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화요일 노란상상 그림책 23
데이지 므라즈코바 글.그림, 김경옥 옮김 / 노란상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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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도 노란상상의 <<멋진 화요일>>을 화요일 저녁에 읽어보게 되었네요. 책을 읽다보니 오늘이 화요일이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오늘 멋진 화요일이었나? 라는 생각도 곁들여 해보게 됩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일상,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였는데 이 그림책 때문에 왠지 이만하면 멋진 화요일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자 데이지 므라즈코바 이름이 좀 낯섭니다. 궁금한 마음에 먼저 찾아보니 체코의 그림책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지만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하네요. 작가 스스로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에 관한 어린이 책"이라고 한마디로 이름 지었던 작가의 책들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5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모두 1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멋진 화요일>>은 그 중에 8번째로 1977년에 처음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네요. 체코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이제서야 처음 소개되었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멋진 화요일>>을 읽으면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나머지 책들은 어떤 내용을 담아내고 있을지 너무도 궁금해집니다.

 

 

 

화요일이 멋지게 아침을 열었습니다. 온 세상 하늘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했고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작고 예쁜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이른 새벽입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이 창문을 열며 멋진 날이라고 말했지요. 화요일은 기분이 좋아져서 더 멋진 날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기분이 좋으면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화요일은 세상이 모두 잘 돌아가는지 매의 눈으로 끊임없이 살펴보면서 날아서 흘러갔습니다. 그러다 공원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할머니 옆으로 날아가 앉았지요. 머리가 하얀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서 이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화요일은 무슨 일이 있는지 할머니에게 물었고 할머니는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할머니 어린 시절의 생일날 엄마는 핑크빛 수가 놓인 파란색 옷을 입고 검정 실로 머리를 한 실크 인형을 만들어주었지요. 할머니는 그 인형을 날씨나 기분에 따라서 파란 천사, 길쭉이, 예쁜 땡글이, 아니면 사랑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심부름을 갔다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장바구니에 빵을 두 개 넣고 그 위에 인형을 놓았는데 오다 보니 없어졌지 머에요.

 

 

화요일은 그때가 화요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그리고는 말하면 안 되는 거지만 할머니께만 알려 드리기로 했지요. 사실 인형은 장바구니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할머니 뒤에 오던 남자애가 몰래 빼 간 것이었어요. 곧 잘못했다는 마음이 들어 금세 후회한 남자애는 할머니를 뒤쫓아 갔지만 집을 정확히 몰랐던 탓에 한 골목 더 가서 인형을 던졌고, 그 인형은 병을 앓고 난 여자아이가 안락의자에 앉아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빌고 있을 때 담을 넘어 날아갔습니다. 인형을 집어 든 여자아이는 사랑이를 악보 옆에 놓고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지요. 피아노를 배운 여자아이가 연주회를 열었을 때 연주를 듣던 마음이 울린 한 아빠는 아빠와 떨어져 시골 할머니 집에 있는 아들에게 긴 편지를 써 보냈으며 아빠의 정성 어린 편지를 받은 아이는 행복한 마음에 큰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를 들은 소녀는 금발머리 남자아이가 커다란 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렸으며, 그 그림은 화랑에 70년이 넘게 걸리게 되었어요. 얼마 전에 한 소년이 그 그림을 보면서 마당에 나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무 한 그루를 살 돈이 모일 때까지 돈을 모았어요.

 

 

 

할머니는 그 소년이 나무를 샀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맞은편 길에는 한 소년이 나무를 들고 오고 있었지요. 인형이 없었다면 저 아이는 나무를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인형이 어떻게 되었는지 화요일은 알 수 없었지만 할머니는 화요일을 만나서 참 기뻤습니다. 어린 시절만 기억나는 할머니는 슬퍼했지만 이제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슬픔 대신 기쁨을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체코의 시인인 라데크 말리는 이 그림책을 두고 슬픔의 자리에서 위로와 기쁨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요즘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그로인해 또 기쁨, 행복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화요일은 "어떤 사람이 좀 착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 마음을 기쁘게 해 주면 돼요. 어렵지 않아요." 라고 말합니다. 슬퍼하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면 그 날은 멋진 화요일이 될 수 있답니다. 그러고보면 멋진 하루가 되는 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멋진 화요일>>은 인형으로 인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인생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슬픔 속에서 기쁨을 만들어내고, 희망을 볼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지요. 화요일의 말처럼 어렵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화요일이 바람처럼 날아다니고 사람들을 두루두루 살펴본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희망과 인생 이야기 <<멋진 화요일>>은 이렇듯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화요일 뿐만 아니라 하루하루가 특별해질 것만 같은, 우리 모두가 슬픔 대신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었습니다. 감동과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있는 그림책이네요.

 

(이미지출처: '멋진 화요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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