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에서 최단 기간 동안 100만 부가 팔려나가는 기록을 보여주었고, 아마존 베스트셀러이자 이탈리아 국민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마녀에게서 온 편지 멘눌라라>>는 우연히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다 알게 된 작품이었다. 미스터리이자 막대한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뇌 게임이라는 소재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1960년대의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집안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던 가정부 멘눌라라가 남긴 유연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등극이자 미스터리(표지 中)인 이 소설은 '지적 유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 하나의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 소설은 1963년 9월 23일 월요일 멘눌라라가 죽은 날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본명은 마리아 로살리아 인제릴로이지만 사람들이 놀리느나 '아몬드는 줍는 여자'라는 뜻의 '멘눌라라'라 불린 그녀는 열세 살부터 알팔리페 가문에서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된다. 릴라 부인이 돌아가시고 농사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던 가장인 오라치오 알팔리페가 돈을 흥청망청 쓰기 시작하면서 빚이 늘어나자 멘눌라라는 직접 농사일을 맡아서 관리하겠다고 나서게 되었고, 결국에는 집안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일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가족 모두가 멘눌라라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특히 오라치오의 아내인 아드리아나는 남편이 죽은 후 자식들이 고향을 떠나자 하녀 멘눌라라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그렇게 모두가 의지했던 멘눌라라가 죽자 알팔리페가의 장남인 잔니, 큰딸 릴라, 막내딸 카르멜라는 멘눌라라가 남겨 놓았을 유산에만 관심을 보였으며, 카르멜라의 남편 마시모는 자신의 결혼을 반대한데다 늘 알팔리페 가문을 한 손으로 흔들어온 멘누의 죽음을 자축하기도 한다. 헌데 유산을 기대했던 유언장에는 자신의 부고를 《시칠리아 일보》에 실을 것과 장례식 날짜, 알팔리페 가문의 무덤에 안장하라는 지시만 기록되어 있어 이들을 분노케 한다.

 

멘눌라라의 죽음을 두고 알팔리페가 사람들 뿐 아니라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인 로카콜로바의 마을이 들썩인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멘눌라라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그녀를 두고 맞아 죽어도 싼 년이며 부도덕하고, 상스럽고 예의라곤 전혀 모르는 여자이며 욕심 때문에 속만 썩이다 죽어간 거라 이야기하기 급급했다. 물론 그녀를 정직한 여자라 기억하는 사람도 몇 있었는데, 보통 사람들의 견해에 따르면 멘눌라라는 비록 배운 것은 없지만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였고, 동시에 까다롭게 권위적인 여자 그리고 평생을 알팔리페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여자였던 것이다. 헌데 그녀의 장례식에 마피아 두목인 돈 빈첸조 안코나가 참석하면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게 되면서 멘눌라라에 대한 경외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런 와중에 마시모는 아내 카르멜라를 이용해 멘누의 우편물을 확인하려했으나 카르멜라의 실수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아내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 일로 마시모는 경고장을 받는다. 돈 빈체조 안코나의 방문과 마사모가 받은 경고장으로 멘누가 그냥 죽은 게 아니라는 얘기가 오가자 알팔리페 사람들은 멘누의 지시대로 부고를 재작성하게 되고 얼마 후 멘누의 편지를 받게 된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지 않으셨더군요. 하지만 이제《시칠리아 일보》에 부고를 실으셨으니 용서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본문 235p)

 

멘누의 편지를 알팔리페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주었고 멘누가 하늘에서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 믿는다. 하지만 편지에 적힌대로 골동품을 박물관에 가져가 감정을 받지만 가짜라는 것이 판명되자 또다시 멘누를 욕하기 시작한다. 미친년, 무식한 년. 하지만 얼마 후 멘누의 또 다른 편지가 도착하면서 이것이 멘누가 재산을 합법적으로 돌려주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녀와 오라치오 그리고 그녀와 돈 빈체조 안코나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그들의 상상 속에서 거의 전능한 악마과 다름없었던 그녀의 삶이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주인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오해를 받으며 알팔리페가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마녀로 자리잡게 된 멘눌라라, 하지만 두뇌 게임을 통해 유산을 돌려주고 그녀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멘눌라라는 사랑과 열정이 가득했던 여인으로 남게 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일단 죽어야 한다. (표지 中)

 

죽은 사람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쉬지 않고 멘눌라라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각자 자신만의 기억으로 멘눌라라가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기억만으로 누군가에게는 마녀로, 누군가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멘눌라라를 보면서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멘눌라라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삶을 되짚어가는<<마녀에게서 온 편지 멘눌라라>>는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라 독자들은 멘눌라라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매력을 주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저 멋드러지게만 보였던 표지 삽화 속 여인의 모습을 책을 다 읽고서야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단편적인 기억만으로도 내 모습이 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내 삶을,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이미지출처: '마녀에게서 온 편지 멘눌라라'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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