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이 너무 좁아! - 다문화 고래이야기 공동체 1
안드레스 피 안드레우 글, 유 아가다 옮김, 킴 아마테 그림 / 고래이야기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저학년을 위한 그림책을 통해 어른인 우리가 배울 것은 없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아이의 책을 함께 읽기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이미 어릴 때 다 배웠을 이야기, 살면서 다 알게 된 이야기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어린이들의 그림책을 통해서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는 이야기들에 대해 다시금 깨닫기도 하지요. 고래이야기 <<벌집이 너무 좁아!>>는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비록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깨닫게 되는 이야기란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참 어려울 때,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값싼 노동력과 편견 속에서 힘겨운 생활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이제는 반대로 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일을 하러 오곤 합니다. 그로인해 우리는 주변에서 아주 쉽게 이주자들을 발견할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도 그러한 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우리가 설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일어났던 사회문제들로 인해서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지요. 정말 그들로 인해서 우리가 설 자리를 빼앗기고, 우리의 일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그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는 없는걸까요? 타지에서 공부하며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가족, 친구들도 그러한 편견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나요? 이 물음에 해답은 3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이 짧은 그림책 속에 있습니다.

 

 

 

어느 날 꿀벌들이 회의를 하기 위해 모였어요. 회의 주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왜 비좁아졌을까'였지요. 일할 때도 항상 다닥다닥 붙어서 해야 하고, 휴식 시간에는 퍼즐 맞추기는커녕 구슬치기도 할 수 없고, 신문조차 마음 놓고 펼쳐 읽을 수 없을 만큼 좁았기 때문이죠. 회의가 끝난 뒤 꿀벌들은 이 문제를 조사할 대표 셋을 뽑았고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벌집을 샅샅이 조사한 조사관 꿀벌들은 조사 결과, 꿀을 보관하기 위한 저장용 방은 충분하지만, 침실을 세어 보니 벌집에 꿀벌 한 마리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벌들은 믿을 수 없었지요. 외국에서 온 벌일지도 모르며, 이민 온 벌일지도 모르고, 어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저분하게 씻지도 않고 자고 먹고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다들 화가 나서 한목소리로 소리쳤지요.

 

 

 

"도대체 누구야?"

"우리 공간을 빼앗고 있는 벌이 누구냐고!"

"우리한테 병이라도 옮기면 어떻게 하지?"

"어쩌면 꿀 공장에서 내 일자리를 빼앗아 버릴지도 몰라." (본문 中)

 

모든 벌들이 나와라고 소리쳤지만 끝내 그 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요. 수학자 벌들은 벌들에게 각각 번호를 매기자는 제안을 했고, 변호사 벌은 각각의 벌들에게 여권과 출생증명서를 발급하자고 제안했으며, 탐정 벌은 모든 벌들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해 보자고 했고, 언어학자 벌은 모든 벌들의 윙윙거리는 날갯짓 소리를 들어 보고 다른 소리를 내는 벌을 찾아내자는 제안을 했지요. 벌집 안의 소란과 동요는 점점 거세졌습니다. 그때 여왕벌이 나섰습니다.

 

 

 

"우리 모두 더듬이를 가지고 있지요? 우리 모두 배에 노란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있지요? 우리 모두 벌침을 가지고 있고 꽃에서 단물을 모아 와 꿀을 만들지요?"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 벌집에 침입자가 하나 있는 게 아니라, 방이 하나 모자란 것은 아닐까요? 침입자를 찾는 대신, 그 시간에 모두 힘을 모아 우리 벌집에 방 하나를 더 만들면 어떨까요?" (본문 中)

 

 

 

그제서야 벌들은 또하나의 꿀벌을 위한 예쁜 방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정말 현명한 여왕벌이네요.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서 우리와 다를 것은 하나 없습니다. 그들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지구촌이라는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나의 이웃일 뿐입니다. 우리는 서로 뺏고 빼앗기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지구촌 식구인 것이지요. 2013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 도서 <<벌집이 너무 좁아!>>는 이렇게 꿀벌 사회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네요. 현명한 여왕벌을 통해 우리는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함께 잘사는 협동의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어른들에게는 우리의 편견을 꼬집어 반성하게 하였으며 현명한 여왕벌이 되기를 조언합니다. 참 많은 것을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깊이 있는 주제를 꿀벌 사회를 통해 투영한 저자의 놀라운 필력에 감탄하게 되네요. 앞으로 꼭 눈여겨 봐야할 작가를 알게 되었네요. 안드레스 피 안드레우, 이 이름을 꼭 기억해두렵니다.

 

 

 

(이미지출처: '벌집이 너무 좁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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