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대한민국 스토리DNA 10
염상섭 지음 / 새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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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는 1931년 1월 1일에서 9월 17일까지 총 215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된 작품으로 서울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우리 소설 가운데 서울말을 가장 풍부하게 살려 쓴 작품인데 서울에 거주하는 중간층의 구체적인 생활 언어를 생생하게 살려 씀으로써 선험적 의미항에 폐쇄적으로 규정되는 전() 단계 문학의 일반 성격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새로움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하나의 또는 몇 개의 척도로써 현실 세계와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재단, 가치 평가의 서열화를 도모함으로써 좁은 단일성의 세계에 갇혔던 지난 시대 문학 일반과는 달리 복잡한 관계의 그물로 이루어지는 복합성의 세계, 중층성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네이버 지식백과)고 한다.

 

 

엽상섭이 대표작인 <<삼대>>는 비록 제대로 읽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국어 교과서에 꼭 등장했으며, 한국소설사에 한 획은 그은 작품이니만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 소설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하 급변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세대 간의 대립과 고민 속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적 욕망에 대한 작가의 통찰은 지금 현 사회 속에서도 통용되는 내용이니만큼 꼭 읽어야 하는 장편소설이라 하겠다. 이에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으며,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한 새움출판사 독자가 사랑한 한국문학 <대한민국 스토리 DNA 100선>시리즈를 통해 살펴보면 좋으리라. 이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 분명할 것이기에.

 

끼니때 밥 먹으러 들어가기를 겸연쩍어하는 친구의 심사에도 물론 동정이 가지만 공장에 다닌다는 딸의 모양을 상상하여 보고는 얇은 호기심과 함께 몹시 가엾게 생각되었다. 덕기는 밥걱정 없는 집안에서 자라나서 구차살이란 어떤 것인지 딴 세상 일 같지마는 그래도 워낙 판이 곱고 다감한 성질이니만큼 진순한 청년다운 감격성과 정열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본문 11p)

 

<삼대>의 중심이 되는 '삼대'는 대지주이며 재산가인 조부 조의관, 봉건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과도기적 인간형인 아버지 조상훈, 선량하지만 조부와 아버지의 부조리함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인간인 아들 조덕기로 이루어진다. 이 조씨 일가가 소설의 중심에 놓여있으며 이들 주변으로는 덕기의 친구 병화와 그를 둘러싼 실천적 진보주의자와 돈에 얽매이는 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 이야기는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봉건적 구 세대의 전형인 조부가 사망하자 재산상속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면서 주변인물들의 추악한 인간상이 드러나면서 절정을 이룬다. 이는 자본주주의 절정인 현 사회의 한 단면이리라.

 

이 음산한 공기가 모두 안방에서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고 뒤꼍이고 그 몇 연놈들의 몸뚱어리가 슬쩍하는 데서면 풍겨 나오는 것일지도 모를 것 같다. 웬일일꼬? 돈? 돈 때문에? 돈 동록 냄새가 욕기의 입김에 서려서 쉬고 썩고 하여 나오는 냄새 같기도 하다. 그러나 돈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생각하면 뉘 집에서나 열쇠 임자의 숨이 깔딱깔딱할 때가 돌아오면 한 번은 겪고 마는 풍파가 이 집에서도 일어나려고 뭉싯뭉싯 저기압이 끓어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덕기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본문 431p)

 

 

이 소설에서는 여러 측면의 갈등도 엿볼 수 있다. 체면과 권위를 위해 상당한 돈으로 족보를 만든 조부와 쓸데없는 족보보다는 그 돈으로 교육사업에 쓰자는 신식교육을 받은 상훈의 대립으로 이는 그 당시 서로 다른 사상의 대립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인들의 갈등과 홍경애를 둘러싼 상훈과 덕기의 갈등도 엿보인다. 이 소설은 이렇게 돈과 욕망을 둘러싼 인간의 양면성과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라 하겠다.

 

 

 

『삼대』는 장편으로서의 규모나 구성의 치밀성, 내용상의 풍요로움에 있어 한국소설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에 이르는 삼대를 통해 세대 간의 대립과 그 필연적 몰락 과정을 담는다. 한국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리얼리즘 문학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염상섭. 인간의 복잡한 폐부를 꿰뚫어 보는 그의 날카로운 눈은 박쥐 같은 인간의 양면성을 세세하게 포착하는가 하면, 핏줄보다는 돈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대의 풍습과 서울 풍경, 일상 언어를 생동감 있는 필치로 그려냈다. (표지 中)

 

새움출판사 <<삼대>>는 작품의 원형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사투리나 속어, 대화체의 옛 표기 등을 되도록 살리려 했으며, 독자들의 이해하기 쉽도록 간략한 설명을 붙였다. 이를 통해 현대의 독자들은 그 당시의 생활 양식과 가치관,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삼대>>는 국어 교과서를 통해 소설의 단면만 살펴왔던 것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이 소설을 오롯이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자본주의의 중심에 선 현대인들에게 이 소설은 필독서이자 앞으로도 민족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서 이 소설은 또 하나의 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기에.

 

돈이란, 재산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요, 어려운 것인 줄을 덕기는 비로소 깨달은 것 같다. (본문 461p)

"사람이란 옷 한 겹만 입은 것이 아니라 마음과 몸뚱어리 위에 몇백 겹 몇천 겹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으로 싸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 (표지 中)

 

 

(이미지출처: '삼대'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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