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안중근의 마지막 이야기
박삼중.고수산나 지음, 이남구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지 105주기이며, 8월 15일은 우리나라의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안중근 의사는 한국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한국은 물론 중국인들에게까지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추앙받는 독립운동가이지만, 현실은 안중근 의사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젊은 사람들부터 그가 한 일이 왜 위대한지, 그가 어떤 죽음의 길을 걸었는지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정작 일본에는 안중근 의사의 글씨를 기념비로 남기고, 일본 근대사의 영웅이자 조선의 초대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을 추모하는 절이 있음에도 말이죠.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위대한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이 뿐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더 멋진 진짜 모습이 있는데도 말이죠. <<영웅 안중근의 마지막 이야기>>는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사형당하기까지 안중근을 지켰던 간수들, 형무소장, 교화승 같은 일본인 등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안중근 의사의 훌륭한 인품을 엿보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멋진 분이었기에 그를 감시하고 지키던 일본 군인이 평생을, 그리고 대를 이어 이렇게 추모할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까지 안중근 의사를 숭모(우러러 사모하는 것)하는 사람이 없을텐데……. 이런 사실조차 대부분 모르겠지." (본문 17p)

 

 

<<영웅 안중근의 마지막 이야기>>는 사형수 교화 사업에 힘쓴 삼중 스님이 1984년 일본 동북 지역 미야기 현의 센다이에서 열린 '전국 교도소 재소자 교화 전국 대회'에 초청 인사로 방문했을 때 다이린지라는 절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비가 세워져 있다는 말을 듣고 방문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이 유묵비는 센다이의 지사가 지바 도시치와 안중근 의사를 기념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스님은 다이린지를 둘러보며 가슴이 꽉 막혀왔지요. 삼중 스님은 우리나라엔 그저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쏜 영웅으로만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뒷얘기를 알려지지도, 존경받지도 못한 한국의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리치며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그후 삼중 스님은 30년 동안 안중근을 알리는 일이라면 언제든 어디든 나섰고, 불교에 몸을 담았지만 목탁을 두르리며 수행하는 것보다 사형수들을 교화하고 안중근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스님은 안중근 의사는 사형수가 아니라 도를 닦는 신선이었고 수행하는 부처였으며 사랑을 실천한 성자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그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안중근 의사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 그들에게 안중근은 어떤 존재였는지,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안중근 의사에 대해 들려주려합니다.

 

 

 

헌병 상사인 지바 도시치는 이토 각하게 저격당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동북 지역 센다이 출신인 지바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애국심이 강한 젊은이었기에 감히 대일본제국의 전쟁 영웅을 쏜 저격범을 용서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죄인이라고 여겼지요. 하지만 그토록 벼르던 살인범을 만난 지바는 힘이 있고 명예가 있는 안중근의 목소리에 기가 눌렸지요. 안중근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던 지바였지만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안중근 의사를 지켜보던 지바는 용감한 군인으로서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학문을 공부하는 선비로서 아무것도 모자람이 없는 이런 사람을 존경하게 되었지요.  안중근의 사형이 집행된 후 지바는 안중근을 죽인 일본의 군인으로 살고 싶지 않아 군복을 벗고 죽을 때까지 안중근을 위해 빌고 평생 마음에 모시고 살기로 결심합니다.

 

 

 

쓰다 가이준 스님에게 안중근은, 국경과 종교를 뛰어넘는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본문 69p)

 

조신지의 승려 쓰다 가이준는 죄수들을 만나서 부처님의 길로 이끌기 위해 뤼순 감옥에 포교사에 가게 되고, 일본을 떠뜰썩하게 만든 사형수 안중근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 안중근을 만난 쓰다는 안중근을 교화시키기 위해서라 아니라 안중근에게서 더 많은 배우기 위해 매일 그를 찾았지요. 사형집행 후 쓰다는 안중근의 유품을 맡게 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신지의 주지였던 쓰다 가이준은 죽었고, 지하 창고에 묻힌 안중근의 유품도 지하 창고 깊은 곳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후 몇십 년이 흐른 뒤 창고에서 발견된 유품과 함께 쓰다 가이준과 안중근의 만남과 사연도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어요. 사형수와 사형수를 교화하는 스님과의 만남, 천주교 신자와 스님과의 우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이토 때문에 수십만의 한국인 의병이 목숨을 잃었고 그가 일으킨 전쟁으로 수많은 일본인, 한국인, 청국인이 죽었다. 세 나라 사람들 모두가 동양 평화를 바라고 있는데 이토는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 죽이고,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한국의 독립을 방해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자객으로서 이토를 죽인 것이 아니라 대한의권 참모중장이 자격으로 이토를 죽인 것이다. 나는 전쟁에 나갔다가 포로가 되어 이곳에 온 것이니 나를 처벌하려거든 국제법에 따라 다스려 줄 것을 희망한다." (본문 90,91p)

 

동지 우덕순은 안중근 의사를 하늘이 선택한 영웅이라 생각했지요. 우덕순이 들려주는 안중근 의사의 최후 진술에서 안중근은 재판 과정을 통해 이토의 만행과 일제의 추악함을 알리려고 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지요. 만철 회사의 이사 다나카 세이조로는 안중근이 이토가 저격당할 때 함께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발을 쏘았지요. 누가 이토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안중근은 호위를 받고 오는 늙은이가 이토일 것 같아 먼저 세 발을 쏘았고, 이토를 쏜 건지 확신할 수 없어 이토라고 생각되는 바로 옆 사람들 몇 명을 더 쏘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죄가 없는 사람을 해칠까 봐 망설이다가 한 발을 남겨 두었지요. 이 이야기를 들은 다나카는 안중근이 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다나카가 안중근을 본 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는 안중근의 당당한 모습은 평생 잊히지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어머니 조성녀 마리아에게 안중근은, 조국에 바친 이천만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고, 히라이시 우지히토 고등법원장에게 안중근은, 일본 전체를 짓누르는 짐이자 두려워 도망치고 싶은 무서운 사형수였으며, 빌헬름 신부에게 안중근은, 굳은 믿음을 가진 참 신앙인이자 조국을 위한 순교자였습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된 의무를 다하여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르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본문 184,185p)

 

일본인에게는 마땅히 증오의 대상이었을 안중근 의사를 만나본 일본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고 그를 마음에 모시고 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도 없이 군대도 없이 혼자서 수많은 러시아 군대와 일본군들을 뚫고 총 한 자루로 이토를 죽인 것 자체가 중국 사람들에게도 놀랍고 멋진 일이었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요? 삼중 스님은 역동의 역사 속에서 온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 한 안중근과 독립된 나라에서 살면서도 역사의식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너무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스님은 몸이 움직이는 순간까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뤼순의 야산을 뒤지고 또 뒤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루 빨리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그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고 꼭 이루어질거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삼중 스님이 지난 30년 동안 안 의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조사하셨던 내용을 동화작가인 고수산나 작가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성인인 제가 읽어도 안중근 의사의 인품과 업적에 관한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많은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안중근 의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 독립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준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에 대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이 책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성인대상으로 기록된 <꼬레아 우라>를 읽어봐야겠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길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이미지출처: '영웅 안중근의 마지막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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