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의 배후 - 우리 행동을 조종하는 좀비 뇌
데이비드 루이스 지음, 전대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가끔 내 의식이 나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행하는 일들이 있다. 그 충동적인 일들의 대부분들은 나에게 후회를 안겨주곤 했는데, 가끔 '이 충동을 나 스스로가 자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기쁨이나 분노, 시기나 질투, 사랑이나 성욕, 동정이나 탐욕, 증오나 복수욕을 동기로 삼을 때 충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곤 하는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충동적인 사건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말을 경솔하게 뱉어버리고, 서둘러 판단하며, 상급하게 결정하고, 결론으로 비약하며, 무턱대고 맹신하고, 합리적 분석보다 육감에 의존하는 이러한 충동은 학습 부진에서부터 삶의 소중한 목표들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개인적,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에 우리의 이러한 행동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우리 행동을 조종하는 좀비 뇌에 관한 이야기 <<충동의 배후>>에서는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직관과 충동의 미스터리를 밝혀 충동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충동에 의지해야 할 때와 그러지 않는 편이 더 나을 때를 분별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더 풍부하고 보람 있는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우리가 깨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하는 말과 행동의 절대다수가 의식적이라기보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간 행동의 전부가 충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절대다수의 말과 행동은 의식적인 자각 밑의 무의식에서 작동하는 정신 과정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충동에 따를 때 우리는 합리적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좀비로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동적이라 하면, 10대 청소년들을 떠올리게 된다. 헌데 이 충동적 행동은 취학 전 아동에게도 볼 수 있는데, 자궁 속 태아의 발달이 아동의 충동성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스트레스, 질병, 비만처럼 임신 기간에 자궁 내 환경에 개입하는 외적 요인들은 태아의 뇌 발달과 유전적 설계도가 발현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빈곤의 심리적 효과도 충동성, 성급함, 무모한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10대 시절은 의심할 바 없이 위험한 시기이나 기회와 창조성과 학습의 시기이기도 하기에 성숙 과정의 뇌는 여전히 '가소적'이기 때문에, 창소년기는 청소년에 대한 존중과 높은 기대를 가진 성인들의 든든하고 세심한 돌봄에 의해 인생이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뇌와 몸이 큰 변화를 겪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청소년이 내리는 결정이 그의 미래 전체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모든 감각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데 어떤 감각은 뇌 전체를 우회하는 반사 반응을 유발하기도 하기에 5장 [충동과 감각], 6장 [시각의 힘]에서는 우리의 충동에 가장 큰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각들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또한 7장 [위험을 감수하는 성격과 충동]에서는 세계에 대한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성격 변수 몇 가지와 이 변수들이 충동적인 위험 감수를 부추기는 방식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으며 8장~11장에서는 사랑에 빠질 때, 쇼핑할 때, 몸무게가 늘 때, 범죄자의 길에 들어설 때, 폭동에 가담할 때, 혹은 삶을 마감하기로 결정할 때 등 일상에서 위험한 결정이 좋거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충동의 본성을 이해하려 애쓴 끝에 네 가지 결론을 마주하게 된다. 첫째, 충동은 일반적이라기보다 구체적이기에 충동은 우리를 특정한 행동으로 이끌며, 그 행동은 대개 긴급한 욕망의 충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 둘째, 자제력은 신속하게 소진되는 자원이며 셋째, 충동이란 단기적인 만족을 꼬드기는 유혹적인 자극에 대한 원초적이고 쾌락주의적인 반응이며 시간이 지나면 신속하게 잦아든다는 점, 그리고 넷째 충동은 I(충동적)시스템 사고의 산물이므로 대개 아무 노력 없이 행동으로 이어지며 우리는 그 행동을 대체로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저자는 마지막 대목에서 왜 자유의지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는 참일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는 단적으로 필수적인지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우리는 의식적인 의지를 지녔다. 우리는 자유로운 주체들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유발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책임져야 한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냉정하고 궁극적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이 모든 것은 환상이다"라고 대이얼 웨그너는 말한다. "그러나 환상이어서 하찮다고 결론짓는 것은 오류다." 그러나 충동이 보여주듯이 정신이 뇌를 작동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뇌는 스스로 작동한다. 정신은 그 작동의 한 부분이다. (본문 299p)

 

 

 

<<충동의 배후>>는 두뇌 및 인체의 감각들과 충동적 행동의 관계를 탐구하고, 충동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이 충동을 완전히 의식적으로 제어하기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우리 행동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앎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자유의지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행동의 절대다수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과학적 실험과 사례를 통해 인간의 선택과 결정을 좌우하는 직관과 충동의 미스터리를 흥미롭게 풀어주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충동이라는 무질서하고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퍼블리셔스 위클리]이다.

 

(이미지출처: '충동의 배후'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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