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난 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6
현길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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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록이었고, 내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아픔, 갈등에 대한 기록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었던 <낯선 숲으로 난 길>은  주인공 세철이 중학생 시절 겪은 사랑, 이별, 방황, 가족, 우정 등의 심리묘사가 너무도 잘 드러나 있는 책으로, 그의 갈등과 아픔이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는 내용이었다. 십대들이 겪는 공통적 특성으로 드러났던 세철의 성장통을 통해 때로는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이 아픔들이 새싹이 되어 우리 몸 어느 구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남는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세철의 그 이후의 이야기가 <<사막으로 난 길>>을 통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유원의 생각에 갑자기 서울행을 택하게 된 세철은 전보를 쳤지만 형이 나오지 않자 순간의 오기로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가 자신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는 친절한 아주머니를 따라가게 되고, 창녀집에 가게 된 세철은 깡패와 싸움을 벌여 결국 파출소까지 가게 된다. 세철은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서의 첫 시련을 맞이하게 되지만, 이 사건으로 몸을 파는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세철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은 형에게 원망을 가졌고, 세민은 동생의 자존심과 지혜에 대견한 생각을 한다. 서울에서 하숙을 하며 지낸 세철은 유원과 규석을 만나게 되고, 제주 미군 병원에서 만나면서 자신이 짝사랑했던 안드레 소령의 결혼 소식도 듣게 된다. 세철은 유원과 안드레 소령과의 관계, 서울과 제주의 차이에 대한 열등감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세철아, 이것 하나는 알아둬라. 시간에 따라 사람은 변하고, 세상도 변해. 지난날에 집착하여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면 혼란스러울 수 있어. 유원이나 규석이가 네게 대하는 것이 예전과 다르다고 해서 마음 쓰면 안 된다.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 안 그래?" (본문 78p)

 

"나는 너를 잊지 못할 거야. 왜냐면 우리 앞에 흘렀던 탁한 강물을 함께 건넜기 때문이야. 우리 인생의 한복판을 흘렀던 전쟁이라는 시간의 강물을 온몸으로 헤엄쳐 건너지 않았니? 그 강물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피도 되고, 살도 되고, 생각도 되었거든. 그것을 우리는 같이 지니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잊을 수 없지." (본문 145p)

 

제주로 내려가려던 세철은 하숙집 이모와 그의 아들 민철의 도움으로 고등학교에 편입하게 되고, 서울 학생들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좋은 성적을 얻게 된다. 세철은 열등감과 유원에 대한 관계 등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되고, 그럴 때면 자신도 모르게 창녀집의 옥자를 찾곤 한다. 옥자를 만나면서 또 한번 폭행에 휘말리게 된 세철은 자퇴를 하게 되지만, 주변 사람들과 일련의 일들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도 정리하게 되었으며, 대입 검정시험에 합격하여 유원과 규석이 다니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옥자 사건으로 인해 유원에 대한 감정도 깨끗이 정리되어 그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안고 떠나온 자신에게 이렇게 거칠고 메마른 사막 길로 인도한 그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제 세철은 자신이 걸어온 그 험난한 길에서 만난 그 얼굴들이 그의 안내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서울역에 내렸을 때 낯설고 두렵던 얼굴들을 이제는 모두 친구처럼 대할 수 있었다. 이 거친 삶 속에서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지 않게 된 것은 모두 그들 덕분이었다. (본문 263p)

 

순수한 세철이 지금까지 지내왔던 섬이 아닌 새로운 세상인 사막 같은 서울에 올라와서 겪게 되는 일들을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사막으로 난 길>>은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일과 감정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고, 또 사람을 통해 위로 받게 되는 일이나, 환경의 차이로 인해 겪게 되는 열등감 역시 우리가 겪는 일이다. 세철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겪었던 고통에 대한 위로를 받았고, 그의 성장을 통해 세철이 그러했듯 우리 역시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사막과 같은 세상을 걷게 될 것이고,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다. 이런 고통과 혼란 또한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라는 것을.

 

세철은 마치 낯선 숲으로 들어가 혼자 길을 찾아가듯이 세상을 살아간다. 낯설고 두려웠지만 숲은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주었다. 그 숲과 조금 익숙해졌을 때 다시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고, 그 길이 바로 사막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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