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가 많은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만큼 그녀의 신작에 기대를 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허니문 인 파리>>을 대하는 많은 독자들의 마음은 다 비슷하리라. 나 역시 그녀의 작품에 많은 기대를 했고 이 작품은 그녀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선택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조조 모예스는 이 소설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의 완성을 다룬 작품으로 1900년대와 2000년대의 두 신혼부부에게서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여정을 발견하고자 했다. 수많은 명작동화는 "두 사람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난다. 어린 시절에는 그 결말이 참으로 행복하다, 아름답다, 기쁘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그 결말 뒤에는 아름다움보다는 '현실'이라는 또다른 시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화처럼 결혼을 하면 정말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결혼은 동화처럼 환상이 아니었던 게다. 최근 막을 내린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이라는 드라마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인 여주인공은 이혼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부부들을 만났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남자친구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그녀는 결혼은 현실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처럼 결혼이 모두 해피엔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사랑도 함께 끝나는 것일까? 두 신혼부부를 통해 여자의 인생,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 봄으로써 그 답을 찾아봐야겠다.

 

 

 

2002년의 파리, 리브와 데이비드는 파리로 신혼여행을 왔다. 하지만 둘째 날, 남편 데이비드는 일 관계로 사람을 만나겠다고 통보하듯 말했고 리비는 혼자 에펠 탑에 가야했다. 친구들은 리브에게 충동적으로 결혼하는 것이 아니냐는 충고를 했지만 리브는 데이비드와의 결혼식과 신혼여행 사이 6주 동안 눈을 뜨고 자고 있는 남편을 바라볼 때면 어떤 감정이 너무 커져버려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펠탑에서 내려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흠뻑 젖은 상태로 호텔에 돌아왔을 때, 업무상의 통화를 하고 있는 데이비드를 보며 뭔가 틀어지기 시작했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내일 또다시 매니저를 만나겠다고 선언한다.

 

1912년의 파리, 화가인 에두아르와 결혼한 소피는 파리에서 신혼을 즐기고 있다. 예술가인 에두와르는 파리 5구와 6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알고 있었고, 많은 여자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그런 에두아르는 길에서 만난 거리의 여자를 소피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헌데 그런 그가 또 다른 모델 미미 아인스바허를 소개하면서 에두와르가 자신을 만나기 전에 성직자처럼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도 소피는 그녀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어쨌든 이런 게 결혼생활이다. 양보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본문 101p)

 

리브는 데이비드를 이해하려 했지만 매번 일을 더 중요시하는 데이비르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고, 자신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데이비드에게 화가 난다. 신혼여행에서의 지난 48시간은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최근 몇 달간 리브가 느낀 행복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 되어버렸다. 결국 리브는 이 결혼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불안정한 토대 위에 쌓아 올려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 오르세 미술관에 가게 된 리브는 [화가 난 아내]라는 미술작품을 보게 되는데, 아주 맑은 눈망울과 붉게 물든 두 뺨, 몸에서 느껴지는 간신히 억누른 분노와 좌절감을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이 자신과 닮았음을 느낀다. 리브는 자신을 인생에서 배경쯤으로 취급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며, 앞으로도 부엌에서 조용히 화가 나 있는 슬픈 얼굴을 한 그림 속 여자처럼 될 것이며, 간절히 남편의 관심을 원하지만 관심을 받지 못해서 화가 나 있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여자처럼 살게 되리라는 생각에 오열하고 만다.

 

소피는 에두아르가 욕구가 엄청난 사람이며, 지금 당장은 결혼생활을 즐길 테지만, 다시 다른 여자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각오를 해야하며, 에두아르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하는 미미의 이야기에 화가 난다. 소피는 거울 속에서 불현듯 자신의 행복이 흐르는 모래 위에 세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야위고 의심 많은 여자를 보았다. 소피는 에두아르의 캔버스 속 여자들을 보며 에드와르가 그 여자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고, 각각의 그림들은 소리 없이 자신의 미래의 행복을 기만하고 위협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결국 소피는 에두아르와 다툼을 하고 만다.

 

 

 

사랑과 결혼 그 현실과 이상 이에 서 있는 두 여자의 감정이 섬세하게 쓰여진 이 이야기는 2002년과 1912년의 두 신혼부부의 갈등을 중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기에 여성들에게 충분히 공감될 만하다. 사랑을 하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지만 어쩐지 혼자가 된 듯한 두 여인은 결혼 생활이 모래성처럼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일에 빠진 남편, 예술가의 평범하지 않은 삶 속에 내던져진 두 여인은 결혼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명작동화를 통해 결혼에 대한 환상을 배우며 자랐고,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이상적인 결혼을 꿈꾸었기에 결혼이 주는 현실은 냉혹하게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지금 세상은 변화했고, 결혼에 대한 이상보다는 현실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런 갈등이 있기에 서로에 대해 좀더 알아가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독자는 [화가 난 아내]라는 한 미술작품을 둘러싼 두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100컷이 넘는 파리 스냅 사진과 함께 살펴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오해, 불만 등의 문제들이 생겨난다. 생각해보면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갈등이 생겨났던 것 같다. 이 고민에 대한 정답은 아마 살아가면서 차차 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신혼부부의 이야기지만,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갖게 되는 여자들의 이러한 갈등은 다르지 않았고 현재도 미래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게다. 그럴 때 여자의 인생,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허니문 인 파리>>가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을 시작하였거나 오랜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거나 혹 결혼생활을 끝냈더라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짧은 이야기였지만 19년간의 결혼생활을 뒤돌아보게 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지출처: '허니문 인 파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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