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너, 나, 우리의 16가지 고민
송가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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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서 참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야."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20대였을 때 어른들은 우리를 두고 그렇게 말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부모세대들이 20대였을 때에도 윗세대들로부터 분명 그런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20대는 힘겹게 대학에 입학한 후 어렵사리 졸업하지만 취업난과의 또 힘겨운 사투를 벌어야하고 취업을 한다해도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무거운 현실에 놓여있다. 공부만 하던 때와는 달리 미래에 대한 고민과 현실에 놓은 문제들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전쟁을 겪고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던 시기를 겪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했던 어른들에게는 그들의 고민은 하찮은 고민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데다 오로지 자신의 스펙쌓기에만 몰구하는 그들이 사회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탓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20대 그들은 이기적인 것일까? 그들의 고민이 하찮은 것일까?

 

<<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는 저자가 책상을 정리하다 발견한 종이 뭉치에서 비롯되었다. 힘들거나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 같은 고민이 있을 때 종이에 끄적이며 정리하는 습관으로 모인 노트와 종이들에는 남자 친구를 만날 때 화가 났던 내용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분석, 진로를 고민한 내용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작디작은 문제들일지 모르지만 그 당시는 대개 삶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일들과 자신에 대한 성찰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결혼에 대한 고민들도 담겨져 있었기에 저자는 많은 생각을 했던 20대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 지인의 조언으로 인문학과 적용시키게 된 것이다.

 

인문학은 분명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물론 메시지를 쉽게 발견할 수는 없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인문학이 주는 바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답에도 여러 의미가 있기에 그것이 갖는 함의는 더욱 넓다. 이런 인문학은 수저로 바로 떠먹을 수는 없지만 조금의 가공을 거친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재료와 같았다. 아, 신선한 재료라는 표현보다는 수백 년, 길게는 2000년 이상 묵은 깊은 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이러한 장을 우리 삶에 버무린 결과가 바로 이 책에 있다. (본문 8p)

 

이 책에는 떠밀리듯 살아가는 너, 나, 우리를 위한 삶에 대한 16가지 고찰을 담아냈다. 그 16가지 고찰을 미리 살펴본다면, 현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늦었다는 것은 과연 문제일까,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 가능성의 절대성, 연애의 진정성, 연애의 주체와 객체, 결혼과 그에 대한 환상, 부모의 실체, 나도 편하게 살고 싶다, 대학에서의 우리의 모습들, 우리의 이기심, 학력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어른이 된다는 것, 완벽함에 대하여, 자기 찾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현실과 맞물려 있는 인문학이기에 어쩌면 이 고찰들은 인문학 분야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이에 저자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통해서 진짜 현실적으로 사는 삶에 대해 알 수 있게 하였으며,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통해서 늦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반추해볼 수 있도록 하였고, 데카르트와 로크, 그리고 키르케고르의 이론을 통해서는 실패가 부정적이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게 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을 통해서 우리의 연애의 목적에 관해서,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을 통해 이성 친구의 속마음에 대해 그리고 벤담의 공리주의 이론을 통해서는 외로움과 결혼의 관계(본문 8p)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부모의 실체'편이었다. 나는 20대를 거쳐 부모가 되었고, 내 아이는 이제 곧 20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갖가지 조언을 하며 부모의 답은 언제가 옳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은 20대의 나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았고 부모의 말을 따랐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틀렸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말이 결과적으로는 옳은 일이었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부모가 된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는 부모의 생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 궁금증 탓이었으리라.

 

우리의 고민에 대해 부모는 여러 해결책을 준다.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아들에게는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택하라 조언하고, 친구 관계를 고민하는 딸에게는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친구를 만나라 한다. (중략)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택해라,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친구를 만나라,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라 등의 조언들 중 과연 어떤 것이 부모의 진심이었고, 어떤 것이 자신이 이미 한 행동에 대한 합리화였을까? 이들 중 어떤 것이 진짜 우리를 위함이었고, 어떤 것이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는 등 자신이 이미 한 행동을 취소할 수 없어 자신의 행동에 의견을 맞춘 것일까? (중략)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우리에게 준 답들 중 어떤 것이 솔직한 의견이고 어떤 것이 자기 합리화인지 부모에게 직접 묻기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본문 139p)

 

 

 

16가지 고찰은 이미 20대를 훌쩍 넘긴 나이인 나에게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분명한 것은 곧 20대를 바라보는 딸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고, 내 잣대로 20대가 된 딸을 이기적이라고 평가하게 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타인이 정해놓은 잣대를 무시하고 살 수 없는 20대이기에 삶의 주체가 '자신'임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특히나 더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던 시기와 달리 과도한 교육열로 부모의 잣대로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어린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갑자기 다가온 현실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많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16가지 고찰은 20대였었던 우리도, 현재 20대인 그들도 그리고 앞으로 20대가 될 이들 모두가 갖는 보편적인 질문이었다. 이에 이 책은 20대에게는 고민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또한 결코 그들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도 말해줄 것이다.

 

우리의 '이기적'이라는 이름을 남들에게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이기적'이 진짜 우리 이름이 될 수 있게, 어떤 것이 우리 자신에게 진짜 이익이 되는지 알고, 행동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일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진짜 이름이 '기적'이 될 수 있다. (본문 193p)

 

(이미지출처: '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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