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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3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ㅣ Paint it Rock 3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록은 이해되기에는, 짧지만, 다사다난했던 근대사의 주요 지점에서 그 현상들의 이면을, 부조리함을 다양한 표현으로 끓여냈던 무시무시한 도가니이자, 상업적인 개입으로도 망가지지 않는 진정성을 오늘날의 젊은 세대 뮤지션들에게 계승해준 위대한 현상이다. 록 음악의 태생은, 순회 곡예단에 매여 값싼 오락의 도구로 전락한 조랑말의 처지만큼 비루했다. 그 시작은 흑인 노예들의 비통한 삶에 바쳐진 살풀이 곡이였고, 골드러시의 낙오자들이 마주한 비극적 결말처럼 록 역사의 대부분의 시간들은 신기루를 쫓다 객사한 음악가들의 비망록으로 채워졌다. (본문 5p)
<<PAINT IT ROCK 3>>을 끝으로 드디어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PAINT IT ROCK> 시리즈를 모두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음악은 그저 듣는 것으로만 알았던 나에게 음악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주었고, 강렬한 사운드와 비트 그리고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싱어의 보이스를 거칠게만 생각했던 록을 듣는 법까지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뮤지션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시의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까지 섞여있어 읽는 재미까지 겸비한 이 시리즈 3권을 쉴새없이 읽어가면서 나는 방대한 록의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록'이라는 장르를 거칠게만 생각하고 듣기를 거부했던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을만큼 록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로큰롤이 탄생과 소년기를 다룬 게 1편이었다면 2편과 3편은 록이라는 이름의 청년기를 이야기한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70년대를 거쳐 '진지함에 매몰된 정통주의'로부터 이탈한 록의 일부 세력은 주류 팝과의 타협을 시작했다. <Paint It Rock>의 3편은 바로 그 지점, 80년대의 팝 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뉴웨이브와 신스탑, 뉴 로맨틱스로 대변되는 지나친 팝의 경향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제외하였다. 정통주의의 시각에서는 이른바 '록의 사형선고'로 지칭되는 문제의 80년대였지만 록은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받으며 음악 산업의 황금기를 열였다. 한편으로, 본류의 에너지를 간직한 록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 헤비메탈과 얼터너티브 록, 복고주의의 재조립이 불러온 모던 록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가로지른다. (본문 9p 작가의 말)
펑크의 직계 자손인 뉴웨이브, 뉴 로맨틱스의 유행을 거치면서 신시사이저와 전자 시퀀스 사운드가 만연해진 1980년에는 록과 팝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록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으나, 이때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고전적인 로큰롤을 부활시켰다. 1980년대의 감성주의는 소위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지행했던 프로그레시브 록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디스코와 펑크가 유행했고 마이클 잭슨의 80년대에 와서는 거대한 댄스 팝의 세계가 도래한 탓에 록을 감상하는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비 블루스가 빌보드 싱클 차트에서 상위권에 진입한다든지, 예스(Yes)가 밴드 결성 14년 만에 처음으로 넘버원 히트를 기록하는 등 소위 한물간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짜릿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드록과 헤비메탈 밴드들로 1980년대의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는데,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첨단의 사운드가 유행하게 되었다. 기타 밴드만으로는 시대의 청각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80년대 록 비즈니스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1980~90년대 헤비메탈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결정적인 밴드로 메탈리카를 꼽을 수 있는데, 60년대 말의 '헤비메탈 개화기'를 거쳐 블루 오이스터 컬트, 에어로스미스가 써내려간 70년대 메탈의 계보를 이어나갈 본류의 메탈 밴드가 상대적으로 부실했다는 점에서 메탈리카의 등장은 시대적 소명으로까지 평가되었다고 한다. 1990년대 스래스 메탈, 또는 얼터너티브 메탈로 상징되는 판테라, 1990년대 록계의 판도를 바꿔버린 그런지 록(Grunge Rock)의 대표주자 너바나에 이르기까지 팝 록을 시작으로한 <<PAINT IT ROCK 3>>는 영국의 모던 록인 브릿팝을 끝으로 방대한 록의 역사를 마무리했다.
록의 역사는 장르의 흥망성쇠다. 음악표현에 관한 뮤지션들의 연구가 종래에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또 다시 쇠퇴해간다. 예전에는 하나의 유행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변화의 속도가 질주에 가깝다. 그 질주는 본류와 모방의 경쟁 속에서 전개되어왔다. 진짜의 곁에는 닮은꼴이 존재했고 때로는 위대한 닮은꼴이 진짜를 넘어서기도 한다. 새로운 경향은 자기들만의 것을 형성하려 하면서 기존의 것을 대체하려 든다. 이러한 반복, 시대를 쫓는 음악과 그 음악을 쫓는 사람들의 소통 속에서 록 음악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다. (본문 9p 작가의 말)
역사를 주도한 뮤지션들과 장르의 흥망성쇠를 관찰함으로써 이 책은 록의 가이드 역할을 수행해 줄 <PAINT IT ROCK>시리즈를 통한 록의 대장정에서 익숙한 뮤지션들의 등장과 명곡 그리고 낯선 뮤지션들과 그의 노래들까지 한 곡 한 곡 듣고 싶어졌다. '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작되었던 나의 방대하기만 했던 록의 대장정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록 음악에 매료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혹여 누군가 나처럼 '록은 시끄러워서 싫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난 주저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그러면 그 역시도 분명 예외없이 록의 세계에 금방 빠져들 것이다.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뮤지션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시의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까지 섞여있어 읽는 재미까지 더했던 <PAINT IT ROCK>시리즈이기 때문에. 그리고 바로 그 청춘을 함께했던 이야기이기에.
『Paint It Rock』2권과 3권은 30~40대 우리 세대의 이야기다. 지난 1권이 우리 선배들에게 말로 전해 내려오던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내가 실제로 그 시기를 지나왔고 청춘을 함께 보내왔기에 더욱 재미나고 감정이입이 절로 되는 이야기인 듯 하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에피소드들이 나의 어린 시절 추억들과 오버랩되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 SAZA 최우준(뮤지션)
그럼 이제! 이 소란스러운 음악에 함께 빠져봅시다!
Rcok'n Roll Baby!!!
(이미지출처: 'PAINT IT ROCK 3'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