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박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1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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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 탓에 청소년 소설을 참 많이 읽는 편인데, 요즘 청소년 소설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청소년 소설이 보편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어 식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하이킹걸즈><다이어트 학교>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책에 대한 정보도 필요없이 김혜정 작가 이름이 주는 신뢰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동안 보여주었던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주는 식상함, 보편성이 전혀 없는 새로운 소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사실 이 소재는 <자음과모음>의 사태희 국장님이 작가에게 십대들의 창업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던 이야기였음에도 작가는 이야기를 쓰면서 무언가에 막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하니 아마 이야기에 빠져있었던 듯 싶다. 정말 참신한 이야기였고, 정말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에는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좋은 대학을 목표로 마치 공부하는 기계처럼 기대하지 않고 꿈꾸지도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청소년들과는 현실적인 거리감이 느껴지는 듯 하여 조금 씁슬한 느낌이 들었다. 이에, 이 책이 '잘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청소년들에게 혹은 그들의 부모에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엄마의 일곱 번째 가게였던 화장품 가게의 수익이 좋지 않게 되면서 집 안에는 몇 상자의 화장품 재고가 쌓여있게 되었다. 여울은 상자 속에서 친구들이 쓸 만한 화장품을 골라 다음 날 친한 친구인 다솜과 유준에게 선물로 주었다. 특성화 학교인 유비고에 다니는 여울은 유준과는 입학 전부터 모 팬카페에서 알게 되었고, 다솜은 여울의 첫 짝이었다. 다솜은 유준을 짝사랑했고 중간에서 여울이 도와줘 둘이 사기게 된 후로 셋은 삼총사처럼 붙어 다녔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여울은 유준과 함께 매주 금요일 5교시 동아리 활동으로 하고 있는 쇼핑몰 창업반에 갔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내년 전국 창업경진대회를 독려하기 위해 학교에서 상금이 100만원인 '유비고 창업경진대회'가 열린다고 공지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여울은 상금에 혹했고, 여울은 덤핑으로 넘겨질 화장품을 파는 것으로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물건을 파는 건 단순히 장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거야. 시크릿 박스도 그렇지 않았니? 시크릿 박스가 인기를 얻은 건 단순히 화장품을 싸게 팔았기 때문이 아니란다. (본문 62p)

"시크릿 박스 콘셉트가 십대가 만든, 십대를 위한 선물 상자잖아."

"그래, 우리가 팔려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야." (본문 81p)

 

그렇게 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화장품을 포장할 때 필요한 넓은 공간을 위해 유준의 친구인 지후의 집 지하실을 사용하게 되면서 지후도 합류하게 되는데, 할머니랑 단 둘이 사는 지후에 대한 궁금증이 생각에 꼬리를 물어 '시크릿 박스'가 탄생하게 된다. 시크릿 박스로 아이들은 한 달 넘게 일한 거에 비하면 비록 작은 돈이었지만 1인당 9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고 유비고 창업경진대회에서 2등을 하여 상금 50만 원을 받게 된다. 창업 대회는 끝났지만 여울의 제안으로 2탄을 만들게 되고 처음 기대와 달리 주문량이 많지 않아 실망하였으나 아이돌 그룹 멤버가 SNS에 올린 글로 시크릿 박스의 인기는 기대를 넘어서고 여울은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등 연신 화제가 된다. 하지만 시크릿 박스의 성공과는 반대로 아이들의 관계에는 틈이 생기게 될 뿐만 아니라,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크릿 박스는 사회의 냉혹함으로 위기를 맞게 되면서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십대들의 창업이야기 <<시크릿 박스>>는 창업을 소재로 청소년들에게 꿈을 꾸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끊임없이 등수를 매기고, 높은 등수 안에 들기 위해, 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여울의 동생 여랑이 그랬던 것처럼,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갖고 편하게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만이 십대들이 꿀 수 있는 꿈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이것이 꿈의 전부라고만 알고 있는 십대들의 슬픈 현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들 주인공처럼 노력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해서 모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잘될 기회조차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이 꿈꾸고, 도전하는 삶을 살기를! 저자는 이들 주인공을 통해 십대들에게 그렇게 용기를 주고 있었다.

 

"그저 그런 대학 나와서 취업 못하고 빌빌 거릴 거면 지금부터 자격증이라도 좀 따놔. 그래야 취업할 수 있을 거야. 미래가 걱정도 안 돼? 우리는 아마 백 살까지 살 거야. 그런데 직업이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적어도 일흔 살까지는 일해야 하는데, 정규직이 아니면 몇 년 일하지도 못한다고." (본문 18p)

 

"왜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걸까? 잘하고 싶은 사람만 잘하면 되는거 아냐?"

"돈 때문이지 뭐. 대학이 4년제냐 2년제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잖아. 대졸, 고졸도 차이가 나고." (본문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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