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짓말 라임 청소년 문학 22
재스민 왈가 지음,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시기보다 정서적으로 힘들고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기의 자살은 보통 사전 계획 없이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고 사소한 계기, 즉 친구와의 다툼, 부모의 꾸중, 경쟁에서의 패배 등이 자살로 이어지게 하는 사건들인데 청소년기의 자살은 정말로 죽으려고 하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괴로움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헌데 여기 이러한 청소년기의 자살이 보여주는 특징과 달리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클래식을 즐겨 들으며, 우중충한 쇼핑센터 지하에 있는 터커통신판매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 아이셀은 요즘 '평탄한 길'이라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동반 자살방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어두컴컴한 미래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아이셀은 혹시 마지막 순간에 변덕스러운 충동 때문에 육체가 정신을 배반하고 일을 그르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자살한다면 결과는 빼도 박도 못하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던 중 아이셀은 열여덟 살짜리 소년이 자살 파트너를 구하는 것을 본 후 인생 처음으로 행운이 찾아왔음을 예감한다. 4월 7일, 한 달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셀은 함께 자살 계획을 세우기 위해 얼음 로봇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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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 전까지만 해도 주중에는 아빠와 주말에는 엄마와 지냈던 아이셀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올림픽에 출전할 뻔했던 랭스턴 최초의 소년인 티모시 잭슨을 살해하면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된 후로 엄마와 재혼한 스티브 아저씨네 집으로 오게 되었다. 엄마가 말한 적은 없지만 아이셀은 행복한 가정에 끼어든 침입자가 되어 그들에게 기생충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느낀다. 엄마와 스티브 아저씨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조지아와 마이크 사이에 끼어서 어정쩡하게 살아가고 있는. 얼음 로봇의 이름은 로만으로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을 하려고 한다. 엄마의 과잉 보호로 혼자서는 도저히 자살을 해낼 수 없어 파트너를 구하려했던 로만이었기에 엄마의 눈을 피해 자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로만은 아이셀을 친구로 소개해야겠고, 아이셀은 로만의 엄마 식사 초대에도 응해야했다. 그렇게 자살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살할 마음에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이셀의 마음이 변화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하기 전에 아빠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한 아이셀은 로만과 함께 교도소를 방문하기로 하는데, 이를 위해 캠핑을 핑계삼는다. 캠핑장에서 로만과의 첫 키스에서 아이셀은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로만과 달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모든 게 변했다고 말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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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으며, 아빠가 티모시 잭신을 죽게 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자신 안의 시커먼 구멍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며, 영원히 그 무게를 견뎌야 할지도 모르지만, 아이셀은 이제는 자신 안에 있는 슬픔과 맞서 싸워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둠을 몰아내고 싶어진 것이다. 아이셀은 로만을 만나보고부터 모든 게 달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아이셀은 사람들은 따가운 눈초리와 숙덕거리임 아닌 관심과 사랑을 통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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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 미래를 피하기만 했다. 그 어떤 것도 상상하기가 두려웠다. 내 마음속의 미래는 늘 정지 상태였다. 어쩌면 이제 내 미래를 그려 보아야 할 시간이 온 건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있는 슬픔과 맞서 싸워야 할 시간이 다가왔는지도. (본문 2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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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뉴스에서 동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기에 이들은 자살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던가. 아이셀도, 로만에게도 미래는 어둡게만 느껴졌고 힘겨웠을 것이다. 자살을 계획하면서도 동생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는 아이셀을 보면서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생각을 멈출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표현하지 못했던 아이셀과 아이셀의 엄마를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것은 이때문이리라. 이렇게 나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동반 자살을 할 파트너를 구하고, 함께 자살 계획을 세운다는 특별한 소재를 통해 저자는 우리는 저마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소 무겁고 어두울 수 있을 소재에서 자살 파트너로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는 스토리는 소설의 특별함을 더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사랑임을 더욱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청소년기에 가족의 사랑은 더욱더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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