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로이스 로리의 SF 4부작 <기억 전달자><파랑 채집가><메신저><태양의 아들>은 이미 한 번씩은 접한 바 있는 작품들이다. 전 세계 1,000만부 베스트셀러인 <<기억 전달자>>가 영화 <더 기버>로 개봉을 앞두면서 원작 소설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전에 읽은 바 있는 작품이지만, 영화를 보기에 앞서 원작을 다시 접해보는 것이 좋을 듯 싶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줄거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가진 흡입력과 저자의 뛰어난 상상력, 그리고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탓이리라.

 

 

우리에게는 슬프다, 기쁘다, 화난다, 짜증난다, 황당하다, 사랑스럽다, 행복하다, 좋아한다 등등의 수많은 감정이 있다. 물론 이 많은 감정은 우리에게 때로는 고통을 주기로 하고,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렇게 고통을 주는 감정들을 없애고, 폭력이나 가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없고, 불의도 없으며 혼란스러운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그럼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 여기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미래 사회의 어느 마을이 있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인간적인 감정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고통도 없는 완벽한 행복에 이르기 위하여, 개인의 선택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잘못도 있을 수 없는 완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피부색이나 언어와 같은 차이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분란의 소지를 모두 제거해 버린 곳(본문 304p)에 한 소년이 있다.

 

12월이 다가올수록 겁이 나는 조너스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감정을 정리했다. 조너스의 상태는 지금 '걱정스럽다'로 정리된다. 왜 이런 감정을 정리해야 하는걸까? 매일 저녁 가족들은 하루 종일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말해야 하는 의식을 치룬다. 일곱 살짜리 누이동생 릴리도, 보육사인 아버지도, 법무부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다. 조너스의 감정을 들은 부모님은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기념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살배기 아기들은 가족을 배정받게 되고, 아홉 살이 되는 아이들은 자전거를 받게 된다. 그리고 12살이 되는 아이들은 원로들이 아이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서류에 기록한 내용을 토래로 직위를 부여받는다. 열두 살 기념식이 지나면 , 법과 정의에 관해 이해하는 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다.

 

보육사인 아버지는 예쁘고 귀여운 남자 아이가 성장이 더딘데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다 깨는 탓에 위원회에서 임무 해제 이야기를 꺼내고 있어 더 특별한 보살핌을 필요로하는 아기를 집으로 데려왔다. 아기의 이름은 가브리엘. 간밤에 꾼 꿈을 이야기하는 아침의식 시간에 조너스는 평소와는 달리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고, 조너스의 꿈을 들은 부모님은 그것이 조너스의 첫 번째 성욕이며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이고 약을 먹으면 치료가 된다고 하셨다. 조너스는 이제 매일 아침 성욕 치료 약을 복용해야한다. 어느 덧 직위를 부여받게 되는 기념식이 시작되었다. 한 살, 두 살, 세 살....아이들의 기념식이 진행된 후 열두 살 기념식이 시작되면서 태어날 때 받은 번호 순서대로 직위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조너스는 마을에 단 한 명 뿐인 기억 보유자의 후계자로 지명되는 엄청난 영예를 얻었다. 마을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며 존경받은 기억 보유자는 무례함을 금지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며, 어떤 주민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고, 꿈을 이야기하는 데 참여해서는 아노 되며, 임무 해제를 신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해도 된다.

 

새로운 기억 보유자가 된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가 된 선생님으로부터 훈련을 받게 되는데, 아주 오래전에 사라져 그동안 알지 못했던 눈, 썰매, 속도감 등을 알게 되면서 기쁨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감촉과 따뜻한 햇볕과 마주했다. 그러는 동안 조너스는 왜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없는지, 왜 색깔을 사라지게 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들이 그쪽을 선택했어, '늘 같은 상태'로 가는 길을 택했지. 내가 있기도 전에, 이 시대보다도 전에,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말이야. 우리가 햇볕을 포기하고 차이를 없앴을 때 색깔 역시 사라져 버렸지. 그럼으로써 우리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었지.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은 포기해야 했단다." (본문 163p)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알게 되었으나 동시에 전쟁, 고통, 배고픔 등에 대한 고통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참여하지 못했던 임무 해제가 무엇인지도. 가브리엘로 인해 피곤한 아빠 엄마를 대신해 가브리엘을 재우게 된 조너스는 가브리엘에게 가족이라는 기억을 심어주었고, 그 편안함으로 가브리엘은 여느 아이들처럼 성장하고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조너스 없이는 잠투정이 심한 가브리엘이 결국 임무 해제를 받자  조너스는 가브리엘을 위해,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병들거나 기력이 쇠하면 기념식을 치룬 후 임무 해제를 당하게 되고, 완벽한 산아제한으로 성적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하며, 정상적이지 못한 아이는 임무 해제를 당하게 되는 세상, 하지만 본래 타고난 천성을 포기하는 대신 철저한 조절로 안정함을 추구하게 된 세상. 지금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미비하며,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패배감을 맛봐야 한다. 그 뿐인가?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폭력과 전쟁 그리고 여러가지 심각한 사회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으며 불필요한 감정은 억제하고 늘 같음 상태의 안정적인 사회와 불안하고 폭력과 전쟁이 일어나며 배고픔과 끊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하지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과 선택의 자유를 가진 현 사회 중 어떤 사회가 더 나을까?

 

<<기억 전달자>>는 머나먼 미래, 모두가 잃어버린 감정을 찾기 위해 나서는 열두 살 소년 조너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평화, 자유와 선택, 가족, 고령화 문제, 안락사, 장애인 문제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사회문제를 지닌 채 불안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고통과 슬픔 그리고 절망과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 우정에 관한 감정을 조금씩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감정도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고통이나 슬픔 그리고 절망 등은 사랑하며, 행복하고 따스한 느낌이나 감정으로 치유받을 수 있음에도 우리는 기꺼이 그 소중한 그 감정들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그 감정을 잃어가는 지금의 우리가 너무도 안타깝기만 하다. 조너스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리고 있는 그 소중한 감정을 추억하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굉장한 흡입력, 놀라운 상상력이 더해진 <<기억 전달자>>,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통해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먼저 찾아보기를 권한다.

 

(이미지출처: '기억 전달자'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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