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고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 나에겐 다소 생소한 작가였기에 그녀의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이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이 처음이었다. 이 책은 작가가 1년여에 걸쳐 완성한 도전의 결과물로 조금은 낯선 '에세이소설'이다. 생소한 형식의 작품이었던 탓일까? 내게는 너무도 난해한 작품던 터라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에세이와 소설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쫓아가기에는 나의 독서력이 많이 부족했던 탓 일게다.

 

1971년 3월

이렇게 쓰고 싶다. "세바스티앵은 휘파람을 불며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조금 숨이 찼다. "십 년 전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두 사람은 물론 극 중 인물이다. 나의 유쾌한 연극에 나온다. 빈털터리이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시니컬하지만 점잚은 그들을 보여주는 건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본문 9p)

 

<<마음의 푸른 상흔>>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무일푼으로 파리 생활을 시작한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과 저자 자신의 삶, 작품 등의 관한 에세이가 교대로 수록되고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50대에는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저자 소개글 中)고 하는데, 그녀는 에세이를 통해 그런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나의 권리이다, 내 전집을 사지 않는 것이 모든 독자의 권리이듯이. 이 시대는 나를 절망하게 한다. 나는 일중독자도 아니고, 양심이 내 장점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문학 덕분에 내 친구인 반 밀렘 남매와 즐기러 간다. 드디어 할 말을 했다. 휴! (본문 57p)

 

저자는 이 스웨덴 남매에게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것들을 실었으나, 최고의 배경으로 명랑함을 주었다. 그리고 남매를 먹여 살릴 사람으로 로베르 로시를 선택한다. 로베르 로시는 중간 키에 몸집이 좀 있는 남자로 겉으로 보기에는 세바스티앵을 광적으로 좋아했고, 엘레오노르의 손에 입을 맞추고 누추한 집에서 지내게 해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발생하게 마련이고, 결국은 로베르 베시의 자살로 이어진다. 작가 사강은 이 작품에서 엘레오노르와 자신, 그녀의 삶과 자신의 삶, 모든 것을 뒤섞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내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가장 견딜 수 없는,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그들은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꼈다. 내가 이 책에서 상상력을 예찬한 것도 물론 그런 이유에서였다.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은 백 퍼센트 건전한 요소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권리를 백 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절망과 버려졌다는 느낌에 빠진 스웨덴 남매와 프랑스 청년이 처한 상황은 백퍼센트 복잡했다. (중략) 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자기에게 모자란 점을 인정하기보다는 잘못된 점을 만들어내길 더 좋아한다. (본문 172p)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사강의 에세이를 통해서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읽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 썩 괜찮은 작품으로 남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싶다가도 가만히 곱씹어 볼수록 그녀가 말하고자하는 의미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작가 '마음에 들어가는 푸른 멍을 외면하는 모두에게' (표지 中) 안녕을 묻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난 작가이며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는 평을 받고 있는 프랑수아즈 사강, 이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 그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맛보게 되었고, 결국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슬픔이여 안녕>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난해했던 처음 느낌과는 달리 책을 덮고서야 이 작품의 독특한 매력을 이해하게 된, 두고두고 곱씹게 되면서 덤으로 여운을 주는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이었다.

 

친해하는 독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합니까?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당신의 귀감이었습니까, 아니면 악몽이었습니까? 인생이 당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당신은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당신의 눈 색깔이, 당신의 머리 색깔이 어떻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까? 밤이 두렵습니까? 잠꼬대를 합니까? 당신이 남자라면, 성질 고약한 여자들을, 여자란 자고로 따뜻한 날갯죽지에 남자를 품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들을 - 최악은 그럴 줄 안다고 착각하는 여자들이죠- 떨어져 나가게 할 가슴 시린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의 상관부터 아파트 관리인까지, 마주치기 싫은 주차단속 요원부터 한민족 전체를 책임지는 불쌍한 마오쩌둥까지, 모든 사람들이 - 당신을 포함해서요 - 외로움을 느낀다는 걸, 죽음만큼 삶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는 걸 아십니까? 이러한 진부한 생각이 두려운 것은 이른바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그것을 늘 잊고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기거나 적어도 살아남기만 바라니까요. (본문 70,71p)

 

(이미지출처: '마음의 푸른 상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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