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989년부터 2000년까지 민족학자 크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의 요청으로 프랑스어로 쓴 16편의 글을 모아, 여태껏 발간된 적 없는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시대의 관심사에 주목하며 그 시대를 논쟁거리로 다루었는데, 그는 어떤 문제를 다루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전개되는 사회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저서가 현대의 고전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인가보다.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자극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제목에 마음이 동하여 읽어보게 된 책이었는데, 뜻밖에도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쟁점이 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산타클로스의 유무가 굉장한 논쟁거리가 된다. 산타클로스의 존재 유무는 자신이 갖고 싶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직결되기 때문에 그의 존재 믿음에 대한 딜레마로 작용된다.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으면서도 갖고 싶은 선물 때문에 산타클로스를 믿는 척(?)했던 적도 분명 있으리라. 사실 우리 집 작은 아이 역시 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안 믿으면 선물도 없다?라는 엄마의 무언의 압박도 존재하리라. [산타클로스의 처형, 1952년]에서 참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산타클로스는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연령대(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다고 여겨지는 연령대)에게 신이다. 산타클로스와 진정한 신의 차이가 있다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를 믿으라고 부추기며 온갖 속임수를 동원해 그 믿음을 지켜가라고 애쓰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문 21p)

 

더 재미있는 것은 산타클로스의 먼 기원이 '학대받는 사람들의 수도원장','환희의 수도원장','어리석은 사람들의 수도원장' 등에 있다는 것이며 그것을 종교 역사학자와 민속학자가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논쟁이 되는 [여성 할례와 대리출산]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민족학자들의 먹이가 되는 데 지친 원주민들이 그들에게 반발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 요주민 부족들은 땅에 대한 조상의 권리를 확보하고, 과거에 자신들에게 강요된 조약이나 협정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법정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봉급까지 약속하며 민족학자를 고용하며 도움을 청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는 여성 할례 관련 소송에서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 할례를 법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불합리하다. 하지만 윤리적 선택은 이민하여 사는 나라 문화의 미래에 걸려 있다. 따라서 관습은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하느냐, 아니면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이민국의 감수성에 중대한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관습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것도 그들의 권리이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하느냐, 이런 두 가지 가능성에서만 윤리적 선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본문 65p)

 

표제작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에서는 1932년까지 지구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지역이었던 뉴기니의 중앙 산악 지역을 통해 알게 된 질병인 쿠루병이 식인 풍습에서 발생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의 존재가 이 쿠루병과 닮은 데가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식인 풍습은 기근 시대에 식량을 보충하는 수단이나 인간의 살에 대한 욕구로서 식량과 관련 있을 수 있고, 죄인의 징벌이나 적에 대한 복수로서 정치적인 성격을 띨 수도 있다. 또 고인의 성품을 물려받거나 반대로 고인의 영혼을 멀리 보내기 위한 마법적인 성격, 혹은 종교의식, 장례와 제사, 성년식과 관련되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의 성격을 띨 수도 있다. 고대 의학의 많은 처방에서 확인되듯이, 식인 풍습은 치유적인 수단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유럽에서도 멀지 않은 과거에 그런 처방이 실제로 행해졌었다. 내가 앞에서 언급한 뇌하수체의 주입이나 뇌물질의 이식, 게다가 오늘날 흔히 시행되는 장기 이식은 치유적인 성격을 띤 식인 풍습의 범주에 속하는 게 분명하다. (본문 127p)

 

 

 

이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되는 소재들은 굉장히 흥미롭다. 시대의 관심사들에 대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20세기 후반에 쓰여진 이 시평들이 현재에도 뜨겁게 전 세계를 관통하는 쟁점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꿰뚫는 위대한 인류학자의 통찰력이 21세기 문화비평의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 말한다. 우리의 관심이 되는 쟁점들이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사실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중요한 것은 사회현상은 그 현상이 해당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레비 스트로스는 이른바 복잡한 사회와 '원시적이거나 태곳적'이라고 부당하게 일컬어지는 사회 간에는 오래된 일반적인 생각처럼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런 깨달음은 "멀리 떨어진 것이 가까운 것을 밝혀주지만, 가까운 것도 멀리 떨어진 것을 밝혀줄 수 있다."라는 식으로 일상의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려는 사유 방식에서 비롯된다. (본문 6p)

 

(이미지출처: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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