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공 -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배일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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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공(獨功)이란 소리꾼이 선생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더욱 정밀하고 자세하게 닦고, 더 나아가 자기만의 독특한 덧음을 만들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본문 14p)

책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치니 책의 시작에 그 의미가 적혀있었다. 그 뜻을 알고나서야 책의 저자가 눈에 들어온다. 명창이자 이 책의 저자인 배일동은 미국, 독일, 터키,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프랑스 등에서 약 40회 이상의 공연과 강연을 해왔으며, 판소리에 서커스나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시켜 왔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2015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트럼펫 연주자 스콧 팅클러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인 'CHIRI'를 결성해 판소리와 재즈를 접목한 공연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판소리계에서는 고제(古制) 판소리의 맥을 잇는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는 저자가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외국 공연을 자주 다니면서 만나는 외국 음악가나 예술 석학들로부터 영어로 번역된 판소리 관련 이론서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라고 한다.

현존하는 전통문화 예술을 정밀하고 심도 있게 연구하여 서양식 관점이 아닌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의 개념으로 이론화하는 작업들을 해야 한다. 이론가들이 아닌 실기자들의 예술 경험을 토대로 한 이론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뿌리 깊고 샘이 깊은 우리 문화를 계승할 수 있다. (본문 6p)

이에 저자는 <<독공>>에서 자신이 깨달은 판소리의 예술혼의 뿌리를 밝히고 있으며, 독공을 결심하고 산으로 들어가 목포 아래에서 7년 세월을 혹독하게 보낸 과정과 판소리에 대한 분석과 충고 등을 총 9부로 나누어 풀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재주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정성스러운 공부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제3부 재주를 가졌으되 오만하지 말라, 편에서 아이들의 교육과 연계하여 수록한 내용들이 참 흥미롭다. 더불어 제7부 전통의 법제 속에서 새로운 보옥을 캐다, 편에서 국악의 어설픈 세계화보다는 국악의 품격을 알리는 데 힘써야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함으로서 앞으로 국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어렸을 때 영리하다고 커서도 반드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요즘 타고났다는 소리꾼들을 보면 대개가 고등학교 때의 수준이 30대에 이르러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세월이 가도 공력은 없고 요령과 재주만 보일 뿐이니 그처럼 볼썽사나운 게 없다. 노력을 왜 하지 않겠는가마는 고도로 집중하는 공부로 도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략) 노력의 공을 다하지 않는 천부적인 재능은 오히려 독이 된다. 땅에서 이제 막 고개를 내밀고 나온 어린싹을 보고 천재이니 신동이니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본문 125p)

지금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당당한 걸음으로 천지를 소요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우리의 걸음새에 대한 연구를 확실히 하여 우리의 아름답고 품격 있는 예술적 가치를 이론적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빈 것은 허깨비 문화요, 뿌리 없는 떠도는 부평초 문화이다. 그러나 우리 단군의 문화는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일궈온 금강석 같은 문화이다. 그 위로 우리는 당당하고 격조 있게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 전통 국악의 진정한 가치이다. 오래된 전통 예술의 품격은 바로 국가의 품격이다. (본문 268,269p)

앞서 실기자들의 예술 경험을 토대로 한 이론들이 필요하다고 했던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예술가가 직접 쓴 책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전통 예술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저자의 경험이, 경험을 토대로 제시하고 있는 나아갈 방향 등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예술가가 아닌 이들에게는 예술가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을 통해 또다른 감동을 받게 될 것이며 우리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될 듯 싶다. 그동안 쉽게 만나보지 못했던 분야의 책을 예술가가 직접 쓴 글로 만난 것에 대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책이었다.

(이미지출처: '독공'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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