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울 때 상상의힘 아동문고 9
장주식 지음, 오치근 그림 / 상상의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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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어보고 싶었던 동화책이었습니다. 이 동화책은 <상상의 힘 아동문고>시리즈 8번째 이야기로 8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동화집의 장점은 5학년 토의 수업을 이끄는 동화집으로 다채로운 토의의 논제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각 단편에는 어린이들이 부딪히는 삶의 단면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들은 이 이야기들을 통해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대처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 듯 싶었습니다. 엄마인 저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5학년 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지요.

 

첫 번째 이야기 [응, 좋아. 그래, 좋아.]는 엄마가 시키는대로가 아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엄마와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할까?에 대해 토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세주는 망설이고 망설이던 말을 꺼냈습니다. 다정이의 생일이라 강가에 놀러가자는데 가도 되는지 물었지요. 절대로 허락할 엄마가 아니었기에 괜히 말을 꺼내어 아침부터 싫은 소리만 듣게 생겼다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는데 왠일인지 엄마가 허락을 하십니다. 기분이 좋아진 세주는 평소에는 싫다고 하지 않던 학교 농장에도 참여하고, 절대로 친구에게 빌려주지 않았던 준비물도 흔쾌히 빌려주었습니다. 신 나게 놀던 아이들은 저녁 먹고 노래방에도 가자고 제안했고 이번에도 세주의 엄마는 생각지도 않게 허락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세주는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네요. 그런 세주에게 다정이는 "니 생각이 엄마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신 나게 놀고 조금 늦게 들어간 세주에게 엄마는 화를 냅니다. 엄마는 약하면 잡아먹히고 힘을 기르지 못하면 평생 남에게 눌리고 사는 정글인 세상이기에 오늘 같은 일은 오늘로 끝내자고 하시네요. 엄마의 말에 가슴을 옥죄는 느낌이 든 세주는 엄마에게 대들게 됩니다. 엄마의 그 달콤하던 허락의 말, "응, 그래."로 온몸에 날개가 돋는 느낌이었던 오늘 하루, 세주는 자신도 친구들에게 "그래."라고 말했던 경험이 좋았음을 깨닫고 엄마에게 천천히 걸어갑니다.

 

특별한 날이었다. 짧은 자유였지만 행복했다. 엄마가 "좋아!" 라고 말할 때 가슴이 뛰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래,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민기가 레몬을 빌리러 왔을 때, 나는 나도 몰래 "그래."하고 빌려줬다. 좋은 경험이었다. (본문 29p)

 

 

 

부모의 희망과 스스로의 장래희망이 맞설 때 어떻게 할까?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는 류현진 같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진호와 책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이런 저런 직업도 가져보고 좀 폭 넓게 진호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빠의 대립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엄마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듯 했고, 결국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 소리가 듣기 싫은 진호는 스윙연습을 하며 깨닫습니다. 앞으로도 힘든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진호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별것도 아니네]는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의할 수 있는 정수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정수는 대들었다는 이유로 경태와 원준이에게 담배꽁초와 더러운 쓰레기들만이 뒹구는 낡은 건물 뒤에서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왜 맞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해봤으나 이유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경태와 원준이는 또 까불면 죽는다는 협박과 함께 쌤이나 누구한테도 이르지 못하도록 신신당부를 하고 떠났습니다. 학교 밭으로 간 정수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와서 눈물을 흘렸고 분노도 느꼈습니다. 교실에 형광등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정수는 선생님께 그동안의 일을 모두 말했지요. 그날 저녁 정수는 담임한테 꼬발렸다는 이유로 누나를 작살내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았습니다. 식당일을 마치기 전에 집으로 달려온 엄마는 정수를 위로했지만 경태랑 원준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았지요. 다음 날, 엄마들이 모였고 경태 엄마와 원준이 엄마는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이들도 잘못했다고 했지요. 정수는 그렇게도 끔찍하고 그렇게도 두려웠던 일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것을 보니 별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경태와 원준이가 그렇게 두려워할 만한 애들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수는 선생님이 참 고마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생님에게 사실대로 다 이야기한 자신이 더 대견스러웠다. 이제 원준이와 경태에게도 좀 더 당당하게 상대할 힘이 생긴 것도 같았다. (본문 110p)

 

 

 

이 외에도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에게 컴퓨터를 계속 사용하게 할 것인지 금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토의 수업이 가능한 [민우가 만나는 세상], 이상과 현실이 부딪힐 때 어떻게 조정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딱지 곶간], 주인공이 나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토의해보는 [고구마 저울] 그리고 닭을 통해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되는 한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닭님 시인], 4대강 공사로 파헤쳐진 강을 사랑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강이 울 때]가 수록되어 있어요. 재미와 감동을 품고 있는 각각의 단편들은 다채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현실에서 부딪치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폭 넓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요. [응, 좋아. 그래, 좋아.][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고구마 저울] 등은 엄마인 저에게도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초등5학년 아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으며 엄마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마음을 다잡게 합니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정말 커다란 이야기들을 담은 <<강이 울 때>>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이야기들로 가득하답니다.

 

(이미지출처: '강이 울 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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