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 차이기 전 33분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3
토드 하삭 로위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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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친구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가 말다툼으로 절교를 선언했다가 어느 새 또 단짝이 되어 붙어다니곤 했다. 헌데 친구가 셋이 되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세 명의 친구가 모두 친하다고는 하지만, 조금더 친한 친구 사이가 존재하게 되고 이로 인한 트러블은 발생하기 마련인 것이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친구와 헤어져 외톨이가 될까 걱정하게 되고, 친구의 비유(?)를 맞추며 친구 아닌 친구 관계를 지속시킨다. 이는 내 학창시절 뿐만 아니라 내 아이들의 친구 관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요즘 아이들은 그룹을 형성하는데, 혹여 이 그룹에서 탈퇴(?)가 될까 전전긍긍하며 친구들에게 휘둘리곤 한다. 이런 친구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사춘기가 되면 더욱 심해지는 듯 하다. 이렇게라도 친구 관계를 키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일까? 그렇다고 그 친구와 등을 돌리고 적이 되는 것이 편한 걸까? 한번 친구가 영원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친구 관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는 관계라면 잘 헤어지는 것도 필요한 일은 아닐런지.

 

"친구는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거지 뭐." (본문 38p)

 

많은 청소년 소설에서 우정은 식상하리만치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헌데 친구와 잘 헤어지는 것도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룬 청소년 소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친구한테 차이기 전 33분>>은 세상에 둘도 없는 베프였던 친구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맞짱을 뜨게 될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통해 잘 헤어질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주인공 샘을 화자로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단짝이었던 모건과 트러블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샘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샘과 모건은 초등학생때부터 단짝이었다. 중학생이 된 지금 모건은 샘보다 20센티미터 더 크고 18킬로그램이나 더 나가며 학교 최고의 운동선수가 되었다. 반면 샘은 최악의 운동선수이지만 교과 성적이 모두 우수하며 수학거인이라 불린다. 초등학생 때와 달리 중학생이 되면서 두 사람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이 생겼고, 두 사람 사이에 크리스가 끼어들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어제 모건은 샘에게 '찌질이'라고 말하며 "내일 점심시간에 엉덩이를 완전 작살내주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제 정확히 33분 뒤에 샘의 엉덩이는 작살날 것이다.

 

점심 시간, 이제 9분 뒤에 샘의 엉덩이는 작살 날 것이다. 헌데 구내식당에서 아민과 패트가 '바닥 패티 게임'을 시작했고, 푸드파이트 몇 번이면 모건의 어리석은 원한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샘은 모건 쪽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모건이 자신을 향해 웃도록 만들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샘이었건만 딱딱한 샐러드 그릇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너무 늦게 하고 말았다. 샘의 머리에는 커다란 혹이 생겼지만 휴식시간이 취소되는 탓에 엉덩이가 작살날 시간도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모건은 여전히 샘의 엉덩이를 작살내고 싶어할 것이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교장선생님의 질문에 샘은 자신의 한 마디에 모건과 크리스의 퇴학이 달려 있다는 걸 알았고, 크리스가 이 학교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누가 그랬는지 알지 못한다고 사실대로 대답하고 만다. 수업 중 화재 경보가 울리고 모두들 운동장으로 이동한 뒤 샘은 크리스의 모략으로 모건과 마주하게 되고 모건은 샘의 엉덩이를 완전 작살내주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렇게 샘과 모건의 싸움이 시작되고 만다.

 

진짜 사실은 이렇다. 옛날 옛적에 샘 루이스와 모건 스털츠는 베프였다. 그러다가 둘은 친구이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좋든 싫든, 둘은 더 이상 다시는 친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둘은 분명히 베프로 지냈었다. 어쩌면 둘 다에게 평생 다시는 만나지 못할 진짜 베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났다. (본문 194p)

 

 

 

사춘기 시절에 친구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이다. 부모의 말보다 친구의 말을 더 믿게 되고, 자신의 편은 친구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친구에게 매달린다. 하지만 그런 둘도 없는 사이는 배신(?)으로 인해 틀어지기도 하고, 서로 못 본척 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학창시절 친구를 만들고, 그 친구와 소중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잘못된 우정으로 인해 자신의 주관없이 친구에게 끌려다니는 것은 결코 좋은 친구 관계라고 할 수 없다. 우정을 만들어가는 것만큼 그릇된 관계와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단짝 친구였다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잘 헤어지는 것, 친구와의 우정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서로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맺는 것도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이 된다. 샘의 마지막 "잘 가라."는 한 마디가 그들이 단짝으로서 즐거웠던 시간을 지켜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한테 차이기 전 33분>>은 이렇듯 친구 관계의 딜레마를 너무도 잘 다룬 성장소설이다. 친구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공감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우정을 더욱 빛나게 해준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문득 학창시절, 이제 적이 되어버린 친구들이 생각난다. "잘 가라."는 인사 한 마디를 지금이라도 건넬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쩌면 서로 행복했던 시간보다 적이 되어버린 순간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지출처: '친구한테 차이기 전 33분'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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