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온톨로지 - 사랑에 관한 차가운 탐구
조중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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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하였기에 사랑을 주제로 한 탐구는 실상 너무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에 대한 정의는 애매모호하다. 더군다나 사랑을 정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늘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사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과 예술, 종교, 철학, 논리학 등을 탐구해온 조중걸 교수 역시 단순한 학습으로 밝혀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회피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가 사랑에 관한 아주 특별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사랑에 대한 차가운 탐구'라는 부제로 쓰여진 <<러브 온톨로지>>가 바로 그것이다. 사랑은 세계에 만연하기에 저자 역시 만연한 것의 탐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사랑은 세계에 만연하지 않음을, 만연하고 있는 것은 단지 '시장의 우상'이라고.

 

현대의 철학은 분석철학으로 세계를 1. 말해질 수 있는 것 2. 보여져야 하는 것. 3. 침묵 속에서 지나쳐야 하는 것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 책의 주제인 사랑은 바로 세 번째 세계, 즉 침묵이 세계와 관련된다. 헌데 침묵 속에서 지나쳐야 할 것들이 말해지는 이유는 지성적 존재로서의 스스로에 대한 차별적 우월감과 위선과 허영 탓이라고 한다. 저자는 사랑에 대한 1차적인 정의를 '정의가 불가능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사랑에 대해 말하고-남발하고-있는데 우리가 말하는 것은 헌신, 자기희생, 친근감, 그리움, 애정, 질투, 실망, 분노 등 사랑의 결과나 요소이거나 사실은 사랑과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이지 사랑 자체는 아리라는 것이다. 사랑은 이것들을 넘어서는 특별한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말해지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사랑이라고 말해져온 것들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리가 보통 사랑이라고 말해져 온것인 섹스에 대해 저자는 그 자체로서는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본능의 충족이다. 섹스는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다. 많은 사람이 사랑 없는 섹스의 부도덕성에 대해 말하고 섹스의 원인으로서의 사랑에 대해 말하지만 섹스 없는 사랑도, 사랑 없는 섹스도 있으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없다. 고로 사랑과 섹스는 아예 질을 달리한다.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말해지는 사랑으로 일컫는 애정은 어떨까? 저자는 애정을 주제로 한 표현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과, 애정 자체가 아름답다거나 그 아름다움을 미루어 그것은 애정이 아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얘기라고 말하고 있다.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사랑을 기초로 한다고 말해지는 결과물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역시 사랑이 존재한다고 말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란 점이다.

 

만약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거기에 부수하는 어떤 것과 상관없이 존재할 것이다. 만약 사랑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단지 어떤 가상적 사랑을 바탕으로 한 형식만이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도 이 둘이 서로 원인과 결과를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부수하는 것들없이 사랑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사랑의 진공 상태에서 부수하는 것들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고 그것을 기초로 한다고 말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즐기면 된다. (본문 188p)

 

이렇게 저자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랑은 실증적인 것이 아니며, 사랑은 하나의 심적 경향이라고 답하고 있다.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경험에 의해 실증되는 것들뿐이지만, 사랑은 경험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영원히 모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듯 사랑에 대한 그의 탐구는 차갑도록 날카롭다.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사랑에 관한 달콤함이 아닌 책 제목 그대로 온톨로지(ontology : 존재론. 존재의 본질과 존재 자체의 의미를 밝히려는 철학의 한 분야)를 통한 철학적 분석이다. 저자는 <<러브 온톨로지>>에서 사랑으로 불리는 것들이 사실은 사랑이 아님을 먼저 밝히고, 다음으로 진정한 사랑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기가 그리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렇지만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미지의 영역인 사랑을 냉철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랑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을 구하는 나는 있다. 죽음은 없고 죽어가는 나만 있고 삶은 없고 살아가는 나만 있듯이. 따라서 사랑은 희구와 열망이지 손에 쥐어지는 어떤 것은 아니다. (본문 227p)

 

(이미지출처: '러브 온톨로지'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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