 광신 집단에 있었던 자신을 기억한다. 이비는 그들이 자신을 혐오하거나 두려워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눈길은 의외로 경외감 같은 것이 담겨져 있었다. 피비린내를 생생히 풍기는 제목이 달리고 범죄 현장 사진이 인쇄되었던 그 사건에 이비가 언급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그들과의 만남으로 이비는 1969년 그해 여름의 막바지였던 열네 살의 자신과 열아홉살의 수전이 있던 그 해를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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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용기와 한계를 넘어 밀고 가려는 힘을 한껏 그러모았고 그 뭔지 모르는 것을 즐기려 했다. 나 자신이 내 몸 안에 갇힌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나 자신이 수전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의 눈부신 흐름을 따라 나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으면서 그렇게 평범한 느낌이었다니. 그렇게 쉬울 수 있었다니. (본문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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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남부 캘리포니아는 폭력과 약물, 반전운동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던 때라고 한다. 이 책이 1969년 찰스 맨슨과 그를 추종하던 소녀들이 5주에 걸쳐 몇몇 지역에서 저지른 9건의 끔찍한 실제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고 하니, 그 당시 불안했던 사회를 짐작할 수 있을 게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사회 배경과 더불어 부모의 이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열네 살의 이비는 어느 날 공원에서 야하고 경박하게 웃고 있는 히피 소녀들을 목격하게 된다. 이비는 그 소녀들이 서로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을 보며 가족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중 이비는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만 야하고, 안달 나게 만드는 느낌을 가진 수전이라는 소녀에게 매혹되어 그들과 함께 버려진 목장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자유와 우정을 갈망하던 이비는 그들의 일부가 되고자 했고, 수전처럼 되고자 했기에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끝내 상처만 남은 그 해 여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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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는 수전에게, 세상에게, 무언가를 갈구했다.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그리고 아마 수전도, 그 소녀들도 모두 무언가를 갈구했다. 자기 인생을 내던질 만큼 무모하게도. (본문 3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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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다르고, 사회가 다르지만 혼란스러운 자아, 자유를 갈망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해 유치가 있는 소녀들의 심리는 다르지 않았다. 그런 탓에 문화적, 사회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고 갈망과 상실이 존재하는 소녀의 성장과정은 충분히 눈여겨볼 만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키기며 새로운 고전이 될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소설로 인해 '찰스 맨슨' 사건 역시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소설로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으나 영화는 어떻게 보여질지 사뭇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듯 싶다. 이비의 심리, 당시의 상황을 좀더 오롯이 이해하고 싶은 책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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