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 요즘 연애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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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9년차인 나와 달리 요즘은 연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바뀌고 있다. '썸'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고, 결혼은 조건이 우선시 되고, 결혼과 연애는 별개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남자는 여자에 대해, 여자는 남자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인기를 끈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정말이지 연애를 하는 중에도, 헤어지고 난 뒤에도 혹은 결혼을 한 후에도 남자들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긴 하다. 그런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속내가 여기 <<요즘 남자 요즘 연애>>에 담겨져 있다. 마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케하는 이 에세이에서 그 끝을 알 수 있는 남자들의 연애에 관한 생각을 알아감으로써 그들을 정복(?) 해보는 건 어떨까?

 

여성들이 궁금했을, 하지만 엿보기 어려웠던 남자들의 수다를 풀어냈지만 꼭 남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이해와 이별 사이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본문 6p)

 

이 책은 약 18개월간 연재했던 '김정훈의 썸'이라는 칼럼을 재구성한 것이며, 남자 버전인 <섹스 앤 더 시티>를 써보고 싶단 욕심을 가졌더랬던 저자의 그 마음이 반영되어 전반적으로 이 드라마를 연상케 했으나 그만큼 발칙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더 많이 담아냈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 책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소설같은 느낌을 주는 구성이 재미를 더하니 부담없이 읽기에 좋다.

 

여기에 성격도, 취향도 각기 다른 네 명의 남자가 있다. 나름대로의 철학 있는 바람둥이 준, 늘 허탕만 치는 낭만파 세운, 연애보단 자기 앞날이 우선인 현실파 주영, 그리고 연애 휴지기 중인 생각 많은 관찰자 태희가 바로 그들이다. 대체로 찌질해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바로 연애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귀엽게도 보인다. 연애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사람을 한 없이 찌질하게 보이게 하는.

 

직장을 다니면서 칼럼을 썼던 태희는 직장 생활과 글을 쓰는 일 사이에서 방황하다 사표를 쓰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여자친구 미진에게 이별을 통보받는다. 헌데 알고보니 미진이 태희와 만나는 도중 소개팅을 했고, 헤어진 이후 곧장 그 성형외과 의사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태희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고등학교 친구인 준이, 주영이 그리고 세운이가 함께 해주었다. 이별을 통보받은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그는 여전히 허무, 억울, 분노, 비침, 오해, 그리움, 의심, 다시 허무, 다시 그리움 그리고 원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상처의 종류를 분석하곤 했다. 다섯 달째가 되면서 미진을 생각하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후유증은 남아있었다. 더 이상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가 우연히 B잡지에서 주최하는 로맨스 소설 공모전을 보게 되고, 글을 통해서 정리되지 않은 자신 안의 무언가를 말끔하게 치우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쓰게 된 소설의 제목은 <사랑은 없다>이며 주인공은 친구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하여 사랑에 지친 도시 남자 도남,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여자 구라임으로 정하게 된다. 이렇게해서 이 책은 액자 형식을 띄며 네 남자의 이야기와 태희가 쓰는 <사랑의 없다>의 소설이 중간중간 소개된다. 이 책은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는 모습을 남자의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다. 네 남자의 수다를 통해 요즘 남자들의 연애하는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는 남자들의 연애 이야기로 국한하기 보다는 요즘 연애에 관한 이야기며, 우리 모두의 연애에 관한 이야기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항해처럼 거친 풍랑을 만날 수도 있다. 거친 풍랑으로 항해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항해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새로운 항해는 늘 설레이고 행복하게 하니까. 항해는 계속되어야 한다.

 

모든 연애는 드라마다. 이토록 찌질한 이야기일지라도. _이재문 프로듀서

 

한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미지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와 같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탐험한다는 호기심은 거친 풍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언제나 우선하는 법이다. '함께'라는 이유로, 사랑의 힘으로 그런 위험 요소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둥글다고 믿었던 마젤란처럼, 우리의 연애에 끝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 자신하는 수많은 남녀가 힘차게 닻을 편다.

다시 돌아온 마젤란의 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런데 우리의 사랑에 끝이 없음을 확인하는 건 쉽지가 않다. 모든 사랑의 끝이 결혼은 아니겠지만, 편의상 험난한 연애의 바다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지로 오게 되는 것을 결혼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보자. 이 완전한 일주를 성공하지 못하고 회황하는 연인은 허다하다. 이별이다. (중략)

그 시간 자체가 결국 사랑임을 떠올리며, 완주를 하지 못했대도 그 항해가 가치 없는 건 아니라고 아무리 되새겨봐도 실패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슬프다. 누구나 안전하고 완벽한 항해를 하고 싶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할지 늘 고민한다. 이 같은 고민의 끝엔 허무함이 있다. 그것은 남자는 결혼을 포기하고 여자는 출산을 포기하는 '5포 세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략)

 

지난 항해들의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완주할 수 없었을 거다. 우리도 연애를 시작하는 데 있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수많은 끝에서 좌절과 슬픔을 겪었다 해도 바다가 사라진 건 아니다. 또 다른 항해라면 이번에야말로 그 세계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 (본문 331~3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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