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보낸 하루 라임 틴틴 스쿨 3
김향금 지음 / 라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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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은 아무래도 조선이 아닐까 싶다. 이는 현재 우리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때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시대는 '전통의 완성기'라 불리는데 그중에서도 18세기는 현재 우리 삶의 틀을 형성한 '우리의 어제'나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조선 후기 생활사에서 출발하는 게 빠를 만큼 조선 후기의 낯선 풍경 속에서 낯익은 광경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220여 년 전으로 돌아가, 한양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여러 신분과 직업을 가진 조선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일상생활을 흥미진진하게 탐험하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역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으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양의 번화한 거리뿐만 아니라 미로같이 꼬불꼬불한 골목을 걸어 다닐 것이다. 여러 곳을 바삐 돌아다니면서도, 간간이 짬을 내 동네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으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것이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바짝 다가가겠지만, 때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당일치기 여행객일 뿐이니까. (작가의 말 中)

 

 

 

내사산이 감싸고 있는 새벽녘의 한양 도성은 익숙하되 낯선 풍경이다. 성문이 열리면 한양의 하루가 시작되는데 한양 사람들은 종루에서 울리는 파루와 인정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고 끝맺는다. 종루의 종소리가 한양 사람들의 시간 질서를 잡아 주는 셈이 된다. 파루 종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등잔불이 환하게 켜지는 사랑채, 출근 준비로 바쁜 규장각 대교 등 한양의 아침은 [1장 종루의 종소리에 사대문이 활짝]에서 시작되었다. [2장 천하 대식가, 조선 사람의 아침 밥상]에서는 안채 풍경과 유행을 따르는 양반가 여인들이 몸치장에 관해, 집 안팎을 움직이는 손발인 노비들의 모습과 아침 밥상을 보여준다. [3장 조선의 행정 타운, 육조 거리를 가다]에서는 조선의 행정 타운, 육조 거리의 출근 풍경과 한성부의 다모, 조선의 SNS인 빨래터 등의 모습을, [4장 공중에서 내려다본 한양의 봄]에서는 한양의 성 밖 풍경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한양의 핫 플레이스인 운종가의 모습과 조선의 최고 멋쟁이인 대전별감, 잔치가 끝난 후의 양반가 후원의 모습 등을 살펴 볼 수 있다.

 

 

 

 

가벼운 여행을 하듯 조선의 역사를 만나게 되는 <<조선에서 보낸 하루>>는 이렇듯 조선 왕조의 도읍지인 한양을 구경할 수 있는 역사 교양서이다. 그동안 만나왔던 딱딱하고 지루했던 역사책과 달리 하루 동안 한양을 여행하는 이 책은 조선 시대 풍속화를 통해 실제 한양을 살펴보면서 말랑말랑한 생활사에서 시작해서 조선 왕조 전체의 역사를 그려 볼 수 있어 재미와 지식을 선사한다. 조선 시대의 가치관과 문화·예술·의식주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이 책은 쉽게 읽히는 글과 당시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그림으로 조선의 큰 줄기를 살펴볼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알찬 역사책으로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을 가진 역사 교양서라 하겠다.

 

 

여행기이기는 해도 이 책은 어엿한 역사책이다. 굳이 분류해 보자면, 조선의 생활사나 풍속사에 관한 책에 속할 것이다. 하고많은 역사 책 중에서 왜 하필 생활사냐고? 크고 작은 건물, 거리 풍경, 다양한 사람들 등 220년 한양의 소소한 일상을 만나 본 경험이, 조선의 역사를 큰 그림으로 바라볼 때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작가의 말 中)

 

 

 

(이미지출처: '조선에서 보낸 하루'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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